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봄바람처럼 따뜻하면
비록 주머니에 돈 한 푼 없을지라도
도리어 어려운 이를 가엾이 여기게 되고
기골이 가을 물처럼 맑으면
설령 집안에 네 벽만 서 있을지라도
끝까지 높은 이에게 도도하게 굴게 된다.
肝腸煦若春風, 雖囊乏一文, 還憐煢獨.
간장후약춘풍, 수낭핍일문, 환련경독.
氣骨淸如秋水, 縱家徒四壁, 終傲王公.
기골청여추수, 종가도사벽, 종오왕공.
<菜根譚채근담 淸刻本청각본(乾隆本건륭본) : 應酬응수>
<醉古堂劍掃취고당검소/小窓幽記소창유기 : 豪호>
- 간장[肝腸] 간(肝)과 창자. ‘애’나 ‘마음’을 비유적(比喩的)으로 이르는 말.
- 철석간장[鐵石肝腸] 간장(肝腸)이 철석(鐵石) 같다. 쇠나 돌같이 굳은 마음. 굳센 의지나 굳은 지조. 변하지 않는 절개. 강직한 심성.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마음. 굳센 의지와 지조가 있는 마음. 견강하고 깨끗한 지조(志操). 송나라 전의(錢顗)가 일찍이 시어사(侍御史)가 되었을 때 대단히 강직하여 권귀(權貴)에게 아부하지 않았으므로, 소식(蘇軾)이 일찍이 그에게 준 시 전안도석상령가자도복(錢安道席上令歌者道服)에 “오부 선생은 간장이 무쇠로 만들어졌기에, 서릿바람이 거세게 불어도 추운 줄을 모르네.[烏府先生鐵作肝, 霜風卷地不知寒.]”라고 한 것으로 인하여, 세인들이 그를 철간어사(鐵肝御史)라 칭한 데서 온 말이다. 참고로, 당 현종(唐玄宗) 때의 현상(賢相)으로 광평군공(廣平郡公)에 봉해진 송경(宋璟)이 일찍이 매화부(梅花賦)를 지었던바, 뒤에 시인 피일휴(皮日休)가 자신의 도화부서(桃花賦序)에서 송경의 매화부(梅花賦)를 들어 말하기를 “내가 일찍이 재상 송 광평의 바르고 강직한 자질을 사모해 왔으니, 그의 철석같은 간장으로는 아마도 유순하고 애교 넘치는 말을 토해 낼 줄 모르리라고 여겼는데, 그의 글을 보다가 매화부가 있어 보니, 말이 통창하고도 풍부하고 화려하여 남조(南朝)의 서유체(徐庾體)를 꼭 닮아서, 그 사람됨과는 아주 달라 보였다.[余嘗慕宋廣平之爲相, 貞姿勁質, 剛態毅狀. 疑其鐵腸與石心, 不解吐婉媚辭. 然覩其文而有梅花賦, 淸便富艶, 得南朝徐庾體, 殊不類其爲人也.]”라고 한 철장석심(鐵腸石心)의 고사가 있다.
- 구곡간장[九曲肝腸] 굽이굽이 깊이 든 마음 속. 깊은 마음속. 굽이굽이 사무친 마음 속. 굽이굽이 서린 창자라는 뜻으로, 깊은 마음속 또는 시름이 쌓인 마음속을 비유한다.
- 금수간장[錦繡肝腸] 시문(詩文)이 뱃속에 가득해서 가구(佳句)를 잘 표현해 내는 것을 말한다. 이백(李白)의 심간(心肝)과 오장(五臟)이 온통 금수(錦繡)로 되어 있는 것 같다고 찬탄한 시화(詩話)에서 나온 말로, 문사(文思)가 뛰어나서 아름다운 시문(詩文)을 잘 짓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백(李白)의 동일우용문송종제영문지회남근성서(冬日于龍門送從弟令問之淮南覲省序: 겨울에 용문龍門에서 부모를 문안하기 위해 회남淮南으로 가는 종제從弟 경조참군京兆參軍 이영문李令問을 전송하는 서문)에 “자운선(紫雲仙) 아우가 일찍이 술에 취하여 나를 보고 말하기를 ‘형의 심간(心肝)과 오장(五臟)이 온통 금수(錦繡)뢰 되어있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입만 열면 글을 이루고 붓만 휘두르면 안개처럼 쏟아져 나온단 말입니까?’라고 하였다.[紫雲仙季常醉目吾曰: 兄心肝五髒, 皆錦繡耶! 不然, 何開口成文, 揮翰霧散?]”고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금수(錦繡)는 아름다운 시문을 비유한다.
