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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엄하다 멀리하지 말고, 살갑다 영합하지 말아야 [毋畏難親 毋喜易合] <채근담>


군자는 근엄하기가 단단한 돌과 같아서

두려움에 그와 친해지기 어려우므로

야광명주 보물을 괴물로 여기듯

칼을 뽑아 치려는 마음이 일지 않는 이가 드물고

소인은 살갑기가 기름덩어리와 같아서

즐거움에 그와 쉽게 영합하게 되므로

독충의 독을 다디단 엿으로 여기듯

찍어 먹고 싶은 욕망을 따르지 않는 이가 드물다.


君子嚴如介石而畏其難親,  鮮不以明珠爲怪物而起按劍之心.
군자엄여개석이외기난친,  선불이명주위괴물이기안검지심.
小人滑如脂膏而喜其易合,  鮮不以毒螫爲甘飴而縱染指之欲.
소인활여지고이희기이합,  선불이독석위감이이종염지지욕.

<菜根譚채근담 淸刻本청각본(乾隆本건륭본) : 應酬응수>


  • 개석[介石]  바위처럼 확고부동한 마음. 지조가 돌처럼 확고함. 절개(節介)를 굳게 지킴. 매우 개결한 절개. 자신의 신념과 어긋날 때에는 지조를 돌처럼 굳게 지키는 확고부동한 마음. 때가 이르는 기미를 알고 굳게 그 절개를 지키어 떠남. 개석(介石)은 개우석(介于石)의 준말로 돌보다 단단하다는 의미이다. 주역(周易) 예괘(豫卦) 육이효(六二爻)에 “지조가 돌보다 단단한지라 하루가 다 안 가서 떠나니 정하고 길하다.[介于石. 不終日, 貞吉.]”라고 하였고, 주역(周易) 계사전 하(繫辭傳下)에서 공자가 “기미를 앎이 신묘하도다. 군자는 윗사람과 사귀면서 아첨하지 않고 아랫사람과 사귀면서 모독하지 않으니, 기미를 아는 것이다. 기(幾)는 동(動)의 은미함으로 길흉이 먼저 나타난 것이니, 군자는 기미를 보고 일어나서 하루를 마치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주역에 이르기를 ‘절개가 돌과 같아 하루를 마치지 않고 떠나가니, 정(貞)하고 길(吉)하다.’라고 하였다. 절개가 돌과 같으니, 어찌 하루를 마치겠는가. 결단함을 알 수 있다. 군자는 은미함을 알고 드러남을 알며, 유(柔)를 알고 강(剛)을 아니, 만부(萬夫)가 우러른다.[知幾其神乎! 君子上交不諂, 下交不瀆, 其知幾乎! 幾者, 動之微, 吉之先見者也, 君子見幾而作, 不俟終日. 易曰: ‘介于石, 不終日, 貞吉.’ 介如石焉, 寧用終日? 斷可識矣. 君子知微知彰, 知柔知剛, 萬夫之望.]”라고 하였다.
  • 난친[難親]  친해지기 어려움. 가까이하기 어려움. 예기보주(禮記補註)에 “소인(백성)은 물에 빠지고 군자(사대부)는 말에 빠지고 대인(천자와 제후)은 백성에게 빠지니, 모두 설만히(하찮게) 여기는 바에 있는 것이다. 물은 사람에게 친근하나 사람을 빠뜨리니, 그 덕이 친압하기 쉬우나 가까이하기 어려우므로 사람을 빠뜨리기 쉽다. 쓸데없는 말이 많으면 남에게 있어서는 번거로워, 말이 나오기는 쉽고 뉘우치기는 어려우므로 사람을 빠뜨리기 쉽다. 백성은 인정에게 가려져 비루한 마음이 있어서, 경외할 만하고 소홀히 할 수 없으므로 사람을 빠뜨리기 쉽다. 그러므로 군자는 삼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小人溺於水, 君子溺於口, 大人溺於民, 皆在其所䙝也. 夫水近於人而溺人, 德易狎而難親也, 易以溺人. 口費而煩, 易出難悔, 易以溺人. 夫民閉於人而有鄙心, 可敬不可慢, 易以溺人. 故君子不可以不愼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선불[鮮不]  ~하지 않음이 드물다. ~하지 않을 수 없다.
