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막부 안으로 모여드니
모두가 솔직하고 충성스러운 사람들이요
손님이 회의석상에 오르니, 혜안이 있어
일을 당한 후에야 몸을 다할 사람은 없네.
賓入幕中, 皆瀝膽披肝之士.
빈입막중, 개역담피간지사.
客登座上, 無焦頭爛額之人.
객등좌상, 무초두난액지인
<圍爐夜話위로야화>
- 빈객[賓客] 귀(貴)한 손님. 참고로, 후한서(後漢書) 권70 공융열전(孔融列傳)에 후한(後漢) 공융(孔融)이 손님들과 술 마시기를 좋아하여 “자리에 빈객이 항상 가득 들어차고, 술통 속에 술이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더 이상 근심할 것이 없다.[座上賓客常滿, 樽中酒不空, 吾無憂矣.]”라고 하였고, 사기(史記) 권120 급정열전(汲鄭列傳)에 “처음에 책공이 정위가 되었을 때는 빈객들이 문에 가득 찾아왔는데, 파면되어서는 빈객이 한 사람도 오지 않아, 문밖에 새그물을 칠 정도였다.[始翟公爲廷尉, 賓客闐門, 及廢, 門外可設雀羅.]”라고 하였고, 두보(杜甫)의 시 남린(南鄰)에 “금리 선생은 오각건을 쓰고서, 토란과 밤 거두어 전혀 가난치 않네. 빈객을 익히 본 아동들은 기뻐하고, 뜰에 먹이 쪼는 새들 길이 들었네.[錦里先生烏角巾, 園收芋栗不全貧. 慣看賓客兒童喜, 得食堦除鳥雀馴.]”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막부[幕府] 관아(官衙). 관부(官府). 관서(官署). 장군의 본영(本營). 군대가 출정(出征)하였을 때 숙영(宿營)하는 군막(軍幕). 장군이 군무(軍務)를 보는 군막(軍幕). 본래 외부에 있는 장수가 군무를 보는 처소를 가리키는데, 군행(軍行)은 수시로 막(幕)을 치고 부(府)를 삼기 때문에 막부라 하였다. 후세에서는 군정(軍政)을 관장한 대리(大吏)를 지칭하는 말로 쓰였고, 관찰사(觀察使)나 절도사(節度使)가 주재(駐在)하는 관부(官府)를 이르는 말로 쓰였다. 옛날 중국에서 장군을 상치(常置)하지 않고 유사시(有事時)에만 임명하였다가 일이 끝나면 해임하였으므로, 청사(廳舍)가 없이 장막을 치고 집무소(執務所)로 삼은 데서 유래(由來)한 것이다. 참고로, 남제서(南齊書) 권34 유고지열전(庾杲之列傳)에, 남조(南朝) 제(齊)나라 위장군(衛將軍) 왕검(王儉)의 막부에 인재가 많아 당시 사람들이 그의 막부에 들어가는 것을 일러 부용지(芙蓉池)에 들어간다 하였다. 유고지(庾杲之)가 왕검의 명을 받고 위장군 장사(衛將軍長史)가 되자, 소면(蕭緬)이 왕검에게 보낸 편지에 “성부(盛府)의 원료(元僚)는 실로 잘 가려야 할 자리인데, 유경행(庾景行: 유고지庾杲之)은 마치 푸른 물에 떠서 연꽃에 의지한 것[泛綠水依芙蓉]과 같으니, 어쩌면 그리도 화려하단 말입니까.[盛府元寮, 實難其選. 庾景行泛綠水, 依芙蓉, 何其麗也.]”라고 하였다고 한 데서 보인다.
- 역담[瀝膽] 쓸개를 쏟아내다. 충성을 다함.
- 피간[披肝] 간장(肝臟)을 엶, 심중(心中)을 털어놓음.
- 역담피간[瀝膽披肝] 쓸개를 쏟아내고 간을 드러냄. 진심으로 충성을 다하거나 속마음을 솔직하게 보여줌. 진심을 다하거나 충성심을 보이는 것을 비유한다. 참고로, 명(明)나라 왕세정(王世貞)의 명봉기(鳴鳳記) 제사척(第四齣)에 “권세에 붙어 아첨하고, 종기의 고름을 빠는 일이나 치질을 핥는 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은혜를 사고 총애를 굳히려 드니, 어찌 쓸개를 쏟아내고 간을 드러내어 진심을 다할 줄을 알겠는가.[附勢趨權, 不辭吮癰舐痔, 市恩固寵, 那知瀝膽披肝.]”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좌상[座上]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 석상(席上). 좌중(座中). 앉은자리나 어떤 집단에서 제일 어른 되는 사람. 한 좌석(座席)에 모인 사람 가운데서 주(主)로 나이를 기준으로 제일 어른 되는 사람. 참고로, 후한(後漢) 공융(孔融)이 손님들과 술 마시기를 좋아하여 “자리에 빈객이 항상 가득 들어차고, 술통 속에 술이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더 이상 근심할 것이 없다.[座上賓客常滿, 樽中酒不空, 吾無憂矣.]”고 했다는 후한서(後漢書) 공융열전(孔融列傳)의 고사에서 보이고, 당(唐)나라 때 유우석(劉禹錫)이 과거에 응시하러 가는 벗의 아들 장관(張盥)을 전송하며 지은 송장관부거시(送張盥赴舉詩)에 “네가 태어나 대문에 활을 걸었을 때, 나는 돌잔치 자리의 손님이었네. 수저 당겨 국수를 먹으면서 하늘의 기린이라 축하하였네.[爾生始懸弧, 我作座上賓. 引箸擧湯餅, 祝詞天麒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혜안[慧眼] 사물을 꿰뚫어 보는 지혜로운 눈. 사물(事物)을 밝게 보는 슬기로운 눈. 모든 집착(執着)과 차별(差別)을 떠나 진리를 통찰하는 밝히 보는 눈. 불가에서 말하는 오안(五眼) 즉, 육안(肉眼)·천안(天眼)·혜안(慧眼)·법안(法眼)·불안(佛眼) 가운데 하나로, 진리(眞理)를 통찰(洞察)하는 안식을 말한다.
