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와 기개로 천하와 서로 기약함에는
봄바람이 온갖 생물을 북돋워 창성하게 하듯이
조금도 막힘이나 거리낌이 있어서는 안 되고
속마음을 천하와 서로 비추고자 함에는
마치 가을달이 만물을 훤히 비추어 드러내듯이
터럭만큼도 애매한 모습을 취해서는 안 된다.
意氣與天下相期, 如春風之鼓暢庶類, 不宜存半點隔閡之形.
의기여천하상기, 여춘풍지고창서류, 불의존반점격애지형.
肝膽與天下相照, 似秋月之洞徹群品, 不可作一毫曖昧之狀.
간담여천하상조, 사추월지통철군품, 불가작일호애매지상.
<菜根譚채근담 淸刻本청각본(乾隆本건륭본) : 應酬응수>
- 의기[意氣] 기세(氣勢)가 좋은 적극적인 마음. 적극적으로 무슨 일을 하려는 마음이나 기개. 뜻을 이루어 만족해하는 마음이나 기개. 표정이나 태도 등을 통해 드러나는 기색. 사람이 타고난 기개(氣槪)나 마음씨. 또는 그것이 겉으로 드러난 모양(模樣). 장(壯)한 마음. 득의(得意)한 마음. 기상(氣像). 호기(豪氣)와 기개(氣槪). 참고로, 이백(李白)의 시 부풍호사가(扶風豪士歌)에 “부풍의 호걸스러운 선비 천하에 뛰어나니, 의기가 서로 통하면 산을 옮길 수 있네.[扶風豪士天下奇, 意氣相傾山可移.]”라고 한 데서 보이고, 두보(杜甫)의 시 증왕이십사시어계사십운(贈王二十四侍御契四十韻)에 “애당초 의기가 서로 부합하여, 곧장 성정의 진실함을 취하였네.[由來意氣合, 直取性情眞.]”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상기[相期] 서로 기대하다. 서로 기약하다. 상기(相期)는 서로 함께하기로 약속한 것을 이른다. 참고로, 이백(李白)의 시 증곽계응(贈郭季鷹)에서 “한 번에 구천 길을 날아올라서, 상서로운 하늘에서 걸림 없이 노니네.[一擊九千仞, 相期凌紫氣.]”라고 한 데서 보이고, 맹호연(孟浩然)의 시 송원공지악저심관주장참란(送元公之鄂渚尋觀主張驂鸞)에 “틀림없이 신선의 무리일 터이니, 한만한 노닒을 기약해야 하고말고.[應是神仙子, 相期汗漫遊.]”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의기상기[意氣相期] 의기로써 서로 약속함. 참고로, 당서(唐書) 위지경덕전(尉遲敬德傳)에 “우무주(劉武周)의 항복한 장수인 심상(尋相) 등이 대부분 배반하고 도망가자, 제장(諸將)이 위지경덕(尉遲敬德)을 의심하여 군중(軍中)에 가두었다. 굴돌통(屈突通)과 은개산(殷開山)이 이세민(李世民)에게 말하기를 ‘위지경덕은 날래고 용감함이 무리들 중에 뛰어난데 이제 이미 그를 가두었으니, 그 마음에 반드시 원망할 것입니다. 그를 남겨 둔다면 후환이 될까 두려우니 죽이는 것만 못합니다.’라고 하니, 이세민이 말하기를 ‘그렇지 않다. 위지경덕이 만약 배반하려 했다면 어찌 심상(尋相)의 뒤에 배반하겠는가.’라 하고 급히 명하여 풀어 주게 하고는 그를 데리고 침실 안으로 들어와서 금(金)을 하사하며 말하기를 ‘대장부가 의기(意氣)로써 서로 약속하였으니 작은 혐의를 개의치 말라. 내 끝내 참소하는 말을 믿어 충량(忠良)한 사람을 해치지 않을 것이니, 공은 내 마음을 체찰하라. 기어이 떠나고자 한다면 이 금을 주어서 우리가 한때 일을 함께 한 정의(情誼)를 표하노라.[丈夫注意氣相期, 勿以小嫌介意, 吾終不信讒言以害忠良, 公宜體之. 必欲去者, 以此金相資, 表一時共事之情也.]’라고 하였다.”고 한 데서 보인다.
- 고창[鼓暢] 고무시켜 창성하게 하는 것. 고무시켜 창달하게 하는 것.