  • 불이[不以]  ~가 아니다. ~으로 하지 않다. ~으로 한 것은 아니다. 불위(不爲). 불인(不因). 참고로, 예기(禮記) 표기(表記)에 “군주를 섬기되 큰 말이 받아들여지면 큰 이로움을 바라고, 작은 말이 받아들여지면 작은 이로움을 바란다. 그러므로 군자는 작은 말로써 큰 녹봉을 받지 않으며 큰 말로써 작은 녹봉을 받지 않으니, 주역(周易) 대축괘(大畜卦)에 이르기를 ‘군자가 집에서 밥을 먹지 않아서 길하다.’고 하였다.[事君, 大言入則望大利 ; 小言入則望小利. 故君子不以小言受大祿 ; 不以大言受小祿. 易曰: ‘不家食, 吉.’]”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명주[明珠]  고운 빛이 나는 아름다운 구슬. 아름다운 보배 구슬. 방합(蚌蛤) 속에서 생긴 진주(眞珠). 광택이 나는 진주. 야광명주(夜光明珠). 밤이나 어두운 곳에서 빛을 내는 구슬. 야광주(夜光珠). 대합조개에서 나오는 진주 비슷한 구슬로 밤중에도 빛을 발하는 보주(寶珠). 남의 시문(詩文)을 찬미하여 이른 말. 훌륭한 인재를 뜻하는 말. 참고로, 한유(韓愈)가 노정(盧汀)에게 수답한 시 수노급사곡강하화행(酬盧給事曲江荷花行)에서 노정이 준 시 96자(字)를 가리켜 “나에게 밝은 구슬 96개를 보내주니, 글자마다 찬 빛이 뼛속을 비치는 것 같네.[遺我明珠九十六, 寒光映骨睡驪目.]”라고 하였고, 후한서(後漢書) 권68 부융열전(符融列傳)과 그 주석에 “부융(符融)이 태학에서 이응(李膺)을 사사(師事)하다가 곽태(郭泰)를 한 번 만나보고는 감탄한 나머지 이응에게 소개하면서 ‘바다 속의 구슬이 아직 빛을 발하지 않고, 새 중의 봉황이 나래를 아직 펴지 않은 격이다.[海之明珠, 未燿其光, 鳥之鳳凰, 羽儀未翔.]’라고 말하였다.”고 한 데서 보이고, 한(漢)나라 추양(鄒陽)이 모함을 받고 투옥된 뒤 옥중에서 양 효왕(梁孝王)에게 상소한 글 가운데 “명월주나 야광벽을 밤중에 갑자기 길에 던지면 누구나 칼을 어루만지며 노려보게 됩니다. 왜냐하면 까닭 없이 보배가 앞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明月之珠, 夜光之璧, 以闇投人於道路, 人無不按劍相眄者. 何則, 無因而至前也.]”라고 한 명주암투(明珠暗投)의 고사에서 보인다. <史記 卷83 鄒陽列傳>
  • 괴물[怪物]  괴상(怪狀)하게 생긴 물체(物體). 아주 괴팍한 사람. 괴상한 사람을 비유적(比喩的)으로 이르는 말. 특정 분야의 일에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참고로, 매성유(梅聖兪)의 일식가행(日蝕歌行)에 “늙은 까마귀의 거처가 이미 본디 편안한지, 세 발로 버티고 서서 어찌 그리 게으른가. 너는 지금 부리가 있어도 쪼지 않고, 너는 지금 발톱이 있어도 할퀴지 않네. 괴물이 천안을 가리는 것 구경만 하니, 이제부터 일을 줄이고 너의 몸 보존하라.[老鴉居處已自穩, 三足鼎峙何乖慵. 而今有觜不能噪, 而今有爪不能攻. 任看怪物翳天眼, 方且省事保爾躬.]”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안검[按劍]  검의 손잡이를 쥠. 칼을 빼려고 칼자루에 손을 댐. 손으로 검을 어루만지다. 칼을 잡다. 곧 칼을 빼 공격할 것처럼 보이는 것을 가리킨다. 칼을 빼려고 칼자루에 손을 대는 것 또는 칼로 내려칠 기세를 이른다. 