- 춘풍[春風] 봄바람. 봄철에 불어오는 바람. 봄철에 부는 따뜻한 바람. 온화한 인품을 이르기도 한다. 참고로, 백거이(白居易)는 장한가(長恨歌)에 “봄바람에 도리화가 피는 밤이요, 가을비에 오동잎 떨어지는 때로다.[春風桃李花開夜, 秋雨梧桐葉落時.]”라고 하였고, 이백(李白)의 청평조사(淸平調詞)에 “모란꽃과 경국지색이 둘이 서로 좋아하여, 군왕의 웃는 얼굴로 구경함을 길이 얻었네. 봄바람에 끝없는 한을 풀어 녹이며, 침향정 북쪽 난간에 기대섰구나.[名花傾國兩相歡, 長得君王帶笑看. 解釋春風無限恨, 沈香亭北倚闌干.]”라고 하였고, 북송(北宋)의 학자 주광정(朱光庭)이 일찍이 명도(明道) 정호(程顥)를 만나보고 돌아와서는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내가 봄바람 속에 한 달 동안 앉아 있었다.[光庭在春風中坐了一月.]”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낭핍[囊乏] 주머니 속이 텅 빔. 지갑이나 주머니 따위가 텅 비어 있음.
- 일문[一文] 한 푼. 文은 옛날 돈을 세는 단위.
- 경독[惸獨] 경독(煢獨). 몸을 의지(依支)할 곳이 없는 사람. 홀몸인 사람. 의지 가지 없이 외로움. 또는 그런 사람. 누구에게도 의지할 곳 없이 외로움. 참고로, 송(宋)나라 장재(張載)의 서명(西銘)에 “온 천하의 쇠잔하고 병든 자, 고아와 독거노인과 홀아비와 과부가 모두 곤궁하여 하소연할 곳 없는 나의 형제들이다.[凡天下疲癃殘疾, 惸獨鰥寡, 皆吾兄弟之顚連而無告者也.]”라고 하였다.
- 경독[煢獨] 경독(惸獨). 누구에게도 의지할 곳 없이 외로움. 외롭고 가난하여 의지할 곳이 없는 사람. 의지할 곳이 없는 고독한 자. 경(煢)은 형제가 없음을 이르고, 독(獨)은 자손이 없음을 이른다. 경독(煢獨)은 환과고독(鰥寡孤獨)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연고도, 도와줄 사람도 없는 사람을 말한다. 참고로, 시경(詩經) 소아(小雅) 정월(正月)에 “부자는 괜찮거니와 의지할 데 없는 사람 가엾다.[哿矣富人, 哀此煢獨.]”고 하였고, 한(漢)나라 왕일(王逸)의 구사(九思) 민상(憫上)에 “뇌물 받고 법을 어긴 이들은 파당을 짓고, 올곧고 선량한 이들은 고독하다네.[貪枉兮黨比, 貞良兮煢獨.]”라고 한 데서 보이고, 서경(書經) 홍범(洪範)에 “의지할 곳 없이 외로운 사람을 학대하지도, 지위가 높게 드러난 사람을 두려워하지도 마소서.[無虐煢獨, 而畏高明.]”라고 하였는데, 전(傳)에 “경(煢)은 단(單: 고단孤單)의 뜻이니, 형제(兄弟)가 없는 것이다. 자식이 없는 것을 독(獨)이라 한다. 단독(單獨)한 사람을 침학(侵虐)하지 말고, 총귀(寵貴)한 사람을 법을 굽혀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煢, 單, 無兄弟也. 無子曰獨. 單獨者不侵虐之, 寵貴者不枉法畏之.]”라고 하였다.
