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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가 이보다 오래가고, 지도리가 문짝보다 오래가는 이유 <채근담/취고당검소>


혀는 남아있으되 이는 없어진 경우가 흔하니

강하고 굳셈은 결국 유연함을 이기지 못하고

문짝은 썩되 지도리가 좀먹는 경우는 드무니

편협한 고집이 어찌 원만한 융통성에 미치랴.


舌存常見齒亡,  剛强終不勝柔弱.
설존상견치망,  강강종불승유약.
戶朽未聞樞蠹,  偏執豈能及圓融.
호후미문추두,  편집기능급원융.

<菜根譚채근담 淸刻本청각본(乾隆本건륭본) : 應酬응수>
<醉古堂劍掃취고당검소/小窓幽記소창유기 : 峭초>

  취고당검소와 소창유기에는 “舌存, 常見齒亡, 剛強終不勝柔弱 ; 戶朽, 未聞樞蠹, 偏執豈及圓融.”라고 되어 있다


  • 설존치망[舌存齒亡]  부드러운 혀는 남고 단단한 이는 빠짐. 강한 자가 먼저 망하고 부드러운 자가 나중까지 남음. 설원(說苑) 경신(敬慎)에 “상종이 병이 들자, 노자가 말하기를 ‘선생께서 병이 심하니 제자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말씀이 없겠습니까?’라고 하니, 상종이 입을 벌려 노자에게 보이면서 ‘혀가 남아 있느냐?’라고 하자, 노자가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상종이 ‘남아 있는 것은 부드럽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이는 없지 않느냐?’라고 하자, 노자가 ‘없습니다.’라고 하니, 상종이 ‘강해서 그런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하였다.[常樅有疾, 老子曰先生疾甚, 無遺教語弟子乎. 常樅乃張其口示老子, 曰舌存乎. 曰存. 非以其軟耶, 齒亡乎. 曰亡. 豈非以剛耶.]”라고 하였다. <御定淵鑑類函 卷259> 치폐설존(齒弊舌存). 치망설존(齒亡舌存).✤ https://viewtsky.net/?p=21151
  • 상견[常見]  일반적인. 흔히 볼 수 있는. 흔히 보이다.
  • 상견[常見]  사람은 죽으나 자아(自我)는 없어지지 않으며, 세계나 모든 존재는 과거나 미래에 상주불변(常住不變)한다고 고집하는 그릇된 견해. 단견(斷見)에 대비되는 것으로 세계나 모든 존재는 영겁(永劫) 불변의 실재(實在)이며, 사람은 죽으나 자아(自我)는 없어지지 않으며, 오온(五蘊)은 과거나 미래에 상주(常住) 불변(不變)하여 영구히 존재한다는 망신(妄信). 단견(斷見)과 함께 두 가지 극단의 견해로 본다. 백유경(百喩經) 병인식치육유(病人食雉肉喩)에 “외도들은 물질과 정신이 따로 있다는 상견에 집착하여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생멸을 거듭하여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것이라고 여긴다.[外道等執於常見, 便謂過去未來現在唯是一識, 無有遷謝.]”라고 하였다.
  • 유능제강[柔能制剛]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부드러운 것이 능히 이김이니 너그럽고 부드럽게 하는 것이 딱딱하고 매섭게 하는 것보다 효과적임. 어떤 상황에 대처할 때 강한 힘으로 억누르는 것이 이기는 것 같지만 부드러움으로 대응하는 것에 당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 유능제강 약능제강[柔能制剛 弱能制强]  부드러운 것이 능히 단단한 것을 이기고 약한 것이 능히 강한 것을 이김. 삼략(三略) 상략(上略)에 “군참(軍讖)에 이르기를 ‘부드러운 것이 굳셈을 제압하고 약한 것이 강함을 제압한다.’