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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말 한 마디, 뜨거운 마음 한 점이면 [熱中淸冷 寒處赤熱] <채근담/격언연벽>


북적이고 떠들썩한 장소 안에서

몇 마디 맑고 서늘한 말을 뱉어낸다면

바로 한없는 살벌한 기운을 쓸어낼 수 있고

빈천하고 고달픈 삶의 길 위에서

한 점의 뜨거운 마음을 쏟아낸다면

저절로 수많은 삶의 의지를 길러낼 수 있다.


從熱鬧場中出幾句淸冷言語,  便掃除無限殺機.
종열료장중출기구청랭언어,  변소제무한살기.
向寒微路上用一點赤熱心腸,  自培植許多生意.
향한미로상용일점적열심장,  자배식허다생의.

<菜根譚채근담 淸刻本청각본(乾隆本건륭본) : 應酬응수>
<格言聯璧격언련벽 : 惠吉類혜길류>


  • 열료[熱鬧]  여러 사람이 모여 떠들썩함. 사람들이 붐벼 시끄러움. 흥분시키다. 번화하다. 즐겁게 하다. 벅적벅적하다. 왁자지껄하다. 흥청거리다. 떠들썩하게 놀다.
  • 기구[幾句]  몇 구절. 몇 마디.
  • 청랭[淸冷]  맑고 서늘하다. 맑고 시원하다. 쓸쓸하다. 고결하여 범하기 어렵다. 적막하다. 썰렁하다. 소리가 맑고 가락이 은은하다. 물이 맑고 참. 참고로, 당(唐)나라 한악(韓偓)의 시 우후월중옥당한좌(雨後月中玉堂閑坐)에 “녹향이 풍기는 얼음 쟁반 과일에 치아가 시리고, 수전의 바람에 서늘한 기운은 살갗을 스치네.[綠香熨齒氷盤果, 淸冷侵肌水殿風.]”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소제[掃除]  청소(淸掃). 더럽거나 어지러운 것을 쓸고 닦아서 깨끗하게 함. 먼지나 때 따위의 더러운 것을 말끔히 닦고 쓸어서 깨끗하게 함.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 장인산(丈人山)에 “백발을 물리칠 수 있는 황정이 있으니, 그대 후일 내 신선 같은 용모를 보게 될 걸세[掃除白髮黃精在, 君看他時氷雪容.]”라고 하였고, 한서(漢書) 권5 경제기(景帝紀)에 “찬(贊)에 ‘한나라가 일어나 번거롭고 가혹한 것을 제거하여 백성과 함께 편안히 쉬었다.[漢興, 掃除煩苛, 與民休息.]’고 하였다.”라고 하였고, 후한서(後漢書) 권66 진번열전(陳蕃列傳)에 “후한(後漢) 진번(陳蕃)이 어렸을 적에 설근(薛勤)이 ‘아동은 어찌하여 소제를 하고서 빈객을 맞지 않는가?’라고 묻자, 진번이 ‘대장부가 세상에 처하여 응당 천하를 소제해야지, 어찌 하나의 집을 일삼겠습니까.[大丈夫處世當掃除天下, 安事一室乎.]’라고 대답하니, 설근이 세상을 맑게 할 뜻을 품은 것을 알고는 매우 기이하게 여겼다.”는 고사에서 보인다.
  • 살기[殺機]  죽음의 계기(契機). 죽음의 기틀. 살벌한 기운. 죽이려는 마음. 살의(殺意). 살인 동기. 사람을 죽이는 기관. 참고로, 황제음부경(黃帝陰符經)에 “하늘이 살기를 발하면 별자리가 뒤바뀌고, 땅이 살기를 발하면 용이나 뱀이 땅으로 기어 나오며, 사람이 살기를 발하면 하늘과 땅이 뒤집어진다.[天發殺機, 移星易宿. 地發殺機, 龍蛇起陸. 人發殺機, 天地反覆.]”라고 하였다.