- 환과고독[鰥寡孤獨] 네 가지 불우한 백성. 예로부터 곤궁한 백성을 대표하는 네 가지 의지할 데 없는 사람을 이른다. 곧 환(鰥)은 늙고 아내가 없는 홀아비, 과(寡)는 늙고 남편이 없는 과부, 고(孤)는 어리며 부모가 없는 고아, 독(獨)은 늙어서 자식이 없는 늙은이를 이른다. 맹자(孟子) 양혜왕 하(梁惠王下)에 “늙어서 아내가 없는 사람을 환(鰥: 홀아비), 늙어서 남편이 없는 사람을 과(寡: 과부), 늙어서 자식이 없는 사람을 독(獨: 무의탁자), 어려서 부모가 없는 사람을 고(孤: 고아)라고 합니다. 이 네 부류의 사람들은 천하의 곤궁한 백성으로서 하소연할 곳이 없는 자들입니다. 문왕(文王)은 정사를 펴고 인을 베푸시되 반드시 이 네 부류의 사람들을 먼저 살피셨고, 시경(詩經)에 ‘부자는 괜찮거니와 의지할 데 없는 사람 가엾다.[哿矣富人, 哀此煢獨.]’고 하였습니다.[老而無妻曰鰥, 老而無夫曰寡, 老而無子曰獨, 幼而無父曰孤, 此四者, 天下之窮民而無告者. 文王發政施仁, 必先斯四者. 詩云: 哿矣富人, 哀此煢獨.]”라고 한 데서 연유하였다. 참고로, 한서(漢書) 권4 문제본기(文帝本紀)에, 한 문제(漢文帝) 원년 3월에 “지금은 바야흐로 봄빛이 화창한 시절이다. 그래서 초목과 뭇 생물들이 모두 스스로 즐거워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백성들 가운데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과 곤궁한 사람들이 죽음의 구렁에 떨어지기도 하는데, 이를 걱정하면서 보살펴 주지 않고 있다. 백성의 부모가 된 임금의 입장에서는 장차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이들을 구제할 대책을 논의하여 아뢰어라.[方春和時, 草木群生之物皆有以自樂, 而吾百姓鰥寡孤獨窮困之人, 或阽於死亡, 而莫之省憂, 爲民父母將何如, 其議所以賑貸之.]”라고 내린 조서에서 보이고, 한유(韓愈)의 원도(原道)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은가? 이르건대, 불(佛)․노(老)를 막지 않으면 우리의 도(道)가 유행하지 못하고, 불(佛)․노(老)를 저지하지 않으면 우리의 도(道)가 행해지지 못한다. 따라서 도사(道士)와 승려(僧侶)를 일반인으로 만들고, 불경(佛經)과 도경(道經)을 불태우고, 사찰(寺刹)과 도관(道觀)을 집으로 만들어 선왕(先王)의 도(道)를 밝혀 그들을 인도한다면, 홀아비와 과부, 고아와 무의탁자, 폐질(廢疾)이 있는 자들이 봉양을 받게 될 것이니, 이렇게 하면 또한 거의 괜찮아질 것이다.[然則如之何而可也? 曰: 不塞不流, 不止不行, 人其人, 火其書, 廬其居. 明先王之道以道之, 鰥寡孤獨廢疾者有養也. 其亦庶乎其可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환과독고(鰥寡獨孤). 환과독질(鰥寡獨疾).
- 기골[氣骨] 건장하고 튼튼한 체격. 기혈(氣穴)과 뼈대 또는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기백(氣魄)과 골격(骨格·骨骼)을 아울러 이르는 말. 기개(氣槪). 골기(骨氣). 호락호락하지 않아 보이는 건장하고 튼튼한 체격. 신념이 강하고 정의를 지켜 남에게 쉽게 굴하지 않는 기상. 작품의 기세와 필력.
