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금을 들여 어진이나 호걸과 어울리는 것이
어찌 반 바가지 곡식을 덜어 굶주린 사람을 구제함만 하겠으며
기둥 천개의 화려한 집을 지어 귀한 손님을 초대하는 것이
어찌 서까래 몇 개의 띠 집을 이어 춥고 외로운 선비를 감싸줌만 하겠는가.
費千金而結納賢豪, 孰若傾半瓢之粟, 以濟饑餓之人.
비천금이결납현호, 숙약경반표지속, 이제기아지인.
構千楹而招來賓客, 孰若葺數椽之茅, 以庇孤寒之士.
구천영이초래빈객, 숙약즙수연지모, 이비고한지사.
<菜根譚채근담 淸刻本청각본(乾隆本건륭본) : 應酬응수>
<醉古堂劍掃취고당검소/小窓幽記소창유기 : 醒성>
※ 취고당검소와 소창유기에는 “費千金而結納賢豪, 孰若傾半瓢之粟以濟饑餓 ; 構千楹而招徠賓客, 孰若葺數椽之茅以庇孤寒.”라고 되어 있다.
- 결납[結納] 마음을 결합하여 서로 의지함. 일정한 목적으로 서로 마음이 통하여 도움. 주로 나쁜 일을 꾸미려고 서로 짜고 한통속이 됨. 결탁하다. 서로 짜고 한통속이 되다. 논밭의 결부(結負)에 따라 거두는 조세(租稅).
- 현호[賢豪] 현사(賢士)와 호걸(豪傑). 성품이 어질고 뛰어남 또는 그런 사람. 슬기롭고 뛰어남 또는 그 사람. 재능을 갖춘 사람들, 즉 명류(名流)와 호걸(豪傑). 현명하고 용맹스럽다.
- 숙약[孰若] 어찌 ~와 같으랴. 어찌 ~와 같겠는가. 어찌 ~만 하랴. ~와 서로 비교하여 어떠한가. 어찌 비교할 수 있으랴. 어떻게 필적할 수 있으랴, 도저히 필적할 수 없다. 양쪽을 비교하여 어느 쪽이 더 좋은가. 孰(숙)은 誰(수)와 같다. 若(약)은 비득상(比得上: ~와 비교되다)과 같다. 참고로, 도연명(陶淵明)의 잡시(雜詩)에 “어찌 당세의 선비가, 가슴속에 빙탄이 가득한 것과 같으리오.[孰若當世士, 氷炭滿懷抱.]”라고 하였고, 송(宋)나라 여본중(呂本中)의 관잠(官箴)에, 사마자미(司馬子微)의 좌망론(坐忘論)을 인용하며 “끝에 가서 교묘하게 변명하기보다는 처음부터 착실하게 조심하는 것이 낫다.[與其巧持於末, 孰若拙戒於初.]”라고 한 데서 보인다. 사마자미는 당나라 무측천(武則天)과 예종(睿宗)과 현종(玄宗)의 귀의를 받았던 도사(道士) 사마승정(司馬承禎)을 이른다.
- 반표지속[半瓢之粟] 반 바가지의 양식. 얼마 되지 않는 보잘것없는 음식. 반 종구라기의 곡식.
- 기아[饑餓] 먹을 것이 없어 배를 곯는 것. 굶주림. 배가 고프다.
- 천영[千楹] 천개의 기둥을 세운 크고 화려한 집을 이른다.
- 초래[招來] 불러서 오게 함. 일의 결과로서 어떤 현상을 생겨나게 함. 어떤 결과를 가져오거나 이끌어 냄.
- 초래[招徠] 불러 위로함. 불러다가 어루만져 위로함. 초무(招撫).
- 빈객[賓客] 귀(貴)한 손님. 참고로, 후한서(後漢書) 권70 공융열전(孔融列傳)에 후한(後漢) 공융(孔融)이 손님들과 술 마시기를 좋아하여 “자리에 빈객이 항상 가득 들어차고, 술통 속에 술이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더 이상 근심할 것이 없다.[座上賓客常滿, 樽中酒不空, 吾無憂矣.]”라고 하였고, 사기(史記) 권120 급정열전(汲鄭列傳)에 “처음에 책공이 정위가 되었을 때는 빈객들이 문에 가득 찾아왔는데, 파면되어서는 빈객이 한 사람도 오지 않아, 문밖에 새그물을 칠 정도였다.[始翟公爲廷尉, 賓客闐門, 及廢, 門外可設雀羅.]”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 남린(南鄰)에 “금리 선생은 오각건을 쓰고서, 토란과 밤 거두어 전혀 가난치 않네. 빈객을 익히 본 아동들은 기뻐하고, 뜰에 먹이 쪼는 새들 길이 들었네.[錦里先生烏角巾, 園收芋栗不全貧. 慣看賓客兒童喜, 得食堦除鳥雀馴.]”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빈객[賓客] 관직명. 태자빈객(太子賓客)의 약칭이다. 당(唐)나라 때 백거이(白居易)는 태화(太和) 3년(829)에 태자빈객동도분사(太子賓客東都分司)가 되어 낙양으로 사는 곳을 옮겼다. / 고려(高麗) 시대(時代)에 둔, 동궁(東宮)의 벼슬. 공양왕(恭讓王) 때 동지서연(同知書筵)을 고친 것으로, 좌빈객(左賓客)과 우빈객(右賓客)이 있다. / 조선(朝鮮) 시대(時代)에 세자시강원(世子侍講院)에 속하여 경사(經史)와 도의(道義)를 가르치던 정2품(正二品) 벼슬로 태조(太祖) 원년(元年)(1392)에 설치(設置)하였다.
- 수연[數椽] 서까래 몇 개로 된 집. 작은 집. 두어 서까래란 바로 아주 초라한 오두막집을 뜻한다.
- 수연지모[數椽之茅] 서까래 몇 개로 된 띠풀로 얽어 만든 집. 겨우 비바람만 피할 수 있는 초라한 집. 작은 집.
- 비[庇] 덮다. 덮어 가리다. 감싸다. 보호하다. 의탁하다. 의지하다.
- 고한[孤寒] 외롭고 가난함. 쓸쓸하고 가난함. 의지할 데 없고 가난함. 빈한(貧寒)하다.
【譯文】 濟人饑餓, 庇人孤寒.
花費千萬黃金結交延納賢士豪傑, 怎麼比得上傾倒半瓢粟米, 用來救濟饑餓的人士 ; 構築千萬軒楹招引延攬賓朋來客, 怎麼比得上修葺數椽茅屋, 用來庇護孤寒的人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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