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슬살이가 비록 성대하고 화려할지라도
항상 물러나 은거하는 멋을 생각한다면
권세에 대한 생각이 절로 가벼워질 것이고
세상살이가 비록 번잡하고 화려할지라도
늘 저 세상 황천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이욕에 대한 마음이 절로 덤덤해질 것이다.
仕途雖赫奕, 常思林下的風味, 則權勢之念自輕.
사도수혁혁, 상사임하적풍미, 즉권세지념자경.
世途雖紛華, 常思泉下的光景, 則利欲之心自淡.
세도수분화, 상사천하적광경, 즉이욕지심자담.
<菜根譚채근담 淸刻本청각본(乾隆本건륭본) : 應酬응수>
<醉古堂劍掃취고당검소/小窓幽記소창유기 : 醒성>
- 사도[仕途] 벼슬 길. 벼슬살이를 하는 길. 관직의 화려한 길. 벼슬살이. 벼슬아치 노릇을 하는 길. 관도(官途).
- 혁혁[赫奕] 빛나는 모양. 대단하고 성대한 것. 빛나고 밝아 남이 부러워하다.
- 임하[林下] 수풀 밑. 벼슬을 그만두고 물러나서 지내는 곳. 자연을 벗 삼아 고요함을 즐기는 일. 전야(田野). 은거하는 곳. 숲속이라는 뜻으로, 그윽하고 고요한 곳, 즉 벼슬을 그만두고 은퇴하여 지내는 곳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산림(山林). 참고로, 소식(蘇軾)의 식감시(食柑詩)에 “한 쌍의 비단 보자기로 진귀한 물건 나누어 주지 않았는데, 숲 아래에서 먼저 맛보니 쫓겨난 신하 부끄럽네.[一雙羅帖未分珍, 林下先嘗怪逐臣,]”라고 하였고, 당(唐)나라 승려 영철(靈澈) 시 동림사수위단자사(東林寺酬韋丹刺史)에 “늙은 몸 한가로이 다른 일 없으니, 삼베옷 입고 초막에 있어도 몸은 편하네. 만나는 사람마다 벼슬 버리고 간다지만, 임하에선 어디 한 사람이라도 본 적이 있었던가.[年老身閑無外事, 麻衣草坐亦安身. 相逢盡道休官去, 林下何曾見一人?]”라고 한 데서 보인다.
- 풍미[風味] 음식의 고상한 맛. 사람의 됨됨이가 고상하고 멋스러움. 사람의 됨됨이가 멋들어지고 아름다움. 풍도(風度). 풍채(風采). 맛. 분위기. 깊은 의미. 참고로, 한유(韓愈)의 답투주이사군서(答渝州李使君書)에 “온화하신 인품을 앙모하며 지금까지도 감히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慕仰風味, 未嘗敢忘.]”라고 하였고, 송(宋)나라 진사도(陳師道)의 재차운소공시양구양(再次韻蘇公示兩歐陽)에 “부중의 고장강이란 사람은 그 풍미가 국군과 같아라.[府中顧長康, 風味如麴君.]”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팔애시(八哀詩) 증태자태사여양군왕진(贈太子太師汝陽郡王璡)에 “온화한 옛 풍미를, 젊은 시절 이미 띠에 써두었다오.[溫溫昔風味, 少壯已書紳.]”라고 하였고, 육유(陸游)의 시 침상작(枕上作)에 “젊은 날 품은 의기 여전히 남아있어, 강동서 산 종이 위에 시름들을 적어보네.[猶有少年風味在, 吳箋著句寫淸愁]”라고 하였고, 세설신어(世説新語) 상서(傷逝)에 “지도림(支道林)은 법건(法虔)을 잃은 후에 정신을 상실하고 풍미를 잃었다. 항상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장석은 영인으로 인해 도끼를 버리고 백아는 종자기로 인해 거문고 줄을 끊어버렸으니, 내 경우를 미루어 다른 사람의 심정을 헤아려 보니 진실로 거짓이 아니구나. 지기가 세상을 떠나니 말을 해도 감상할 이 없구나. 마음이 답답하니 나는 장차 죽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1년 뒤에 지도림이 죽었다.[支道林喪法虔之後, 精神霣喪, 風味轉墜. 常謂人曰: 昔匠石廢斤於郢人, 牙生輟絃於鍾子, 推己外求, 良不虛也. 冥契既逝, 發言莫賞. 中心蘊結, 余其亡矣! 郤後一年, 支遂殞.]”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권세[權勢] 권력(權力)과 세력(勢力)을 아울러 이르는 말.
- 자경[自輕] 저절로 가벼워짐.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 추흥팔수(秋興八首) 가운데 제3수에 “함께 공부한 젊은이는 미천하지 않은 이들 많은데, 오릉의 옷과 말이 절로 가볍고 살졌구나.[同學少年多不賤, 五陵衣馬自輕肥.]”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세도[世途] 세상을 살아가는 길. 처세의 길. 세상살이. 세속의 길. 험난한 세상. 인생역정(人生歷程). 지금까지 세상을 살아온 과정. 참고로, 한악(韓偓)의 시 수우(守愚)에 “어리석음을 지키면 세상 험한지 모르고, 일 없으면 봄날이 길다는 걸 알게 된다.[守愚不覺世途險, 無事始知春日長.]”라고 하였다.
