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당하여 한결같이 침착하고 태연하면
어지럽기 엉클어진 실타래와 같더라도
결국에는 실마리가 풀리게 되고
남을 대함에 조금도 속이고 숨김이 없으면
비록 교활하기가 산귀신과 같더라도
저절로 정성을 다 바쳐오게 된다.
遇事只一味鎭定從容, 縱紛若亂絲, 終當就緖.
우사지일미진정종용, 종분약난사, 종당취서.
待人無半毫矯僞欺隱, 雖狡如山鬼, 亦自獻誠.
대인무반호교위기은, 수교여산귀, 역자헌성.
<菜根譚채근담 淸刻本청각본(乾隆本건륭본) : 應酬응수>
- 우사[遇事] 일이 발생하다. 일에 부딪치다.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만나다.
- 일미[一味] 첫째가는 좋은 맛. 그저. 줄곧. 한결같이. 덮어놓고. 오로지. 외곬으로(만). 일당(一黨). 부처의 교설(敎說)이 겉으로 보기에는 여러 가지인 듯하나, 그 본지(本旨)는 하나라는 뜻. 한약종(漢藥種)의 일품.
- 진정[鎭定/鎮定] 마음이 안정되어 움직임이 없는 것. 마음이 가라앉아 안정됨. 반대하는 세력 따위를 진압하여 평정함. 반대 세력이나 기세를 강압적인 힘으로 억눌러 편안하게 함. 침착하다. 진정시키다. 마음을 가라앉히다. 차분하다. 냉정하다. 진정(鎮定). 침착함.
- 종용[從容] 침착(沈着)하고 덤비지 않음. 침착하고 여유가 있는 모양. 말이나 또는 하는 것이 왁자지껄하지 않고 매우 얌전한 모양. 성격이나 태도가 차분하고 침착하다. 태도가 조용하다. 시간이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 천천히 하다. 침착하다. 넉넉하다. 느긋하다. 한가롭다. 순조롭다. 거동하다. 당황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다. 빙빙 돌다. 늦추다. 타일러 부추기다. 꼬드기다. 조용의 원말. 서태(舒泰)하고 느슨한 모양이다. 참고로, 예기(禮記) 치의(緇衣)에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은 입는 옷이 변하지 아니하고 행동거지에 일정한 규칙이 있어야 백성들의 귀감이 될 수 있고 그리하여 백성들의 도덕이 하나로 모일 수 있다.[長民者, 衣服不貳, 從容有常, 以齊其民, 則民德壹.]”라고 한데 대하여, 공영달(孔穎達)은 소(疏)에 “종용은 행동에 평상시와 다름없는 것을 말한다.[從容謂擧動有其常度.]”라고 한 데서 보이고, 장자(莊子) 추수(秋水)에, 장자(莊子)와 그의 친구 혜자(惠子)가 호수(濠水)의 다리 위에서 노닐 때, 장자가 말하기를 “피라미가 나와서 조용히 노니, 이것이 물고기의 즐거움일세.[鯈魚出游從容, 是魚樂也.]”라고 하자, 혜자가 말하기를 “자네는 물고기가 아닌데 물고기의 즐거움을 어떻게 알겠는가.[子非魚, 安知魚之樂也.]”라고 한 데서 보이고, 굴원(屈原)의 초사(楚辭)에 “순임금님은 만날 수 없으니, 누가 나의 거동을 알아나 줄까?[重華不可迕兮, 孰知余之從容.]”라고 한데서 보이고, 중용장구(中庸章句) 제20장에 “성실한 자는 하늘의 도요, 성실히 하려는 자는 사람의 도이니, 성실한 자는 힘쓰지 않고도 도에 맞으며 생각하지 않고도 알아서 종용히 도에 맞으니 성인이요, 성실히 하려는 자는 선을 택하여 굳게 잡는 자이다.[誠者, 天之道也; 誠之者, 人之道也, 誠者, 不勉而中, 不思而得, 從容中道, 聖人也. 誠之者, 擇善而固執之者也.]”라고 하였고, 근사록(近思録) 정사류(政事類)에 “일시적으로 감격하고 분개해서 자기 몸을 죽이기는 쉬워도, 의연히 의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기는 어렵다.[感慨殺身者易, 從容就義者難.]”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종[縱] 비록. 가령(假令). 설령(設令). 설령 ~일지라도. 설령~이더라도. 설령~하더라도. 예의를 무시하고 함부로 행동함.
- 난사[亂絲] 엉클어진 실. 헝클어진 실타래. 뒤얽힌 실오리라는 뜻으로, 여러 일들이 어지럽게 얽혀 풀기 힘든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난마(亂麻).
