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은 탐욕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니
내가 정말로 탐욕 부리지 않는다면
어찌 굳이 청렴하다는 명성을 드러내
탐욕스러운 자들의 눈 흘김을 부르는가.
겸양은 다툼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니
내가 진실로 다투려 들지 않는다면
어찌 굳이 겸양이라는 과녁을 내세워
난폭한 자들이 활시위를 당기게 하는가.
廉所以戒貪. 我果不貪, 又何必標一廉名, 以來貪夫之側目.
염소이계탐. 아과불탐, 우하필표일렴명, 이래탐부지측목.
讓所以戒爭. 我果不爭, 又何必立一讓的, 以致暴客之彎弓.
양소이계쟁. 아과부쟁, 우하필입일양적, 이치폭객지만궁.
<菜根譚채근담 淸刻本청각본(乾隆本건륭본) : 應酬응수>
<醉古堂劍掃취고당검소/小窓幽記소창유기 : 素소>
※ 취고당검소(醉古堂劍掃)와 소창유기(小窓幽記)에는 “청렴은 탐욕을 경계하려는 것이거늘, 내가 정녕 탐욕스럽지 않다면 어찌 굳이 청렴하다는 명성을 드러내어 탐욕스런 자들의 질시를 받으려 하겠는가. 양보는 다툼을 멈추게 하는 것이거늘, 내가 정녕 다툴 뜻이 없다면 또 어찌 굳이 겸양하다는 명성을 내세워 무뢰배들의 공격을 초래하겠는가.[廉所以懲貪, 我果不貪, 何必標一廉名, 以來貪夫之側目 ; 讓所以息爭, 我果不爭, 又何必立一讓名, 以致暴客之彎弓?]”라고 되어 있어 약간 다르다.
- 소이[所以] 어떤 일을 하게 된 이유. ~한 이유는. ~한 까닭은. 일이 생기게 된 원인이나 조건. 인과관계의 문장에서 결과나 결론을 나타낸다. 그러니. 그러므로. 그래서. 그런 까닭에. 때문에. 가이(可以: ~할 수 있다. 가능하다.) 인과 관계의 문장에서 원인과 결과나 결론을 나타낸다. 참고로, 주역(周易) 건괘(乾卦) 문언(文言) 구삼(九三)에 “군자는 덕을 진취시키고 학업을 닦나니, 충과 신이 덕을 진취시키는 길이요, 문사(文辭)를 닦아서 그 성실함을 세움이 공업을 보유(保有)하는 길이다.[君子進德修業, 忠信, 所以進德也, 修辭立其誠, 所以居業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가이[可以] ~할 수 있다. 가능하다. ~할 가치가 있다. ~해도 좋다. ~해도 된다.
- 과연[果然] 생각한대로. 만약 ~한다면. 결과에 있어서도 참으로.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주로 생각과 실제가 같음을 확인할 때에 쓴다. / 배부른 모양. 果(과)는 열매를 뜻하는 글자인데 과일의 형태가 둥근 데서 배부름을 뜻하게 되었다. 참고로, 사기(史記) 권7 항우본기(項羽本紀)에 “항우(項羽)가 함양(咸陽)의 백성을 죽이고 진나라 궁궐을 불사르자, 한생(韓生)이라는 자가 관중(關中)은 사방이 막혀 요새가 되고 땅이 비옥하여 도읍할 만하다고 항우에게 간언하였는데, 항우는 “부귀해지고 나서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은 비단옷 입고 밤길을 가는 것과 같다.[富貴不歸故鄕, 如衣繡夜行耳.]”라고 하며 듣지 않았다. 한생이 물러나 “초나라 사람은 원숭이가 갓을 쓴 격이라 하더니 과연 그렇구나.[楚人沐猴而冠耳, 果然.]”라고 하자, 항우가 그 말을 듣고 한생을 삶아 죽였다.”라는 고사에서 보이고,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가까운 교외에 가는 자는 세 끼 밥만 가지고 갔다가 돌아와도 배가 여전히 부르고, 100리를 가는 자는 전날 밤에 양식을 찧어서 준비해야 하고, 1000리를 가는 자는 석 달 동안 양식을 모아야 한다.[適莽蒼者, 三飡而反, 腹猶果然, 適百里者, 宿舂糧 適千里者, 三月聚糧.]”라고 한 데서 보인다.
- 하필[何必] 어찌하여 반드시. 다른 방도를 취(取)하지 아니하고 어찌 꼭. 무슨 필요(必要)가 있어서. 구태여 ~할 필요가 있는가. ~할 필요가 없다. 하필 ~하다. 참고로, 가의(賈誼)의 조굴원부(弔屈原賦)에 “구주를 돌아다니며 임금을 도울 것이니, 어찌 반드시 이 도읍만을 생각하겠는가.[歴九州而相其君兮, 何必懐此都也.]”라고 한 데서 보이고, 논어(論語) 양화(陽貨)에 “공산불요(公山弗擾)가 비(費) 땅을 근거로 반란하여 공자를 초빙하였다. 공자가 초빙에 응하려고 하자, 자로(子路)가 ‘안 가면 그만이지 하필 공산씨에게 간단 말입니까?[末之也已, 何必公山氏之之也?]’라고 하며 불쾌해하였다. 이에 공자가 ‘나를 부르는 사람이 어찌 괜히 부르기야 하겠는가. 만일 나를 등용해주는 이가 있다면 나는 동주(東周)를 이룩하리라.[夫召我者, 而豈徒哉. 如有用我者, 吾其爲東周乎!]’라고 하였다.”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염명[廉名] 청렴하다는 명성. 청렴하다고 이름이 나는 것.