사기(史記) 권83 노중련추양열전(魯仲連鄒陽列傳)에 “신은 들으니, 명월주(明月珠)나 야광벽(夜光璧)을 어두운 밤 길 가는 사람에게 던져 줄 경우, 칼을 어루만지며 노려보지 않을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까닭 없이 보물이 앞에 이르기 때문입니다.[臣聞明月之珠, 夜光九璧, 以闇投入於道路, 人無不按劍相眄者, 何則? 無因而至前也.]”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 안검지심[按劍之心]  칼을 잡는 마음. 공격하려는 마음. 한(漢)나라 때 추양(鄒陽)이 양왕(梁王)에게 올린 글에 “명월주나 야광벽 같은 보배를 암암리에 길 가는 사람에게 던져주면 칼자루를 어루만지며 노려보지 않을 사람이 없으니, 그 까닭은 까닭 없이 보배가 자기 앞에 떨어졌기 때문이다.[明月之珠、夜光之璧, 以闇投人於道路, 人無不按劍相眄者, 何則? 無因而至前也.]”라고 하였는데, 이를 원용한 말이다. <史記 卷83 鄒陽列傳>
  • 지고[脂膏]  기름덩이. 지방(脂肪). 기름진 고기. 부유한 지위. 부유한 고을. 뇌물. 재물. 백성의 피와 땀. 백성이 고생하여 얻은 성과. 노고(勞苦)하여 얻은 수익(收益). 재부(財富). 고혈(膏血). 지고막윤(脂膏莫潤). 지고불윤(脂膏不潤). 참고로, 동관한기(東觀漢記) 권15 공분열전(孔奮列傳)에, 동한(東漢)의 공분이 고장(姑臧)이라는 부유한 고을에 4년 동안 수령으로 있으면서 재물을 탐내지 않고 청렴한 자세로 일관하자, 당시 사람들이 “기름 덩어리 속에 놔두었건만 제 몸 하나도 윤택하게 하지 못한다.[置脂膏中, 亦不能自潤.]”라고 조롱했다는 지고막윤(脂膏莫潤), 지고불윤(脂膏不潤)의 고사에서 보이고, 후한서(後漢書) 권79 중장통열전(仲長統列傳)에 후한(後漢)의 정론가인 중장통(仲長統)의 이란편(理亂篇)에, 무능한 임금을 비판하여 “굶주린 이리로 하여금 푸줏간을 지키게 하고, 배고픈 호랑이로 하여금 우리에 있는 돼지를 기르게 하여, 마침내 천하의 고혈을 쥐어짜고 살아 있는 사람의 골수를 발라낸다.[使餓狼守庖廚, 餓虎牧牢豚, 遂至熬天下之脂膏, 斮生人之骨髓.]”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 황어(黃魚)에 “날마다 파동의 계곡을 보니, 싱싱한 황어를 끌어올리네. 기름은 개의 먹이를 겸하는데, 길고 커서 몸을 용납할 곳이 없도다.[日見巴東峽, 黃魚出浪新. 脂膏兼飼犬, 長大不容身.]”라고 하였고, 예기(禮記) 내칙(內則)에 “씀바귀나 부추는 햇것과 묵은 것을 섞어 쌀뜨물로 부드럽게 하고 기름기로 기름지게 하여, 부모나 시부모님이 맛보신 뒤에 물러난다.[堇荁枌楡免薧, 滫瀡以滑之, 脂膏以膏之. 父母舅姑, 必嘗之而後, 退.]”라고 하였는데, 그 주(註)에 “수(滫)는 오래된 쌀뜨물이고, 수(瀡)는 매끄러움이니, 수수(滫瀡)는 쌀뜨물 중에 매끄러운 것이다. 엉긴 것을 지(脂)라 하고 풀린 것을 고(膏)라 하니 달게 하고 매끄럽게 하고 기름지게 한다는 것은 모두 음식의 맛을 조화롭게 함을 이른다.[滫, 說文: ‘久泔也.’ 瀡, 滑也. 滫瀡, 滫之滑者也. 凝者爲脂; 釋者爲膏. 甘之·滑之·膏之, 皆謂調和飮食之味也.]”라고 하였다.
  • 이합[易合]  쉽게 영합(迎合)하다. 쉽게 계합(契合)하다. 쉽게 부합(附合)하다. 쉽게 하나가 되다.