- 서류[庶類] 일반적이고 흔한 종류. 여러 가지 종류의 것. 온갖 생물. 온갖 무리. 만물. 서물(庶物). 참고로, 주자어류(朱子語類) 卷62 중용1(中庸1)에 “선왕(先王)이 초목과 조수를 다 순하게 하고 온갖 무리를 번식시킨 것, 주례(周禮)에 짐승을 관장하고 산택을 관장하는 각 관원을 둔 일, 주공이 호랑이·표범·코뿔소·코끼리·용·뱀을 몰아낸 일, 초목이 시들어 떨어진 다음에 산림에 들어가고 곤충이 겨울잠을 자기 전에는 밭을 태우지 않은 것과 같은 일, 각각 등급을 나누어 만물로 하여금 각기 제자리를 얻도록 한 것 또한 이른바 교이다.[先王所以咸若草木鳥獸, 使庶類蕃殖, 如周禮掌獸掌山澤各有官, 如周公驅虎豹犀象龍蛇, 如草木零落然後入山林, 昆虫未蟄不以火田之類, 各有箇品節, 使萬物各得其所, 亦所謂教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불의[不宜]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부적합하다. 적절하지 않다. 적합하지 않다. 어울리지 않다. 적당하지 않다. 마땅하지 않다. 좋지 않다. ~하는 것은 좋지 않다. ~하기에 적당치 않다. ~하여서는 안 된다. 사람이 죽게 되는 일 따위의 꺼림칙하거나 불길한 일. 어떤 일을 하기 좋지 않은 날. 참고로, 시경(詩經) 패풍(邶風) 곡풍(谷風)에 “훈훈하게 불어오는 동풍에, 날씨가 흐려지며 비가 내리나니, 힘쓰고 힘써 마음을 함께 할지언정, 화를 내서는 안 된다.[習習谷風, 以陰以雨. 黽勉同心, 不宜有怒.]”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격애[隔閡] 막힘. 간격. 틈. 엇갈림. 장벽. 서먹서먹하다.
- 간담[肝膽] 간과 쓸개를 아울러 이르는 말. 속마음을 비유적(比喩的)으로 이르는 말. 간담(肝膽)은 인체 내의 두 기관이다. 담(膽)이 간부(肝府)에 속하여 간과 담은 서로 친근한 사이를 비유한다. 참고로, 한유(韓愈)의 이화(李花)에 “맑고 찬 기운 뼈에 사무쳐 간담을 일깨우니, 일생의 사려에 사념을 일으킬 수 없구려.[淸寒瑩骨肝膽醒, 一生思慮無由邪.]”라고 하였고, 장자(莊子) 덕충부(德充符)에 “다른 것을 기준으로 보면 간과 쓸개도 그 차이가 초나라와 월나라처럼 멀고, 같은 것을 기준으로 보면 만물이 모두 하나이다.[自其異者視之, 肝膽楚越也, 自其同者視之, 萬物皆一也.]”라고 한 데서 보이고, 회남자(淮南子) 숙진훈(俶眞訓)에 “다르다는 관점에서 보면 간담도 호월이 되고, 같다는 시각에서 보면 만물이 한 울타리 안에 있다.[自其異者視之, 肝膽胡越, 自其同者視之, 萬物一圈也.]”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위장군가(魏將軍歌)에 “술 취해 검을 꽂고 간담을 드러내니, 구진은 푸르스름하고 현무는 저물도다.[酒闌揷劍肝膽露, 鉤陳蒼蒼玄武暮.]”라고 하였고,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에 “다른 사물을 빌려 한 몸에 의탁하여 간과 담을 잊어버리며, 귀와 눈의 감각을 없애서 생(生)과 사(死)를 되풀이하여 그 끝을 알 수 없다. 무심히 티끌과 때에 오염된 세속 밖에서 이리저리 노닐며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일에 소요하니 저들이 또 어찌 번거롭게 세속의 예를 갖추어 중인(衆人)들의 귀와 눈에 보이게 하겠는가.[假於異物, 託於同體, 忘其肝膽, 遺其耳目, 反覆終始, 不知端倪. 芒然彷徨乎塵垢之外, 逍遙乎無爲之業, 彼又惡能憒憒然爲世俗之禮, 以觀衆人之耳目哉.]”라고 하였고, 사기(史記)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에 “신이 속마음을 열어 보이고 진심을 다하여 계책을 바치고자 하는데, 족하께서 쓸 수 없을까 저어됩니다.[臣願披腹心, 輸肝膽, 効愚計, 恐足下不能用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상조[相照] 서로 대조(對照)함. 서로 비추다. 사기(史記) 백이열전(伯夷列傳)에 “같은 밝음은 서로 비추고 같은 부류는 서로 구한다.[同明相照, 同類相求.]”라고 보인다.
