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기세를 살피고 빠르게 은밀하게 시기적절하게 <呻吟語신음어>


미묘한 것은 미리 정할 수도 말로 전할 수도 없으니

일에 임하여 때에 임하여 조짐을 살피고 형세를 헤아려

때로는 표정만으로 때로는 짧은 말 한마디로

때로는 빠른 번개처럼 때로는 먹구름이 드리우듯

시기적절하게 하는 데 힘써

상대가 알게 할 필요도 없고 남을 놀라게 할 필요도 없이

때에 따라 잘 지키고 잘 드러내야만 하니

한 번 어긋나면 바로 생사의 갈림길이 된다.


妙處先定不得,  口傳不得,  臨事臨時,  相幾度勢,
묘처선정부득,  구전부득,  임사임시,  상기도세,
或只須色意,  或只須片言,  或用疾雷,  或用積陰,
혹지수색의,  혹지수편언,  혹용질뢰,  혹용적음,
務在當可,  不必彼覺,  不必人驚,  卻要善持善發,  一錯便是死生關.
무재당가,  불필피각,  불필인경,  각요선지선발,  일착변시사생관.

<呻吟語신음어 : 應務응무>


  • 묘처[妙處]  심오하고 미묘한 진리. 묘(妙)한 곳. 묘하고 좋은 곳. 참고로, 주자어류(朱子語類) 권95 정자지서(程子之書)에 “내가 형이하에서 말한 것은 결국 기에서 광채를 많이 발출하는 것이 신이라는 말이다.[所以某就形而下說, 畢竟就氣處多, 發出光彩便是神.]”라고 하였고, “신은 바로 마음 가운데 지극히 오묘한 곳이니, 기 속에 섞어 두고 말하면 또한 단지 기일 뿐이지만, 그러나 신은 또 기 가운데 정묘한 곳이다.[神卽是心之至妙處, 滾在氣裏說, 又只是氣, 然神又是氣之精妙處.]”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선정[先定]  먼저 결정하다. 먼저 정하다.
  • 부득[不得]  못한다. 못하고. 하지 못할. 어떤 압력이나 제한 때문에 불가능하다. 동사 뒤에 붙어서, ‘~해서는 안 된다’나 ‘~할 수가 없다’를 나타냄.
  • 구전[口傳]  말로 전(傳)하여 내려옴. 말로 전함. 글에 의하지 않고 예로부터 말로 전해 내려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 고려(高麗)·조선(朝鮮) 시대(時代)에, 삼품(三品) 이하(以下)의 관원(官員)을 선임(選任)할 때 이조(吏曹)나 병조(兵曹)에서 낙점(落點)을 거치지 않고 왕(王)의 구두(口頭) 명령(命令)을 받아 뽑던 일.
  • 임사[臨事]  어떤 일에 임(臨)함. 어떤 일을 대함. 일을 시작하려는 때. 참고로, 논어(論語) 술이(述而)에 삼군을 인솔하고 전쟁터에 나간다면 누구와 함께 가겠냐는 자로(子路)의 물음에, 공자(孔子가 “범을 맨손으로 잡으려 하고 하수를 맨몸으로 건너려다가 죽어도 뉘우침이 없는 자를 나는 함께 하지 않을 것이니, 반드시 일을 당하면 두려워하고 계책을 내기를 좋아하여 성공하는 자라야 할 것이다.[暴虎馮河, 死而無悔者, 吾不與也. 必也臨事而懼, 好謀而成者也.]”라고 하였다.
  • 임시[臨時]  정(定)해진 시간(時間)에 이름. 또는 그 무렵. 항구적이 아닌 일시적인 동안. 그 때 상황을 봐서. 미리 정하지 아니하고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정한 것. 미리 얼마 동안으로 정하지 아니한 잠시 동안. 원래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정하는 일.
  • 상기[相幾]  기미를 살피다. 조짐을 살피다. 낌새를 채다.
  • 도세[度勢]  형세를 헤아리다.
  • 지수[只須]  다만 ~만 하면.
  • 색의[色意]  표정.