  • 독석[毒螫]  독충(毒虫). 독을 가진 벌레. 독이 있는 것들이 사람이나 동물을 쏘거나 찌름. 벌, 전갈, 뱀 등과 같은 독충이 독침이나 독니로 공격하는 행위. 매우 음흉하다. 음험하다. 참고로, 시경(詩經) 대아(大雅) 상유(桑柔)에 “백성들이 난을 바라서 해독을 끼치는 것을 편안히 여기도다.[民之貪亂, 寧爲荼毒.]”라고 하였는데, 진호(陳澔)의 주(注)에 “탐(貪)은 욕(欲)과 같다. 도(荼)는 쓴 나물이고 독(毒)은 쏘는 독충이다. 이 시는 여왕(厲王)을 풍자한 것이니, 백성들이 정사의 혼란함을 괴로워하여 나라가 혼란하고 멸망하기를 바랐다. 그러므로 도고(荼苦)와 독석(毒螫)의 행실을 하는 것을 편안히 여겨서 서로 침해하고 사납게 대하여 돌아보지 않음을 말한 것이다.[貪, 猶欲也. 茶, 苦菜也, 毒, 螫蟲也. 刺厲王, 言民苦政亂, 欲其亂亡, 故寧爲荼苦毒螫之行, 以相侵暴而不之恤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감이[甘飴]  다디단 엿. 달콤한 엿. 달달한 엿.
  • 염지[染指]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봄. 분수 밖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 염지(染指)는 손가락을 솥 속에 넣어 국물의 맛을 본다는 뜻으로, 남의 물건을 옳지 못한 방법으로 가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과분한 이익을 보려 하다. 욕망에 끌려 손을 대다. 자기 몫이 아닌 이익을 취하다. 부당한 이익을 취하다. 부정한 물건을 남몰래 가지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선공(宣公) 4년에 “초인(楚人)이 정 영공(鄭靈公)에게 자라를 바쳤다. 공 자송(公子宋: 자공子公)이 자가(子家)와 함께 영공(靈公)을 뵈러 가는데 자공(子公)의 식지(食指)가 움직이니, 이를 자가(子家)에게 보이며 말하기를 ‘전일(前日)에 이런 일이 있으면 반드시 별미(別味)를 맛보았다.’고 하였다. 두 사람이 궁중(宮中)으로 들어가니, 재부(宰夫)가 자라를 해체(解體)하고 있으므로 두 사람은 서로 바라보며 웃었다. 영공(靈公)이 웃는 까닭을 묻자, 자가(子家)가 그 이유(理由)를 고(告)하였다. 대부(大夫)들에게 자라 고기를 먹일 때 자공(子公)을 불러만 놓고 자라 고기를 주지 않으니, 자공(子公)은 노(怒)하여 자라 국이 담긴 솥에 손가락을 담가 맛을 보고 나갔다. 그러자 영공(靈公)은 노(怒)하여 자공(子公)을 죽이려 하였다. 자공(子公)이 자가(子家)와 먼저 임금을 죽일 것을 모의(謀議)할 때 자가(子家)가 말하기를 ‘늙은 가축(家畜)도 오히려 죽이기를 꺼리는 것인데, 하물며 임금이겠는가?’라고 하며 반대하자, 자공(子公)이 도리어 영공(靈公)에게 자가(子家)를 참소(讒訴)하니 자가(子家)는 겁이 나서 자공(子公)의 뜻을 따라 여름에 영공(靈公)을 시해(弑害)하였다.[楚人獻黿於鄭靈公, 公子宋, 與子家將見, 子公之食指動, 以示子家, 曰, 他日我如此, 必嘗異味, 及入, 宰夫將解黿, 相視而笑, 公問之, 子家以告, 及食大夫黿, 召子公而弗與也, 子公怒, 染指於鼎, 嘗之而出, 公怒, 欲殺子公, 子公與子家謀先, 子家曰, 畜老猶憚殺之, 而況君乎, 反譖子家, 子家懼而從之, 夏弑靈公.]”라고 한 고사에서 보인다. 그래서 후세에 정당히 자기에게 돌아오지 않는 것을 함부로 넘어다보는 데 쓰는 말이 되었다. 염지우정(染指于鼎). 염지수연(染指垂涎).

【譯文】 毋畏難親,  毋喜易合. / 君子如介石,  小人如脂膏.
君子威嚴如碑石因而畏懼他難以親近,  鮮少不因將明珠當作怪物產生按劍的念頭  ;  小人狡猾如油脂因而喜歡他容易迎合,  鮮少不因將毒螫當作甘飴放縱染指的欲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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