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박함을 지키는 것은
모름지기 번화한 데서 시험되어 나와야 하고
차분함을 지니는 것은
도리어 번잡한 데서 점검되어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을 다잡음이 안정되지 못하고
적절히 운용함이 원만하지 못하여
어쩌다 한 번 드러나 상품의 선사가 되었다가
다시 하품의 통속적인 선비로 떨어질까 두렵다.
淡泊之守, 須從濃艶場中試來.
담박지수, 수종농염장중시래.
鎭定之操, 還向紛紜境上勘過.
진정지조, 환향분운경상감과.
不然操持未定, 應用未圓,
불연조지미정, 응용미원,
恐一臨機登壇, 而上品禪師又成一下品俗士矣.
공일임기등단, 이상품선사우성일하품속사의.
<菜根譚채근담 淸刻本청각본(乾隆本건륭본) : 應酬응수>
※ 소창유기(小窓幽記)와 취고당검소(醉古堂劍掃)에는 “澹泊之守, 須從穠豔場中試來. 鎭定之操, 還向紛紜境上勘過.”라고 되어 있다.
- 담박[淡泊] 담박하다. 마음이 담담하고 물욕이 없다. 공명(功名)에 무심하다. 욕심(慾心)이 없고 마음이 깨끗하다. 명리(名利)를 좇지 않다. 재물, 명예, 사랑, 미움 등에 끌리지 아니하는 담담하고 소박한 마음. 맛이나 빛이 산뜻하다. 담백하고 맛이 없다. 참고로, 제갈량(諸葛亮)의 계자서(誡子書)에 “군자의 행동은 고요함으로써 몸을 닦고 검약함으로써 덕을 기르니, 담백한 마음이 아니면 뜻을 밝힐 수 없고, 편안하고 고요한 마음이 아니면 먼 데 이를 수 없다.[夫君子之行, 靜以修身, 儉以養德, 非澹泊無以明志, 非寧靜無以致遠.]”라고 하였다.
- 수종[須從] 모름지기 따르다. 참고로, 심경부주(心經附註) 안연문인장(顔淵問仁章)에 “극기는 모름지기 성질이 편벽되어서 이기기 어려운 곳부터 이겨 나가야 한다.[克己, 須從性偏難克處克將去.]”라는 사양좌(謝良佐)의 말에서 보인다.
- 농염[濃艶] 화사하리만큼 아름다움. 요염하고 아름다움. 한껏 무르익은 아름다움. 화려하다. 호사스럽고 시끄럽게 즐기기를 좋아하다. 아주 화려함. 요염함. 참고로, 이백(李白)의 양귀비(楊貴妃)의 아름다움을 찬양한 시(詩) 청평사(淸平詞) 기이(其二)에 “꽃 한 송이 요염하고 향기에 이슬 어렸는데, 무산의 구름과 비는 부질없이 창자만 끊는구나. 여보게나 한(漢) 나라 궁중에 누구와 비슷하려나, 귀엽게도 조비연의 새 단장 말쑥하구려.[一枝濃艶露凝香, 雲雨巫山枉斷腸. 借問漢宮誰得似, 可憐飛燕倚新妝.]”라고 한 데서 보인다. 농염(穠豔).
- 진정[鎭定/鎮定] 마음이 안정되어 움직임이 없는 것. 마음이 가라앉아 안정됨. 반대하는 세력 따위를 진압하여 평정함. 반대 세력이나 기세를 강압적인 힘으로 억눌러 편안하게 함. 침착하다. 진정시키다. 마음을 가라앉히다. 차분하다. 냉정하다. 진정(鎮定). 침착함.
- 환향[還向] 이쪽으로 향하여 돌아옴. 방향을 돌려 돌아옴.
