남에게 속아주는 것은
결코 나약한 것이 아니고
스스로 지혜롭다 여기는 것은
결국 정신이 흐리멍덩한 것이다.
甘受人欺, 定非懦弱. 自謂予智, 終是糊塗.
감수인기, 정비나약. 자위여지, 종시호도.
<圍爐夜話위로야화>
- 감수[甘受] 책망(責望)이나 괴로움 따위를 달갑게 받아들임. 어려운 상황이나 고통 따위를 달게 받아들임. 묵묵히 참고 좇다. 감수하다.
- 정비[定非] 정말로 ~이 아니다. 정녕 ~이 아니다. 틀림없이 ~이 아니다. 결코 ~이 아니다. 참고로, 한유(韓愈)의 시 영설증장적(詠雪贈張籍)에 “틀림없이 고니와 해오라기를 삶은 것이 아니요, 참으로 고운 옥돌을 가루로 부순 것이로세.[定非燖鵠鷺, 眞是屑瓊瑰.]”라고 흰 눈을 비유한 데서 보이고, 소식(蘇軾)의 시 서언릉왕주부소화절지(書鄢陵王主簿所畫折枝)에 “모양 비슷한 걸로 그림을 논한다면, 그 견식은 아동과 크게 다를 것 없고, 시를 지음에 꼭 이 시를 기필한다면, 정히 시를 아는 사람이 아니리라.[論畫以形似, 見與兒童鄰. 賦詩必此詩, 定非知詩人.]”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나약[懦弱] 의지(意志)가 굳세지 못함. 패기가 없고 연약하다. 용기 없고 나약하다. 무기력하다. 참고로,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소공(昭公) 20년 조에, 춘추 시대 정(鄭)나라의 저명한 정치가인 공손교(公孫僑)가 죽으면서 자태숙(子太叔)에게 당부하기를 “오직 덕이 있는 사람이어야 관대함으로 백성을 복종시킬 수 있고, 그다음은 매서움만 한 것이 없다. 대개 불은 뜨거워 백성들이 바라보면서 두려워하기 때문에 죽는 자가 드물다. 그러나 물은 부드러워 백성들이 경시하여 함부로 대하다가 죽는 자들이 많다. 그러므로 관용의 정치가 어려운 것이다.[唯有德者能以寬服民, 其次莫如猛. 夫火烈, 民望而畏之, 故鮮死焉. 水懦弱, 民狎而翫之, 則多死焉. 故寬難.]”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자위[自謂] 스스로 ~라 하다. 스스로 ~라 이르다. 참고로, 도연명(陶淵明)의 여자엄등소(與子儼等疏)에 “오뉴월 중에 북창 아래에 누워 있다가 서늘한 바람이 잠깐 지나가기라도 하면, 스스로 희황 시대의 사람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北窓下臥, 遇涼風暫至, 自謂是羲皇上人.]”고 한 데서 보인다.
- 종시[終是] 끝내. 끝까지 내내. 끝에 가서 드디어. 결국에 가서.
- 호도[糊塗] 얼버무려 넘김으로써 속이거나 감추다. 사리에 어두워서 흐리터분하다. 명확하지 않음. 우물쭈물 넘겨 버림. 생각이 분명하지 못하고 어름어름함. 명확히 결말을 내지 아니함. 성정(性情)이 분명하지 못하고 흐리터분함. 일시적으로 우물우물 덮어버림. 근본적인 조처를 하지 않고 일시적으로 얼버무려 넘김. 어물쩍하게 넘겨 버림. 호도(糊塗)는 풀을 바른다는 뜻으로, 명확하게 결말을 내지 않고 일시적으로 속여 감추거나 흐지부지 덮어 버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참고로, 송사(宋史) 여단전(呂端傳)에 “송(宋)나라 태종(太宗)이 여단(呂端)을 재상으로 삼으려고 하자, 혹자가 말하기를 ‘여단은 사람됨이 어름어름합니다.’라고 하였다. 태종이 말하기를 ‘여단은 작은 일에는 어름어름하지만 큰일에는 어름어름하지 않다.’라 하고 뜻을 결정하고 그를 재상으로 삼았다.[太宗欲相端, 或曰: ‘端爲人糊塗’ 太宗曰: ‘端小事糊塗, 大事不糊塗.’ 決意相之.]”라고 하였다.
【譯文】 弱者非弱, 智者非智.
甘願受人欺侮的人, 一定不是懦弱的人 ; 自認爲聰明的人, 終究是糊塗的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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