  • 살기[殺氣]  독살스러운 기운(氣運). 남을 죽이거나 해치려는 듯한 무서운 기운. 무시무시하고 거친 기운). 남을 해거나 죽이려는 사나운 기운.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 관안서병과부관중대명(觀安西兵過赴關中待命)에 “외로운 구름은 살기를 따르고, 나는 새는 원문을 피하네. 종일토록 머물러 즐거워하나, 성과 해자에서도 시끄러움 모르겠네.[孤雲隨殺氣, 飛鳥避轅門. 竟日留歡樂, 城池未覺喧.]”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 장유(長遊)에 “공동산엔 살기가 까맣게 뒤덮였고, 태자의 깃발이 이젠 천자의 황색.[崆峒殺氣黑, 少海旌旗黃.]”라고 한 데서 보인다.
  • 한미[寒微]  사람의 형편이 구차하고 신분이 변변하지 못함. 가난하고 지체가 변변하지 못함. 형편이나 지체가 구차하고 변변하지 못함. 집안이 가난하고 출신이 비천하다. 가난하고 권세가 없다. 구차하고 지체가 변변하지 못하다. 빈천하다.
  • 적열[赤熱]  타오를 듯이 뜨겁다. 물체가 빨갛게 달 때까지 가열함. 쇠붙이 따위를 빨갛게 달굼. 또는 그렇게 달구어진 상태.
  • 심장[心腸]  느끼는 심정. 감정이 우러나는 속 자리. 마음씨. 마음 씀씀이. 감정. 흥미. 기분. 재미. 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순환 계통의 중추 기관. 사물의 중심이 되는 곳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심장(心臟). 참고로, 청(淸)나라 때 여회(余懷)의 판교잡기(板橋雜記) 일사(軼事)에 “비록 송 광평의 철석 심장이라도 매화를 위하여 부를 짓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雖宋廣平鐵石心腸, 不能不爲梅花作賦也.]”라고 한 데서 보이고, 한유(韓愈)의 송맹동야서(送孟東野書)에, 맹교(孟郊)·이고(李翶)·장적(張籍)에 대해 말하기를 “알지 못하겠다. 하늘이 장차 그들의 소리를 화락하게 하여 국가의 성대함을 울리게 할 것인가, 아니면 장차 그들의 몸을 곤궁하고 굶주리게 하며 그들의 마음속을 그립고 시름겹게 하여 스스로 그들 자신의 불행을 울게 할 것인가.[抑不知天將和其聲, 而使鳴國家之盛邪?抑將窮餓其身, 思愁其心腸, 而使自鳴其不幸邪?]”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배식[培植]  식물을 가꾸고 심음. 재배하다. 가꾸다. 인재를 양성하다. 세력을 부식하여 키우다.
  • 허다[許多]  이렇게 많이. 이렇게 크게. 아주 많이. 매우 많음. 대단히 많은. 좋다. 허다한. 상당하다. 참고로, 이청조(李淸照)의 사(詞) 무릉춘(武陵春)에 “쌍계에 띄울 나뭇잎 같은 작은 배에는, 많고 많은 내 시름을 싣고 갈 수 없네.[只恐雙溪舴艋舟, 載不動許多愁.]”라고 하였고, 심경부주(心經附註) 권2 군자낙득기도장(君子樂得其道章)에 “북송(北宋)의 한 조사(朝士)가 오랫동안 정호(程顥)를 만나지 못하다가 한번은 그를 만나서 ‘백순의 이와 같은 총명으로 어찌하여 허다한 때에 끝내 머리를 돌려 조정으로 돌아오려 하지 않는가?[以伯淳如此聰明, 因何許多時, 終不肯回頭來?]’라고 물으니 정호(程顥)가 ‘머리를 돌렸다가 착오를 저지를까 두려워해서이다.[蓋恐回頭錯耳]’라고 대답하였다.”는 고사에서 보이고, 소학(小學) 가언(嘉言)에 주자(朱子)가 “고령(古靈)이 세속을 교유(敎諭)한 글은 평정(平正)하고 간이(簡易)하되 허다한 일들을 모두 다 말하였으니, 저 한 개의 큰 흉금이 수많은 것을 포괄하였음을 알 수 있다.[古靈諭俗一文, 平正簡易, 許多事都說盡, 可見他一箇大胸襟, 包得許多也.]”라고 칭찬하였다는 데서 보인다.