- 분운[紛紜] 말이나 일 등이 많고 어지럽다. 많고 난잡하다. 분분하다. 혼란스럽다. 이러니저러니 말이 많음. 여러 사람의 의논이 일치하지 아니하고 이러니저러니 하여 시끄럽고 떠들썩함. 세상이 떠들썩하여 복잡하고 어지러움. 일이 얼크러짐. 분운(紛雲). 참고로, 손자수(孫子髓)에 “분운(紛紜)은 어지러운 모양이고, 혼돈(渾沌)은 머리와 꼬리가 없는 것이다.[紛紜, 亂貌, 渾沌, 無頭眉也.]”라고 하였으며, 또 “분운(紛紜)은 세(勢)이고, 혼돈(渾沌)은 형(形)이다.”라고 하였고, 세설신어(世說新語) 언어(言語)에 “분분한 의론을 성감(聖鑑)으로써 결단하였다.[紛紜之議, 裁之聖鑑.]”라고 하였고, 양서(梁書) 무제기(武帝紀)에 “우리 국가가 금구와 같아 한 곳도 손상되거나 이지러진 곳이 없는데, 지금 갑자기 후경의 땅을 받아들인다면 어찌 마땅한 일이겠는가, 혹시라도 분란을 불러온다면 후회막급이다.[我國家如金甌, 無一傷缺, 今忽受景地, 詎是事宜, 脱致紛紜, 悔之何及.]”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감과[勘過] 검사(檢査)하여 통과(通過)시킴. 검사하거나 검열하여 통과시킴을 이른다.
- 조지[操持] 마음을 잡다. 사무를 처리하다. 장악하다. 관리하다. 사업 따위를 경영하다. 준비하다. 계획하여 시행하다. 처리하다. 계획하다. 심신을 잘 관리하고 경영하는 것.
- 응용[應用] 원리(原理)나 지식(知識)을 실제적인 사물에 적용하여 이용함. 이론이나 지식, 원리 따위를 실제에 적용하거나 이용함.
- 임기[臨機] 어떤 때에 임(臨)함. 어떤 일정한 기회나 고비에 처함.
- 등단[登壇] 처음으로 나타나다. 어떤 사회적 분야에 처음으로 등장함. 문단(文壇)이나 화단(畵壇) 등의 특수한 사회분야에 처음으로 나타남. 연단(演壇) 또는 교단(敎壇)에 오름. 왕조(王朝) 때 대장(大將) 벼슬에 오름을 이르던 말. 회맹(會盟), 제사, 사신 접대 등 국가의 중요한 의식. 진언종에서, 승려가 아니면서 절에서 불도를 닦는 사람이 관정(灌頂)을 받는 불문에 듦. 등단(登壇)은 대장(大將)에 임명되었다는 말이니, 옛날 장수의 권위를 높여 주기 위해 단을 쌓고 예식을 행했던 고사에서 유래한다. 참고로, 사기(史記) 권92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에, 가난하게 살던 한신(韓信)이 소하(蕭何)의 추천으로 대장이 될 때, 소하는 유방(劉邦)으로 하여금 단을 만들고 예식을 행하여 그의 권위를 높여주게 한 것에서 유래하여 장수를 임명하는 것을 이르게 되었다. 소하(蕭何)가 한 고조(漢高祖)에게 한신(韓信)을 떠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길일을 택하여 재계(齋戒)하고 단장(壇場)을 만들어 대장(大將)에 임명해야 된다고 청하였던 데서 보인다.
- 상품[上品] 상등의 품위. 질이 좋은 물품. 극락정토의 최상급. 구품(九品) 정토(淨土)에서 상생(上生), 중생(中生), 하생(下生) 각각의 윗자리에 있는 세 품(品). 참고로, 사방득(謝枋得)의 창포가(昌蒲歌)에 “사람들 말에 창포는 종류가 여러 가지로되, 상품은 아홉 마디로 선령을 통한다고 하네.[人言昌蒲非一種, 上品九節通仙靈.]”라고 하였고,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에 “극락세계(極樂世界)에 왕생(往生)하는 이는 수행(修行)의 높고 낮음에 따라 상품 상생(上品上生)에서 하품 하생(下品下生)까지 구종(九種)의 차별이 있다”라고 하였다.