라고 하였으니, 부드러운 것은 덕(德)이고 굳센 것은 적(賊)이며, 약한 자는 사람들이 도와주고 강한 자는 사람들이 공격한다. 부드러움을 베풀 곳이 있으며, 굳셈을 베풀 곳이 있으며, 약함을 쓸 곳이 있으며, 강함을 가할 곳이 있으니, 이 네 가지를 겸하여 그 마땅함에 맞게 하여야 한다.[軍讖曰. 柔能制剛, 弱能制强. 柔者, 德也 ; 剛者, 賊也. 弱者, 人之所助 ; 强者, 怨之所攻. 柔有所設, 剛有所施 ; 弱有所用, 强有所加. 兼此四者, 而制其宜.]”라고 하였다. 유능승강(柔能勝剛).
  • 유약승강강[柔弱勝剛强]  유약한 것은 강하고 강한 것을 이긴다. 노자(老子) 제36장에 “장차 움츠리게 하려면 반드시 잠시 펴지게 해주고, 장차 약하게 하려면 반드시 잠시 강하게 해주고, 장차 없애려고 하면 반드시 잠시 흥하게 해주고, 장차 빼앗으려고 하면 반드시 잠시 준다. 이것을 微明이라 하니, 유약한 것은 굳세고 강한 것을 이긴다.[將欲翕之, 必固張之. 將欲弱之, 必固強之. 將欲廢之, 必固興之. 將欲奪之, 必固與之. 是謂微明. 柔弱勝剛強.]”라고 하였다. 유능승강(柔能勝剛). 유능제강(柔能制剛).
  • 호추부두[戶樞不蠹]  문(門)의 지도리는 좀이 슬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노력하는 사람은 뒤처지지 않음. 또는 부지런히 일하면 건강(健康)하다는 말로 쓰인다. 여씨춘추(呂氏春秋) 진수(盡數)에 “흐르는 물은 썩지 않고 문지도리는 좀먹지 않으니 움직이기 때문이다.[流水不腐, 戶樞不螻, 動也.]”라고 한 데서 연유하였다. 자기 역할에 충실한 사람은 퇴보하지 않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 미문[未聞]  아직 듣지 못함.
  • 추두[樞蠹]  문의 지도리가 좀먹음.
  • 편집[偏執]  편견(偏見)을 고집(固執)하고 남의 말을 듣지 않음.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치우친 생각을 고집함.
  • 기능[豈能]  어찌 ~할 수 있으랴. 어찌 ~할 수 있겠는가.
  • 원융[圓融]  원만(圓滿)하여 막히는 데가 없음. 원만하고 융통성(融通性)이 있음. 한 데 통하여 아무 구별 없음. 일체의 여러 법(法)의 사리(事理)가 구별 없이 널리 융통(融通)하여 하나가 됨. 원만하여 막힘이 없다. 모든 법의 이치가 완전히 하나가 되어 융합하여 구별이 없다. 원만과 융화의 뜻으로, 사물(事物)과 이치에 대하여 차별상(差別相)을 인정하지 않고 평등상(平等相)을 주장하여 일체가 걸림이 없음[無礙]을 말한다. 참고로, 주희(朱熹)의 시 일용자경시평보(日用自警示平父)에 “원만 융통하여 한계가 없으며 커서 더할 것이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적막하고 텅 빈 이 신심이라네. 일상생활 속에서 맹렬히 반성하지 않으면, 되레 그 어디서 참다운 도미를 맛볼 수 있으랴. 평상시 응대에는 더욱 삼가야 하거니와, 황급한 때의 행위도 거칠게 말아야지. 어느 날 환히 깨어 별체가 없다는 걸 알아야만, 비로소 공부를 잘못하지 않았음을 알리라.[圓融無際大無餘, 卽此身心是太虛. 不向用時勤猛省, 却於何處味眞腴? 尋常應對尤須謹, 造次施爲更莫疎. 一日洞然無別體, 方知不枉費工夫.]”라고 한 데서 보인다.

【譯文】 以柔克剛,  智圓行方.
舌頭還存在常常見到牙齒已都脫落,  剛直强硬終究勝不過柔和謙順  ;  門戶腐朽了未嘗聽聞門軸被蟲蛀蝕,  偏激固執豈能及得上圓滿融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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