- 이래[以來] 지나간 어느 일정한 때로부터 지금까지. 또는 그 뒤. 그 뒤로. 어느 일정한 때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래(拿來: 죄인을 잡아 옴). 참고로, 근사록(近思錄) 권3 치지(致知)에 “의리에 의심스러운 것이 있으면 옛 견해를 깨끗이 씻어 버리고 새로운 생각으로 나아가야 한다.[義理有疑, 則濯去舊見, 以來新意.]”라고 한 데서 보이고, 주자어류(朱子語類) 권14에 주희(朱熹)가 논하기를 “문자를 볼 적에는 마음을 비우고 예전에 들었던 것을 씻어 버리고 나서 새롭게 본다.[看文字, 只要虛心, 濯去舊聞, 以來新見.]”라고 한 데서 보인다.
- 탐부[貪夫] 재물을 탐하는 사람. 욕심이 많은 사내. 탐욕스러운 사내. 욕심 많은 속인. 한나라 가의(賈誼)의 복조부(鵩鳥賦)에 “탐부는 재물 때문에 죽고 열사는 명예 때문에 죽으며, 뛰어난 사람은 권세에 죽고 평범한 사람은 삶을 탐한다.[貪夫殉財兮, 烈士殉名. 夸者死權兮, 品庶每生.]”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시 용미연가(龍尾硯歌)에 “황종의 옥이나 백호의 구슬이나 하늘이 아낌없이 내주지만, 다만 걱정은 탐부가 그 보물을 품고 있다가 죽는 것.[黃琮白琥天不惜, 顧恐貪夫死懷璧.]”이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측목[側目] 곁눈질을 함. 무섭고 두려워서 바로보지 못하고 곁눈으로 보는 것. 미워서 눈을 흘겨보는 것. 질투하여 곁눈질함. 곁눈으로 보다. 질시하다. 정면으로 보지 않다.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 화응(畵鷹)에 “몸 솟구쳐 교활한 토끼를 생각하고, 흘기어 보는 눈은 수심 짓는 오랑캐의 눈과 비슷하네.[攫身思狡兎 側目似愁胡]”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양적[讓的] 겸손(謙遜)하다는 표적. 겸양(謙讓)이라는 표적.
- 이치[以致] ~이 되다. ~를 가져오다. ~을 가져오다. ~을 초래하다. 참고로, 주역(周易) 계사 하(繫辭下) 5장에 “의를 정밀히 연구하여 신묘한 경지에 들어가는 것은 치용(致用)을 위한 것이다.[精義入神, 以致其用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폭객[暴客] 함부로 난폭(亂暴)한 행동(行動)을 하는 사람. 함부로 사나운 행동을 하는 사람. 강도(強盜). 무뢰한. 도적(盜賊). 참고로, 주역(周易) 계사전 하(繫辭傳下)에 “문을 겹겹이 하고 딱딱이를 쳐서 도적을 대비한다.[重門擊柝, 以待暴客.]”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만궁[彎弓] 활을 잡아당김. 화살을 쏘려고 활시위를 잡아당김. 시위를 당기다. 활을 달 모양으로 만들다. 만궁(挽弓). 납궁(拉弓). 활시위를 가득 잡아당기는 것을 이른다. 참고로, 가의(賈誼)의 과진론(過秦論)에 “오랑캐들이 감히 남쪽으로 내려와 말을 먹이지 못하였고, 장사들이 감히 활을 당겨 원수를 갚지 못하였다.[胡人不敢南下而牧馬, 士不敢彎弓而報怨.]”라고 하였고, 송서(宋書) 권49와 남사(南史) 권17 괴은열전(蒯恩列傳)에 “남조(南朝) 송 무제(宋武帝) 즉 유유(劉裕)가 손은(孫恩)을 정벌할 때, 괴은(蒯恩)이 고을에서 마초(馬草)를 베는 일에 징발되어, 항상 다른 사람보다 훨씬 많은 꼴짐을 지고 와서 땅에 던지며 탄식하기를 ‘대장부가 삼 석의 활을 당겨야지, 어떻게 마부에 충당될 수가 있는가.[大丈夫彎弓三石, 奈何充馬士.]’라고 하였는데, 무제가 이 말을 듣고는 바로 그에게 기장(器仗)을 지급하여 정벌에 참여하게 해서 큰 공을 세우게 하였다.”는 고사에서 보이고, 한시외전(韓詩外傳)에 “옛날에 초(楚)나라의 웅거자(熊渠子)가 밤길을 가다가 누워 있는 바위를 엎드려 있는 호랑이로 보고 활을 힘껏 당겨 쏘았는데 화살의 깃까지 박혔다. 내려가 보고서야 그것이 돌인 줄 알았다.[昔者楚熊渠子夜行, 寢石, 以爲伏虎, 彎弓而射之, 沒金飮羽. 下視, 知其爲石.]”라고 한 데서 보인다.
【譯文】 不標廉名, 不立讓的.
淸廉可以戒除貪婪. 我如果不貪婪, 又何必標榜一個淸廉名聲, 以此引來貪婪人士的側目. 謙讓可以戒除爭奪. 我如果不爭奪, 又何必樹立一個謙讓標的, 以此招致强暴人士的彎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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