- 종당[終當] 나중에는 마땅히. 마침내. 끝내. 결국. 마지막에는. 참고로, 송(宋)나라 때 구양수(歐陽脩)가 단계(端谿)의 녹석침(綠石枕)과 기주(蘄州)의 죽점(竹簟)을 얻고 나서 매우 기뻐하여 지은 시[古詩二十一首]에 “끝내는 자리 걷고 베개 들고 떠나서, 맑은 영미에 집 짓고 밭을 사서 살아야지.[終當卷簟携枕去, 築室買田淸潁尾.]”라고 하였고, 도연명(陶淵明)의 귀전원거(歸田園居) 네 번째 시에 “인생은 환상과 같아 끝내 공허한 데로 돌아가리라.[人生似幻化, 終當歸空無.]”라고 하였고, 진서(晉書) 권90 오은지열전(吳隱之列傳)에 “진(晉)나라 때 청렴하기로 유명한 오은지(吳隱之)가 부패 풍조가 만연된 광주(廣州)에 자사(刺史)로 가서, 한 번 마시기만 하면 탐욕스럽게 된다는 탐천(貪泉)의 샘물을 떠 마시고는, 시를 짓기를 ‘옛사람이 말하기를 이 물은 한 번 마시면 천금을 생각게 한다지. 백이(伯夷)·숙제(叔齊)에게 이 물을 마시게 해도, 끝내 그 마음을 바꾸지 않으리.[古人云此水, 一歃懷千金. 試使夷齊飮, 終當不易心.]’라고 하고는 자신의 청렴한 절조를 계속 유지하였다.”고 한 고사에서 보인다.
- 취서[就緖] 실마리가 잡히다. 일이 잘 되어 감. 일이 두서 있게 진척됨. 일을 처음 시작함. 갈피가 잡히다. 궤도에 오르다. 자리가 잡히다. 일이 진척되기 시작하다. 실마리가 풀리다. 업(業)에 나아감. 사업을 시작함. 참고로, 시경(詩經) 상무(常武)에 “왕께서 윤씨에게 이르사 정백(程伯) 휴보에게 명하여 좌우로 열을 벌여 우리 군대를 경계하여 저 회수를 따라 이 서주 땅을 살피시니 머무르지 아니하고 거처하지 아니하여 삼사가 실마리에 나아가게 하도다.[王謂尹氏, 命程伯休父. 左右陳行, 戒我師旅. 率彼淮浦, 省此徐土. 不留不處, 三事就緖.]”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대인[待人] 다른 사람을 상대함. 사람을 대접하다. 사람을 대우하다. 사람을 기다림. 사람을 기다리다. 무엇을 기다리는 사람. 참고로, 당(唐)나라 장구령(張九齡)의 제장연공문(祭張燕公文)에 “현경으로 사람을 대하고 빈 배로 사람들을 건네주었네.[懸鏡待人, 虚舟濟物.]”라고 하였고, 이백(李白)의 시 상봉행(相逢行)에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으니, 순식간에 흰머리가 되어버리네.[光景不待人, 須臾成髮絲.]”라고 하였고, 주자대전(朱子大全) 권55 답웅몽조(答熊夢兆)에 웅몽조(熊夢兆)가 “사람을 대하고 사물을 접하는 도리는 어떠해야 합니까?[待人接物之道, 如何?]”라고 묻자, 주희(朱熹)가 “처심(處心)하고 지기(持己)하는 도리를 알게 되면 사람을 대하고 사물을 접하는 데에 저절로 준칙이 있을 것입니다.[知所以處心持己之道, 則所以接人待物, 自有凖則.]”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교위[矯僞] 속여 꾸밈. 거짓됨.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작위적으로 바꿈. 僞는 ‘爲’와 같다.
- 기은[欺隱] 속이어 감춤. 속이고 감춤.