- 추수[秋水] 가을철의 맑은 물. 가을의 강이나 호수의 맑은 물. 맑고 깨끗한 기질. 청정하고 고결한 품격. 여자의 맑은 눈매. 명랑하고 쾌활한 눈매. 맑고 깨끗한 얼굴빛. 시퍼렇게 날이 서 번쩍거리는 칼 빛. 장자(莊子)의 편명(篇名).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 서경이자가(徐卿二子歌)에 “아홉 살 큰아들은 얼굴빛이 투명하고, 가을 물은 정신이 되고 옥은 뼈가 되었네.[大兒九齡色淸澈, 秋水爲神玉爲骨.]”라고 하였고, 왕발(王勃)의 등왕각서(滕王閣序)에 “지는 놀은 짝 잃은 따오기와 나란히 날고, 가을 강물은 끝없는 하늘과 한 색이로다.[落霞與孤鶩齊飛, 秋水共長天一色.]”라고 한 데서 보이고, 장자(莊子) 추수편(秋水篇)에 “가을 물이 때가 되어 모든 냇물이 황하로 흘러든다.[秋水時至, 百川灌河.]”라는 글의 주(注)에 “물은 봄에 생겨나서 가을에 장대하다.[水生於春, 壯於秋.]”라고 하였다.
- 가도사벽[家徒四壁] 집안에 네 벽만 덩그러니 있음. 너무 가난하여 가재도구가 아무것도 없음. 집안 형편(形便)이 매우 어려워서 살림이라고는 네 벽밖에 없다는 뜻으로 몹시 가난한 살림을 이르는 말이다. 가도벽립(家徒壁立). 가도벽립(家道壁立). 사기(史記) 권117 사마상여열전(司馬相如列傳)에 “임공(臨卭)의 부호(富戶)인 탁왕손(卓王孫)에게는 과부가 된 지 얼마 안 된 딸 문군(文君)이 있었는데, 음악을 아주 좋아하였다. … 사마상여(司馬相如)가 탁왕손의 집에 초대되어 술을 마시며 거문고를 탈 때, 탁문군(卓文君)이 문틈으로 몰래 사마상여를 엿보고 마음에 끌려 좋아하게 되었으며 자신의 심정을 알지 못할까 걱정하였다. 주연이 끝나자 사마상여는 이내 사람을 시켜서 탁문군의 시종에게 후한 선물을 주고 은근히 자신의 마음을 전하게 하였다. 문군은 그날 밤에 상여에게로 도망쳐 나왔다. 상여는 곧바로 그녀와 함께 성도로 돌아왔는데 그의 집은 살림살이는 하나도 없이 네 벽만이 서 있을 뿐이었다.[是時卓王孫有女文君新寡, 好音. … 及飮卓氏. 弄琴, 文君竊從戶窺之, 心悅而好之, 恐不得當也. 旣罷, 相如乃使人重賜文君侍者通殷勤. 文君夜亡奔相如, 相如乃與馳歸成都. 家居徒四壁立.]”라고 한 고사에서 비롯된 말이다.
- 왕공[王公] 천자(天子)와 제후(諸侯). 왕과 귀족. 가장 높은 벼슬아치. 신분이 고귀한 사람. 왕(王)과 공(公). 신분이 높고 귀한 사람. 귀현(貴顯). 원래 천자(天子)와 제후(諸侯)를 뜻하는 말이었으나 차츰 제후왕(諸侯王)과 공작(公爵)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도 하였다. 주례(周禮) 동관(冬官) 고공기(考工記)에 “앉아서 도리를 논하는 사람을 왕공(王公)이라 하고, 집행하여 시행하는 이를 사대부라 한다.[坐而論道, 謂之王公, 作而行之, 謂之士大夫.]”라고 하였고,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은공(隱公) 3년 기사에 “진실로 마음이 광명하고 신의가 있으면, 시내나 못에서 자라는 수초와 부평이나 마름 같은 야채와 광주리나 솥 같은 용기와 웅덩이나 길에 고인 물이라도, 모두 귀신에게 제물로 바칠 수 있고 왕공에게 올릴 수 있다.[苟有明信, 澗溪沼沚之毛, 蘋蘩薀藻之菜, 筐筥錡釜之器, 潢汙行潦之水, 可薦於鬼神, 可羞於王公.]”라고 한 데서 보인다.
【譯文】 心煦春風, 氣淸秋水.
肝腸煦潤宛若春風, 雖然囊中沒有一枚銅錢, 還要憐惜鰥寡煢獨 ; 氣骨淸朗猶如秋水, 縱然家中只有四面牆壁, 終究傲視王公貴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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