- 간담상조[肝膽相照] 간과 쓸개를 서로 비춰줌. 마음과 마음을 서로 비춰볼 정도로 서로 마음을 터놓고 사귐. 서로의 가슴 속까지 이해하는 친한 사이. 서로 간과 쓸개를 꺼내 보인다는 뜻으로, 상호간에 진심을 터놓고 격의 없이 사귀거나 허물없이 지내는 절친한 사이를 이른다. 당대(唐代) 유종원(柳宗元)과 한유(韓愈)의 친한 사이에서 비롯되었다.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인 한유(韓愈)는 유자후묘지명(柳子厚墓誌銘)에 “아! 선비는 어려운 일에 처했을 때 비로소 절의(節義)가 드러나는 법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평시에 함께 지내면서 서로 그리워하고 좋아하며, 술자리나 잔치 자리에 서로 불러 가며 억지웃음을 짓고 서로 겸손을 떨며, 손을 잡고 폐와 간을 서로 보여 주며, 하늘의 해를 가리키고 눈물을 흘려 가며 죽으나 사나 서로 배반하지 말자고, 마치 진실인 양 맹세를 한다.[嗚呼. 士窮乃見節義. 今夫平居里亢相慕悅, 酒食遊戱相徵逐, 詡詡强笑語, 以相取下, 握手出肝肺相示, 指天日涕泣, 誓生死不背負, 眞若可信.] 하지만 일단 터럭만큼의 이해관계만 얽혀도 서로 모르는 체 반목을 하고, 함정에 떨어지면 손을 뻗어 구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구덩이 속에 더 밀어 넣고 돌까지 던지는 사람이 이 세상에는 널려 있다.[一旦臨小利害 落陷穽不一引手救 反擠之又下石焉者 皆是也]”라고 하였다. <한창려집韓昌黎集> 또, 송(宋) 호태초(胡太初)의 주렴서론(晝簾緖論) 요채(僚寀)에 “오늘 도착한 날부터 반드시 동료들을 인견하여 업무상의 소홀한 부분이나 공익에 손해를 끼치는 일을 두루 서술하고 성심으로 소박하게 대하며 간담상조해야 한다.[今始至之日, 必延見僚寀, 歷述弊端, 令悃愊無華, 肝胆相照.]”라고 하였다.
- 통철[洞徹] 깊이 살펴서 환하게 깨달음. 사리에 통달하다. 참고로, 주희(朱熹)의 대학혹문(大學或問) 권1 경 1장(經一章)에 “그러나 그 이치로써 말하면 만물은 하나의 근원이니 참으로 사람과 물에 귀함과 천함의 차이가 없고, 기로써 말하면 바르고 통하는 것을 얻은 것은 사람이 되고 치우치고 막힌 것을 얻은 것은 물(物)이 되기 때문에 귀해지기도 하고 천해지기도 하여 가지런하지 않은 것이다. 저 천하여 물이 된 것은 이미 치우치고 막힌 형기에 구속되어 본체의 온전함을 확충할 수 없고, 오직 태어나면서부터 바르고 통하는 기운을 얻은 사람만이 그 본성이 가장 귀하게 되기 때문에 방촌의 사이가 허령하고 통철하여 모든 이치가 모두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대개 사람이 짐승과 구별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고, 요순이 되어 천지에 참여하여 화육을 도울 수 있는 것 또한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것이 명덕이라는 것이다.[然以其理而言之, 則萬物一原, 固無人物貴賤之殊; 以其氣而言之, 則得其正且通者爲人, 得其偏且塞者爲物, 是以或貴或賤而不能齊也. 彼賤而爲物者, 旣梏於形氣之偏塞而無以充其本體之全矣, 唯人之生乃得其氣之正且通者而其性爲最貴, 故其方寸之間, 虛靈洞徹, 萬理咸備. 蓋其所以異於禽獸者, 正在於此, 而其所以可爲堯舜而能參天地以讚化育者, 亦不外焉. 是則所謂明德者也.]”라고 한 데서 보이고, 두보(杜甫)의 시 증비서감강하이공옹(贈祕書監江夏李公邕)에 “쓸쓸하고 쓸쓸한 백양 길에서, 빛이 나는 보주 내게 주시었다네.[蕭蕭白楊路, 洞徹寶珠惠.]”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군품[群品] 만물(萬物). 여러 물건. 많은 중생. 모든 중생. 모든 물건. 주정의서(周易正義序)에 “성인(聖人)이 천문(天文)을 우러러 관찰하고 지리(地理)를 굽어 살펴서 천지(天地)를 형상하여 여러 물건을 기르고, 구름이 흘러가고 비가 내리듯 하여 사시(四時)를 본받아 만물을 낳으시니, 만약 이것을 순히 따르면 양의(兩儀)가 차례대로 운행하여 온갖 물건이 화(和)하고, 만약 거슬러 행하면 육위(六位)가 기울고 오행(五行)이 혼란해진다.[聖人有以仰觀俯察, 象天地而育群品, 雲行雨施, 效四時以生萬物. 若用之以順, 則兩儀序而百物和 ; 若行之以逆, 則六位傾而五行亂.]”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애매[曖昧] 희미(稀微)하여 분명(分明)하지 않음. 사람의 말이나 성질, 태도 따위가 분명하지 않음. 한 개념과 다른 개념과의 구별이 충분하지 못함. 명확하지 못하다. 억울한 것.
【譯文】 天下與共, 鼓暢洞徹.
情誼恩義與天下人相互期待, 猶如春天和風的鼓動暢達庶有物類, 不適宜存在半點阻隔障閡的形態 ; 眞心誠意與天下人相互照應, 好似秋天月光的洞悉透徹群眾品格, 不可以做作一毫暗曖愚昧的狀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