- 선사[禪師] 선종(禪宗)에서 참선하여 진리를 통달한 스님. 선종의 법리(法理)에 통달한 승려. 고려(高麗) 시대(時代)에, 선종(禪宗)의 법계(法階) 가운데 하나. 대선사(大禪師)의 아래, 삼중대사(三重大師)의 위이다. 참고로, 전등록(傳燈錄) 고령신찬선사(古靈神瓚禪師)조에 “고령 선사가 하루는 창문 아래서 불경을 보는데, 마침 벌 한 마리가 창문 종이에 붙어서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선사가 그것을 보고 이르기를 ‘세계가 이렇게 광활한데 나가려 하지 않고 묵은 창 종이만 뚫고 있구나.’라고 했다.[古靈禪師一日在窓下看經, 蜂子投窓紙求出, 師覩之曰: 世界如許廣闊, 不肯出, 鑽他故紙.]”라고 하였다.
- 하품[下品] 낮은 품위. 같은 종류의 물건 중에서 가장 품질이 낮은 물건. 하등의 품위(品位). 질이 나쁜 물품. 구품(九品) 정토(淨土)에서 상생(上生), 중생(中生), 하생(下生) 각각의 아랫자리에 있는 세 품(品).
- 속사[俗士] 세속적인 일에 능한 선비. 학예(學藝)나 견식(見識)이 뛰어나지 아니한 평범한 선비나 평범한 사람. 출가인의 안목으로 보는 세속의 사람. 식견이 저급한 어리석은 사람. 학예가 모자란 사람. 참고로, 소식(蘇軾)의 시 어잠승녹균헌(於潛僧綠筠軒)에 “밥상에 고기가 없는 것은 괜찮지만, 사는 집에 대나무가 없을 수야 있겠는가. 고기가 없으면 몸이 마를 뿐이지만, 대나무가 없으면 마음이 비속해진다오. 몸이 마른 거야 살지게 할 수 있다지만, 선비 속된 것이야 의원이 어떻게 고치겠소.[可使食無肉, 不可居無竹. 無肉令人瘦, 無竹令人俗. 人瘦尙可肥, 俗士不可醫.]”라고 하였고, 남조(南朝) 송(宋)의 공치규(孔稚圭)가 지은 북산이문(北山移文)에, 주옹(周顒)이라는 사람이 산속에서 은사(隱士)로 살다가 벼슬살이하러 산을 떠났는데 뒤에 다시 돌아오려고 하니 산신령이 격분한 나머지 격문[移文]을 돌려 다시는 그가 산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자 산속의 나무와 풀들도 노하여 나뭇가지를 날려 수레를 막고 풀잎 등으로 길을 가리면서 “속된 사람의 수레를 돌리시오. 신령을 위해 도망간 객을 사절하오.[請回俗士駕, 爲君謝逋客.]”라고 한 데서 보이고, 삼국지(三國志) 촉지(蜀志) 제갈량전(諸葛亮傳)에, 사마휘(司馬徽)가 시무를 묻는 유비(劉備)에게 “유생과 속된 선비가 어찌 시무를 알겠습니까? 시무를 아는 자는 준걸 가운데 있으니, 이 지역에 와룡과 봉추가 있습니다.[儒生俗士, 豈識時務, 識時務者在乎俊傑, 此間自有伏龍鳳雛.]”라고 한 데서 보인다.
【譯文】 操持堅定, 應用圓通.
恬淡寂泊的操守, 必須從濃烈豔麗場合中試煉出來 ; 鎭靜安定的操持, 還要向紛繁雜亂情境上難堪過來, 不然操守秉持尙未堅定, 應對運用尙未圓通, 恐怕一旦面臨機遇登上壇場, 上等品位的禪師就又變成一個下等品味的世俗人士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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