  • 편언[片言]  한마디의 말. 간단(簡單)한 말. 한쪽 사람이 하는 말. 서투른 말씨, 더듬거리는 말씨. 표준적인 말씨에서 벗어난 말, 사투리가 섞인 말. 편어. 척언(隻言). 참고로, 논어(論語) 안연(顔淵)에서 공자가 “한마디 말로 옥사를 결단할 수 있는 자는 아마도 자로일 것이다.[片言可以折獄者, 其由也與!]”라고 하였고, 춘추곡량전(春秋穀梁傳) 서문에 “공자의 한 글자 표창이 화려한 곤룡포를 내려 주는 것보다 뛰어난 영예이고, 한마디 폄언이 시장에서 회초리질 당하는 것보다 더한 수치이다.[一字之褒, 寵踰華袞之贈, 片言之貶, 辱過市朝之撻.]”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질뢰[疾雷]  몹시 심한 번개. 일이 번개처럼 아주 빨리 일어나는 것. 참고로, 육도(六韜) 군세(軍勢)에 “빠른 우레에 미처 귀를 막지 못하고, 빠른 번개에는 미처 눈을 감지 못한다.[疾雷不及掩耳, 迅電不及瞑目.]”라고 하였고,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 “지인은 신묘하고 측량할 수 없다. 큰 연못을 태워버릴 뜨거운 불도 그를 뜨겁게 할 수 없고, 황하와 한수를 얼어붙게 할 추위도 그를 춥게 할 수 없으며, 산을 깨트리는 빠른 우레나 바다를 흔들어놓는 거센 바람도 그를 놀라게 할 수 없다.[至人神矣! 大澤焚而不能熱, 河漢沍而不能寒, 疾雷破山, 風振海而不能驚.]”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적음[積陰]  음기가 가득 쌓인 것. 계속하여 날이 흐림. 쌓이고 쌓인 음기(陰氣)라는 뜻으로 한기(寒氣)나 겨울철을 이르는 말. 깊은 물. 참고로, 회남자(淮南子) 천문훈(天文訓)에 “양(陽)의 열기가 쌓이면 불이 생기며 화기(火氣) 중에 정(精)한 것이 해가 된다. 음(陰)의 한기가 쌓이면 물이 되며 수기(水氣) 중에 정한 것이 달이 된다.[積陽之熱氣生火, 火氣之精者爲日. 積陰之寒氣爲水, 水氣之精者爲月.]”라고 하였고, 주역(周易) 복괘(復卦)에 대한 주희(朱熹)의 주(注)에 “쌓인 음의 아래에서 하나의 양이 다시 생겨나니 천지가 만물을 낳는 마음이 거의 사라졌다가 이때 이르러 다시 회복되는 것을 볼 수 있다.[積陰之下, 一陽復生, 天地生物之心, 幾於滅息而至此乃復, 可見.]”라고 하였다.
  • 인경[人驚]  남을 놀래다. 사람을 놀라게 하다. 참고로, 이백(李白)의 시 부득백로사송송소부입삼협(賦得白鷺鷥送宋少府入三峽)에 “사람에게 놀란 백로 멀리 날아가다가, 곧장 사군탄 여울로 향하는구나.[人驚遠飛去. 直向使君灘.]”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시 식근이월석연병헌자공중서공…(軾近以月石硯屛獻子功中書公…)에 “대범이 홀연히 긴 노래를 불렀나니, 그 말이 달의 옆구리를 찢고 나와서 사람을 놀라게 하였도다. 소범도 당연히 그 뒤를 이어서, 닭이 울듯이 계명성(啓明星)의 마음을 설파해 주시기를.[大范忽長謠, 語出月脇令人驚. 小范當繼之, 說破星心如雞鳴.]”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선지[善持]  잘 지킴. 참고로, 회남자(淮南子)에 “승리를 잘 지키는 자는 강하면서 약한 척한다.[善持勝者, 以强爲弱.]”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일착[一錯]  한 번 어긋나면. 한 번 잘못하면. 한 번의 잘못.
  • 변시[便是]  다른 것이 없이 곧. 다른 것이 아니라 곧. 다른 것이 아니라 이것이 곧. 여기서 ‘便’은 음(音)이 ‘변’이고, ‘是’는 ‘~이다’라는 의미의 술어이다.
  • 사생관[死生關]  죽고 사는 관건(關鍵). 죽고 사는 관문. 삶과 죽음이 갈라지는 곳을 말한다.
  • 관건[關鍵]  사물(事物)의 가장 중요한 곳. 어떤 사물이나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부분. 어떤 일의 성패나 추이를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나 요인. 빗장과 자물쇠를 아울러 이르는 말.

Leave a Reply

Copyright (c) 2015 by 하늘구경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