- 분화[紛華] 분잡하고 화려(華麗)함. 여러 사람이 북적거리고 번잡함. 번성하고 화려함. 대단히 화려함. 화려하게 꾸민 것. 번화하고 어수선한 것. 번잡스럽고 화려한 것. 사치가 지나쳐 화려하기 그지없는 것. 빛나고 화려함. 웅장하고 아름답다. 분화(紛華)는 번화하고 화려한 것으로, 세속적인 욕망을 뜻한다. 차고로, 사기(史記) 권23 예서(禮書)에 공자(孔子)의 제자 자하(子夏)가 “밖에 나가서는 번화하고 화려한 것들을 보고 기뻐하고, 들어와서는 부자의 도를 듣고 즐거워하여, 이 두 가지가 마음속에서 서로 싸워서 스스로 결단할 수가 없다.[出見紛華盛麗而說, 入聞夫子之道而樂, 二者心戰, 未能自決.]”라고 하였고, 한비자(韓非子) 유로(喩老)에도, 증자(曾子)가 자하(子夏)에게 살진 이유를 물으니, 자하가 “내가 집에 들어가서 선왕의 의를 보면 이것이 좋고, 밖으로 나와서 부귀의 낙을 보면 또 이것이 좋았으므로, 양자가 나의 가슴속에서 싸우며 승부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몸이 여위었는데, 지금은 선왕의 의가 이겼으므로 이렇게 살졌다.[吾入見先王之義則榮之, 出見富貴之樂又榮之, 兩者戰于胸中, 未知勝負, 故癯. 今先王之義勝, 故肥.]”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시 경산도중차운답주장관겸증소사승(徑山道中次韻答周長官兼贈蘇寺丞)에 “최근 몇 년 동안 분화와 싸웠는데, 점차 부자가 이기는 것을 느낀다.[年來戰紛華, 漸覺夫子勝.]”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천하[泉下] 황천(黃泉)의 아래라는 뜻으로, 죽어서 가는 저승을 이르는 말. 천하(泉下), 천양(泉壤)과 같은 말로 무덤을 뜻한다. 참고로, 한유(韓愈)의 시 고한(苦寒)에 “봄 귀신인 태호가 기강을 세우지 못한 채, 겨울 귀신 무서워 피하며 겸양만 한 나머지, 마침내 황천 아래의 싹들이 구부러지고 뾰족하게 나오다가 일찍 죽게 만들었네.[太昊弛維綱, 畏避但守謙. 遂令黃泉下, 萌牙夭勾尖.]”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시 차운서요문기설무저천(次韻舒堯文祈雪霧豬泉)에 “어찌 알았으랴 샘 속에 저룡이 숨어 있어, 누워서 천둥을 베고 지축을 밟고 있는 줄을.[豈知泉下有豬龍, 臥枕雷車踏陰軸.]”라고 하였고, 세설신어(世說新語) 품조(品藻)에 유도계(庾道季)가 “염파와 인상여는 비록 천 년 전에 죽은 사람이지만 늠름하게 늘 생기가 있고, 조여와 이지는 비록 현재 살아 있지만 미미하여 구천 아래 있는 사람 같다.[廉頗藺相如雖千載死人, 凜凜恒如有生氣 ; 曹蜍李志雖見在, 厭厭如九泉下人.]”라고 하였고, 당(唐)나라 웅유등(熊孺登)의 시 한식야망(寒食野望)에 “무덤 위에 꽃나무를 심지 말지니, 봄빛은 황천에 묻힌 사람과 상관이 없다오.[塚頭莫種有花樹, 春色不關泉下人.]”라고 하였고, 백거이(白居易)의 시 미지돈시회숙상차장서귀연자상인성이절(微之敦詩晦叔相次長逝巋然自傷因成二絶)에 “가을바람에 눈물이 옷깃을 적시니, 지하에는 친구가 많으리.[秋風滿衫淚, 泉下故人多.]”라고 한 데서 보인다.