  • 생의[生意]  만물(萬物)을 낳는 뜻, 또는 만물의 살려는 뜻. 생기(生氣). 생명력. 활기. 원기. 하늘과 땅이 만물을 낳아 기르는 기상. 만물(萬物)을 낳고 자라게 하는 의지. 어떤 일을 하려고 마음을 먹음. 무엇을 하려고 하는 마음. 사사로운 정을 일으킴. 장사. 영업. 참고로, 청(清) 주량공(周亮工)의 경자가평오일설초문욕사새외(庚子嘉平五日雪初聞欲徙塞外)에 “멀리 노송나무 잎을 보자니 생기가 흘러넘치네.[遙看松栝葉, 生意已津津.]”라고 하였고, 근사록(近思錄) 권14 관성현(觀聖賢)에 “주무숙(周茂叔: 주돈이周敦頤)이 창 앞에 있는 풀을 제거하지 않기에 그 이유를 물었더니, 말하기를 ‘나 자신의 의사와 똑같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周茂叔牕前草不除去, 問之, 云與自家意思一般.]”라고 하였는데, 그 주(註)에 “천지의 생의가 유행하고 발육하니, 오직 인자는 낳고 낳는 뜻이 가슴속에 충만하므로, 이것을 볼 때 마음에 맞음이 있는 것이다.[天地生意, 流行發育, 惟仁者, 生生之意, 充滿胸中, 故觀之有會於其心者.]”라고 하였고, 근사록(近思錄) 권1 도체류(道體類)에 “천지가 만물을 내놓는 기상을 관찰한다.[觀天地生物氣象]”라는 정명도(程明道)의 말이 실려 있는데, 그 주(註)에 “주염계(周濂溪)가 창 앞의 풀이 무성해도 베지 않으면서[窓前草不除去], 저 풀 역시 내 속의 생각과 같을 것이다.[與自家意思一般]고 말한 것도 바로 이 뜻이다.”라고 하였다. 이 말은 풀의 ‘살려는 뜻[生意]’이 자신의 살려는 뜻과 같기 때문에 베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 맹자(孟子) 이루 상(離婁上)에 “낙(樂)의 실재는 이 두 가지를 즐거워하는 것이다. 즐거워하면 생겨날 것이니, 생겨난다면 어찌 그만둘 수 있으랴.[樂之實, 樂斯二者, 樂則生矣, 生則惡可已矣]”라는 대목의 낙즉생(樂則生)에 대해 맹자집주(孟子集註)에 “즐거워하면 생겨난다는 것은 화순(和順) 종용(從容)하여 억지로 힘쓰지 않아도 사친(事親)과 종형(從兄)의 뜻이 유연(油然)하게 스스로 일어남이 초목(草木)에 살려는 뜻이 있음과 같다.[樂則生矣, 謂和順從容, 無所勉强, 事親從兄之意, 油然自生, 如草木之有生意也]”라고 풀이한 데서 보인다.

【譯文】 熱中淸冷,  寒處赤熱.
從熱鬧場所中說幾句冷靜的話,  就能打掃淸除無數殺害心機  ;  向寒微路途上用一點赤熱的心,  自然培養扶植許多生命意味.  //  在復雜的場合中,  說幾句公道話,  便能化解許多麻煩.  對貧困的人,  用一點熱心腸,  能栽培許多有用的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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