- 초두난액[蕉頭爛額] 초두(焦頭)는 불을 끄다가 머리를 태운 것을 이르고, 난액(爛額)은 불을 끄다가 이마를 데는 것을 이른다. 머리를 그슬리고 이마를 데어 가며 위험(危險)을 무릅쓰고 불을 끈다는 뜻으로, 사변(事變)의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들어 이리저리 힘겹게 뛰어다님. 어려운 일을 당하여 몹시 애쓰는 것을 비유적(比喩的)으로 이르는 말이다. 서한(西漢) 선제(宣帝) 때에 서복(徐福)이 곽광(霍光)의 친족들인 곽씨(霍氏)의 권력이 지나친 것을 보고 상소하여 이들을 미리 제어해야 한다고 건의한 적이 있었다. 나중에 곽우(霍禹)가 주동이 되어 일으킨 반란을 진압한 뒤에 공신들을 포상하면서 서복(徐福)을 제외하였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서복(徐福)의 서운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는데, 그 글에 “어떤 손님이, 굴뚝이 바로 나고 곁에 나무가 쌓인 것을 보고는 ‘다시 굴뚝을 구부려 내시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화재가 날 것이오.’라고 하니, 주인이 잠자코 있으면서 응하지 않았다. 얼마 뒤에 과연 불이 났는데 이웃이 함께 구원하여 다행히 꺼졌다. 이에 소를 잡고 술을 내어 이웃 사람에게 사례하면서도 굴뚝을 구부려 내라고 말한 사람을 청하지 않으므로, 어떤 사람이 주인에게 말하기를 ‘접때 손님의 말만 들었더라면 소와 술을 허비하지 않고 화재도 없었을 터인데, 지금 논공(論功)하기 위해 손님을 청하면서, 굴뚝을 구부려 내고 나무를 옮기라고 한 사람에게는 은택이 없고, 머리를 그슬리고 이마가 문들어진 자를 상객(上客)으로 삼는가.’라고 하니, 주인이 깨닫고 그 손님을 청하였다.[客有過主人者, 見其灶直突, 傍有積薪. 客謂主人: ‘更爲曲突, 遠徙其薪 ; 不者, 且有火患.’ 主人嘿然不應. 俄而, 家果失火, 鄰裏共救之, 幸而得息. 於是殺牛置酒, 謝其鄰人, 灼爛者在於上行, 餘各以功次坐, 而不錄言曲突者. 人謂主人曰:‘鄉使聽客之言, 不費牛酒, 終亡火患. 今論功而請賓, 曲突徙薪亡恩澤, 焦頭爛額爲上客耶?’ 主人乃寤而請之.]”고 인용한 고사에서 유래하였다. 한서(漢書) 곽광전(霍光傳)에 보인다. 또, 회남자(淮南子) 설산훈(說山訓)에 “성인(聖人)은, 항상 무환(無患)의 환(患)을 다스리므로, 그래서 우환을 당하는 일이 없다. 무릇, 더할 수 없이 정교(精巧)한 솜씨를 가진 사람은 검(劍)을 사용(使用)하지 않으며 문(門)을 잘 닫는 사람은 빗장 따위를 사용(使用)하지 않는 것이니 순우곤(淳于髡)이 실화(失火)가 있을 것을 알려준 것은 이와 같은 부류(部類)인 것이다.[聖人者, 常治無患之患, 故無患也. 至巧不用劒, 善閉者不用關楗. 淳于髡之告失火者, 此其類.]”라고 하였는데, 고유(高誘)의 주(註)에 “순우곤(淳于髡)은 제(齊)나라 사람인데, 그 이웃에게 이르기를 굴뚝으로 인하여 불이 나게 될 것이니, 굴뚝을 굽게하고 땔나무를 옮겨야 한다고 하였으나, 그 이웃사람은 그 말을 따르지 않았다. 후에 집에 불이 나는 지경에 처했는데 화재를 예방하라고 말한 사람에 대해서는 공을 말하지 않았고, 불을 끄느라 머리를 그을리고 이마를 덴 사람의 상객으로 후한 대접을 하였다.[淳于髡齊人也. 告其鄰, 突將失火, 使曲突徙薪, 鄰人不從. 後竟失火, 言者不為功, 救火者焦頭爛額為上客.]”라고 하였다.
【譯文】 賓入幕中皆同志, 客登座上無佞人.
凡被自己視爲可信任的朋友而與之商量事情的人, 一定是與自己能相互竭盡忠誠的人. 能夠被自己當作朋友, 在心中有一席之地的人, 必然不是一個言行有缺失的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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