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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탈하되 세상을 피하여 숨을 것은 없다[要救世 勿避世] <圍爐夜話위로야화>


군자는 명분과 교화를 낙으로 삼으나

혜강과 완적의 초탈함만 못하고

성인은 연민으로 마음을 삼으니

장저와 걸닉처럼 세상을 잊지 않는다.


君子以名敎爲樂,  豈如嵇阮之逾閒.
군자이명교위락,  기여혜완지유한.
聖人以悲憫爲心,  不取沮溺之忘世.
성인이비민위심,  불취저닉지망세.

<圍爐夜話위로야화>


  • 명교[名敎]  명교(名教). 명분과 교화. 유가(儒家)가 정한 명분(名分)과 교훈을 준칙(準則)으로 하는 도덕관념.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밝혀 가르침. 인(仁)을 근본으로 하는 유학을 받드는 교. 명분(名分)을 중시하는 예교(禮敎)를 이르는 말로 흔히 유교(儒敎)를 지칭한다. 유교(儒敎)가 인륜(人倫)의 명분(名分)을 중히 여기므로 명교(名敎)라 한다. 참고로, 송사(宋史) 권427 장재전(張載傳)에 “장횡거(張橫渠)가 젊어서 병사(兵事)를 담론하기 좋아했는데 범중엄(范仲淹)으로부터 ‘유자에게 스스로 명교가 있어 즐길 만하거늘, 어찌하여 병사를 일삼겠는가.[儒者自有名敎可樂, 何事於兵.]’라는 경계와 함께 중용(中庸)을 읽으라는 권유를 받고 중용을 읽었다. 그러나 그것도 만족하지 않아서 또 석씨(釋氏), 노씨(老氏)를 찾아가 수년 동안 불교(佛敎) 등을 연구했으나 역시 아무런 소득이 없음을 알고는 마침내 돌아와서 육경(六經)에 전념했었다.”라고 한 데서 보이고, 세설신어(世說新語) 덕행(德行)에 “진(晉)나라 때 왕징(王澄), 호무보지(胡毋輔之) 등 제인(諸人)은 방달하기로 유명했던바, 그중에는 옷을 다 벗고 알몸을 내놓은 자도 있었으므로, 악광(樂廣)이 그것을 보고 웃으면서 말하기를 ‘명교 안에 절로 즐거운 땅이 있는 것인데, 어찌하여 이렇게 한단 말인가.’라고 하였다.[王平子, 胡母彥國諸人, 皆以任放爲達, 或有裸體者, 樂廣笑曰: ‘名教中自有樂地, 何爲乃爾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기여[豈如]  불여(不如). ~만 못하다. ~와 같겠는가. 참고로, 한(漢)나라 가의(賈誼)의 치안책(治安策)에 “어찌 지금 경제(經制)를 정해서 임금으로 하여금 임금답게 하고, 신하로 하여금 신하답게 하여, 상하로 차등을 두는 것만 하겠습니까?[豈如今定經制 令君君臣臣 上下有差]”라고 한 데서 보인다.
  • 혜완[嵇阮]  혜완(嵆阮)은 위말진초(魏末晉初)에 노장(老壯)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을 논하며 죽림(竹林)에 은거하여 술을 마시고 청담(淸談)으로 세월을 보낸 죽림칠현(竹林七賢) 가운데 혜강(嵇康)과 완적(阮籍)을 병칭한 것으로, 이들은 예법의 구속을 받지 않고 일생을 보냈다. 참고로, 두보(杜甫)가 정건(鄭虔)을 행각하며 지은 시인 유회태주정십팔사호(有懷台州鄭十八司戶)에 “그동안 유배당한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재명이 성해서 잘못된 때문이네. 선생도 혜강(嵇康)과 완적(阮籍)의 부류라서, 또 세상 사람들의 시기를 받았구려.[從來禦魑魅, 多爲才名悞. 夫子嵇阮流, 更被時俗惡.]”라고 하였고, 진서(晉書) 권43 왕융열전(王戎列傳)에, 진(晉)의 왕융(王戎)이 상서령(尙書令)이 되어 공복(公服)을 입고 수레를 타고 황공주로 앞을 지나다가 뒷수레에 탄 사람을 돌아보면서 “내가 옛날 혜강, 완적 등과 함께 이 주점에서 술을 마시면서 죽림의 놀이에도 그 말석에 참여했었다. 혜강과 완적이 세상을 떠난 후로 시무에 묶여 지내다가 오늘 이곳을 보니, 거리는 비록 가까우나 아득하기가 산하가 가로놓인 듯하다.[吾昔與嵇叔夜阮嗣宗, 酣飲於此, 竹林之游, 亦預其末. 自嵇阮云亡, 吾便為時之所羈紲, 今日視之, 雖近邈若山河.]”라고 하였다는 고사가 전한다. 혜완(稽阮).