- 산귀[山鬼] 산에 산다는 일종의 정령(精靈). 산에 사는 두억시니. 산귀(山鬼)는 전설상의 외발 괴물이다. 귀(鬼)라고 한 것은 정신(正神)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조(南朝) 송(宋)나라 정집지(鄭緝之)의 영가군기(永嘉郡記)에 “안고현(安固縣)에 산귀(山鬼)가 있는데, 형체는 사람과 같으나 외발이고, 길이는 한 자 남짓한데 소금을 좋아해서 벌목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온 소금을 번번이 훔쳐 간다. 사람을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들도 감히 범하지 않는데 사람이 건드리면 이롭지 못하다. 산골짜기에서 게를 잡아먹기 좋아한다.[安固縣有山鬼, 形體如人而一腳, 裁長一尺許, 好噉鹽, 伐木人鹽輒偷將去. 不甚畏人, 人亦不敢犯, 犯之即不利也. 喜於山澗中取食蟹.]”라고 하였다.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 유회태주정십팔사호(有懷台州鄭十八司戶)에 “산귀는 유독 다리가 하나뿐이고, 살무사는 나무처럼 기다랗네.[山鬼獨一脚, 蝮蛇長如樹.]”라고 하였고, 봉수설십이장판관견증(奉酬薛十二丈判官見贈)이라는 시에서는 “병들어 누우니 산 귀신을 알아보고, 농사를 짓다 보니 땅 모양을 알게 되네.[臥病識山鬼, 爲農知地形]”라고 하였으며, 이거공안산관(移居公安山館)이라는 시에서는 “산귀는 등잔불을 불어 껐는데 부엌엔 밤이 이슥하도록 사람들 이야기 소리.[山鬼吹燈滅, 廚人語夜闌.]”라고 하였고, 사남석망(祠南夕望)에서는 “백 길의 뱃줄로 강 빛에 끌어당겨라, 외로운 배를 석양에 띄우네. 흥이 나매 막대 짚고 신 신으니, 시야가 끊어진 곳엔 또 구름과 물이로다. 산도깨비는 봄 대에 헷갈리거늘, 상아는 저녁 꽃에 의지했도다. 호남의 맑고 머나먼 땅에서, 만고에 한번 길이 슬퍼하노라.[百丈牽江色, 孤舟泛日斜. 興來猶杖屨, 目斷更雲沙. 山鬼迷春竹, 湘娥倚暮花. 湖南淸絶地, 萬古一長嗟.]”라고 하였다.
- 산귀[山鬼] 초사(楚辭) 구가(九歌)의 편명(篇名)이다. 시의 전문은 “산모퉁이에 누군가 듯하니, 벽려 옷에 여라를 매었네. 정을 듬뿍 담고서 나를 보고 웃음이여, 산귀(山鬼) 그대도 요조한 나를 좋아하는지. 붉은 표범을 타고 얼룩무늬 삵을 쫓음이여, 목련 수레에는 계수나무 깃발을 맸네. 석란을 걸치고 두형으로 만든 허리띠 매고, 향기로운 꽃 따서 그대에게 보내네. 나는 종일 하늘이 보이지 않는 그윽한 대숲에 살고, 길마저 험해 홀로 늦게 왔다네. 산 위에 홀로 우뚝 서면, 구름은 뭉게뭉게 산 아래로 흘러가네. 하늘은 아득하고 어두워 대낮이 밤과 같으니, 동풍이 불면 신령께서 비를 내리리. 사랑하는 님의 곁에 머무르며 편안히 돌아가기를 잊으면 좋겠지만, 노쇠한 나를 누가 영화롭게 해 주리. 무산에서 영지를 캐는데 돌은 어지러이 쌓여 있고, 칡넝쿨은 이리저리 엉켜 있네. 실의에 빠져 돌아갈 것을 잊게 만든 그대를 원망하니, 그대는 나를 생각하지만 틈을 낼 수는 없겠지. 산중의 사람이 두약을 따며, 바위틈의 물을 마시고 송백의 그늘에서 쉬도다. 그대가 나를 그리워하는지 의심을 하네. 천둥소리 우르릉대고 비는 침침하게 내리니, 원숭이는 슬피 울어 밤에도 그치지 않네. 솨솨 바람 불어 나뭇잎 우수수 떨어지니, 그대 생각에 부질없이 시름에 젖네.[若有人兮山之阿, 被薜茘兮帶女羅. 旣含睇兮又宜笑, 子慕予兮善窈窕. 乘赤豹兮從文貍, 辛夷車兮結桂旗. 被石蘭兮帶杜衡, 折芳馨兮遺所思. 余處幽篁兮終不見天, 路險難兮獨後來. 表獨立兮山之上, 雲容容兮而在下. 杳㝠㝠兮羌晝晦, 東風飄兮神靈雨. 留靈脩兮憺忘歸, 歲旣晏兮孰華予. 采三秀兮於山間, 石磊磊兮葛蔓蔓. 怨公子兮悵忘歸, 君思我兮不得間. 山中人兮芳杜若, 飮石泉兮蔭松柏, 君思我兮然疑作. 靁塡塡兮雨冥冥, 猨啾啾兮又夜鳴. 風颯颯兮木蕭蕭, 思公子兮徒離憂.]”이다.
- 헌성[獻誠] 정성(精誠)을 다하여 바침.
【譯文】 遇事鎭定, 待人赤誠.
遇到事情只要一直沉著鎭靜從容應對, 縱然紛繁宛若亂絲, 終究應當有了條理 ; 對待他人沒有半點矯飾虛偽欺騙隱瞞, 雖然狡捷猶如山鬼, 也是自然奉獻誠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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