- 황천[黃泉] 저승. 사람이 죽은 뒤에 그 혼이 가서 산다고 하는 세상. 땅속의 물. 고대 중국인들은 천지현황(天地玄黃)이라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땅 밑을 황천(黃泉)이라 하였다 하고, 다른 설에는 대지의 아주 깊은 곳에서 황색 물이 솟는다고 하여 황천(黃泉)이라고 하였다 한다. 참고로, 맹자(孟子) 등문공 하(滕文公下)에 “지렁이는 위로 마른 흙덩이를 먹고 아래로 황천을 마신다.[夫蚓, 上食槁壤, 下飮黃泉.]”라고 하였고, 한유(韓愈)의 시 이검(利劍)에 “아, 검과 나 다 함께 변화하여 황천으로 돌아가리.[嘻劍與我俱變化歸黃泉]”라고 하였고,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에 “위에는 하늘이 푸르러 끝이 없고 아래는 황천이니, 두 곳이 아득하여 모두 보이지 않는구나[上窮碧落下黃泉, 兩處茫茫皆不見]”라고 하였고, 장자(莊子) 전자방(田子方)에 “지인(至人)은 위로는 푸른 하늘을 엿보고 아래로는 황천(黃泉) 속에 잠기며 팔극을 자유로이 날아다니면서도 신기(神氣)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夫至人者, 上闚靑天, 下潛黃泉, 揮斥八極, 神氣不變.]”라고 하였고, 후한서(後漢書) 권97 당고열전(黨錮列傳) 범방(范滂)에 “후한(後漢)의 고사인 범방(范滂)이 환제(桓帝) 때 당고(黨錮)의 화(禍)에 연좌되어 체포령이 내리자, 함께 도망치자는 현령(縣令) 곽읍(郭揖)의 청을 뿌리치고 자진하여 감옥으로 나아갈 적에 그의 모친이 나와서 영결(永訣)을 하므로, 그가 모친에게 사뢰기를 ‘아우 중박이 효성스럽고 공경하여 넉넉히 어머니를 공양할 만합니다. 저는 이제 아버지 용서군을 따라 황천으로 돌아가면 생존한 이와 죽은 이가 각각 제자리를 얻게 될 것입니다. 오직 어머니께서는 차마 할 수 없는 은혜를 잘라 버리시어 너무 슬퍼하지 마소서.[仲博孝敬, 足以供養. 滂從龍舒君歸黃泉, 存亡各得其所. 惟大人割不可忍之恩, 勿增感戚.]’라고 하자, 그의 모친이 이르기를 ‘네가 지금 이응, 두밀과 명성을 나란히 하게 되었으니, 죽은들 무슨 여한이 있겠느냐. 이미 훌륭한 명성을 얻고 다시 오래 살기까지 바란다면 다 겸하여 얻을 수 있겠느냐.[汝今得與李、杜齊名, 死亦何恨? 旣有令名, 復求壽考, 可兼得乎?]’라고 하였는데, 범방은 모친께 하직 인사를 올리고 그길로 가서 처형을 당하였다.”고 한 고사에서 보인다.
- 광경[光景] 광음(光陰), 시광(時光). 벌어진 일의 상태와 모양. 벌어진 일의 형편이나 모양. 어떤 일이나 현상이 벌어지는 장면 또는 모양. 눈에 보이는 자연의 모습이나 현상. 좋지 못한 몰골. 경치. 경색. 풍경. 시간. 세월. 상황. 경우. 광휘(光輝). 화려하고 대규모적인 장면. 참고로, 이백(李白)의 시 상봉행(相逢行)에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으니, 순식간에 흰머리가 되어버리네.[光景不待人, 須臾成髮絲.]”라고 한 데서 보이고, 소식(蘇軾)의 시 송정건용(送程建用)에 “금년에 다시 기용되었다고 하니, 사책이 광경을 회복하리로다.[今年聞起廢, 魯史復光景.]”라고 한 데서 보인다. 또, 후한서(後漢書) 공도이전(邛都夷傳)에 이르기를 “청령현(靑蛉縣) 우동산(禹同山)에 벽계(碧鷄)와 금마(金馬)가 있는데 광경이 때때로 나타난다.[光景時時出現]”고 하였다. 이에 대한 주(註)에 화양국지(華陽國志)를 인용하여 이르기를 “벽계의 광경은 사람들이 흔히 볼 수 있다.”고 하였고, 후한서음의(後漢書音義)에는 “금은 말과 같고 벽은 닭과 같다.”고 하였다. 이것으로 보면 광경(光景)은 어떤 물체의 존재하는 모양·형태 같은 것을 사람이 직접 접근해서 본 것이 아니요 멀리서 바라보며 그 모양을 이러니저러니 하면서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 말이다. 그래서 완농광경(玩弄光景)이란 말도 있다. 자기가 직접 체험하고 똑바로 인식한 것이 아니라, 남의 말을 듣고 자기로서 짐작해서 이렇다 저렇다 주장해 보는 것을 ‘광경을 맞히는 장난’이라고 한다.
- 이욕[利慾/利欲] 이익(利益)을 탐내는 욕심(慾心). 사사로운 이익을 탐하는 마음. 사사로운 이익을 탐내는 욕심.
- 자담[自淡] 저절로 담담해짐. 저절로 담박해짐.
【譯文】 輕權且念, 淡私欲心.
仕進路途雖然顯赫煥奕, 常常想到山林下的風景趣味, 權宜苟且的念頭就自然減輕 ; 塵世路途雖然紛繁華麗, 常常想到黃泉下的光陰景象, 私利欲望的心思就自然淡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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