  • 유한[逾閒]  유한(逾閑). 유한(踰閑). 한계를 뛰어 넘음. 경계를 넘어섬. 규범이나 법도를 뛰어넘음. 참고로, 논어(論語) 자장(子張)에 “큰 덕이 한계를 넘지 않으면 작은 덕은 드나듦이 있더라도 괜찮다.[大德不踰閑 小德出入可也]”라고 한 데서 보이고, 한시외전(韓詩外傳)에 “공자가 담에서 제나라 정본자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하루 종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윽고 자로를 돌아보고 말하기를 ‘유야! 이리 와서 속백(束帛)을 취하여 선생께 드리거라.’라고 하였다. 자로가 대답하지 않자, 조금 있다가 또 돌아보며 ‘속백을 취하여 선생께 드리거라.’라고 하였다. 자로가 문득 대답하기를 ‘옛날에 제가 선생님께 듣기를, 선비가 길에서 서로 만나지 않는 것은 여인이 중매 없이 시집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니, 군자는 이런 행위를 하지 않는다 하였습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공자가 ‘시경(詩經)에 「들판에 덩굴풀이 있으니, 내린 이슬이 흠뻑 맺혔도다. 아름다운 한 사람이여, 청양하여 아름답기도 하다. 우연히 서로 만났으니, 나의 소원에 꼭 맞도다.」라고 하지 않았더냐. 제나라 정본자는 천하의 어진 선비이다. 내가 지금 비단을 드리지 않으면 종신토록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대덕은 경계를 넘어서는 안 되지만, 소덕은 약간의 융통도 괜찮다.’라고 하였다.[孔子遭齊程本子於郯之間, 傾蓋而語終日. 有間, 顧子路曰由, 束帛十匹以贈先生. 子路不對. 有間, 又顧曰束帛十匹以贈先生. 子路率爾而對曰昔者由也聞之於夫子, 士不中道相見, 女無媒而嫁者, 君子不行也. 孔子曰夫詩不云乎? 野有蔓草, 零露漙兮. 有美一人, 淸揚婉兮. 邂逅相遇, 適我願兮. 且夫齊程本子, 天下之賢士也. 吾於是而不贈, 終身不之見也. 大德不逾閑, 小德出入可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초탈[超脫]  세속적인 것이나 일반적인 한계를 벗어남. 성품이 고상하여 세상일에 관여(關與)하지 아니함. 세속(世俗)을 벗어남. 벗어나서 뛰어넘다. 얽매이지 않다. 초월하다. 자유롭다.
  • 투한[偸閒]  투한(偸閑). 바쁜 가운데 틈을 얻어 냄. 틈을 타서 일을 함. 한가한 시간을 훔친다는 뜻으로, 바쁜 가운데 틈을 내거나 틈을 내서 일을 함을 이르는 말이다. 빈둥거리다. 망중투한(忙中偸閑). 참고로, 송(宋)나라 성리학자 정호(程顥)가 호현(鄠縣)의 주부(主簿)로 있을 때 지은 춘일우성(春日偶成)에 “엷은 구름 상큼한 바람 정오가 다 되어, 꽃 찾아 버들 따라 앞 시내를 건너네. 사람들은 나의 마음 즐거운 것 모르고서, 틈만 나면 소년처럼 돌아다닌다 말하리.[雲淡風輕近午天 傍花隨柳過前川 時人不識予心樂 將謂偸閒學少年]”라고 한 데서 보이고, 황정견(黃庭堅)의 시 화답조령동전운(和答趙令同前韻)에 “인생살이 중에 정말 한가한 틈 없나니, 총망중에 몇 번이나 한가로움 훔치리오.[人生政自無閑暇 忙裏偸閑得幾回]”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비민[悲憫]  불쌍히 여기다. 가엾이 여기다. 슬퍼하고 동정하다.
  • 저닉[沮溺]  저익. 춘추시대 초(楚)나라의 은자(隱者)였던 장저(長沮)와 걸닉(桀溺)의 합칭으로 공자(孔子)와 동시대(同時代)를 살았다. 공자(孔子)가 제자들을 데리고 천하를 주유(周遊)하다가 초나라를 들러 채(蔡)나라로 돌아가던 도중에 장저와 걸닉이 함께 밭을 갈고 있는 것을 보고는 자로(子路)를 시켜 장저에게 나루를 묻게 했더니, 장저가 말하기를 “저 수레 고삐를 잡고 있는 분이 누구냐?[夫執輿者爲誰]”고 하므로, 자로가 공구(孔丘)라고 말하자, 장저가 말하기를 “그분은 나루를 알 것이다.[是知津矣]”라고만 하고 나루를 가르쳐 주지 않으므로, 다시 걸닉에게 물었으나 그 역시 나루는 가르쳐 주지 않고 쉬지 않고 밭일만 하고 있었다고 한다. <論語 微子> 후대에는 세상을 피해 사는 은자(隱者)를 지칭하게 되었다.
  • 망세[忘世]  세정(世情)을 잊는다는 뜻으로, 세속을 초탈함을 의미한다. 참고로, 논어(論語) 헌문(憲問)에 공자가 위(衛)나라에서 경쇠를 치고 있을 때에 마침 삼태기를 메고 그 집 앞을 지나던 사람이 세상일에 연연해한다며 공자를 비판하자, 공자가 그를 두고 “과감하도다, 어려울 것이 없겠구나.[果哉! 末之難矣.]”라고 하였는데, 그에 대한 주희(朱熹)는 집주(集註)에 “과감하다는 것은 그가 세상을 잊는 데 과감함을 탄식한 것이다.[果哉, 歎其果於忘世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譯文】 要救世,  勿避世.
讀書人應該以鑽研聖人之教為樂事,  怎能像嵇康·阮籍等人,  逾越軌範,  恣意放蕩?  聖人抱著悲天憫人之胸懷,  關心民生的疾苦,  並不效法長沮·桀溺的避世獨居,  不理世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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