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가 명예를 좋아하면
남을 속이려는 생각이 일어나게 되고
소인이 명예를 좋아하면
오히려 남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품게 된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모두 명예를 좋아하게 되면
거짓으로 선을 행하는 문을 열게 되고
사람으로 하여금 명예를 좋아하지 않게 하면
선을 행하는 길을 끊어버리는 것이 된다.
이에 명예를 좋아함을 나무람에 있어서는
군자는 엄하게 꾸짖음이 마땅하고
소인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요구해서는 안 된다.
君子好名, 便起欺人之念. 小人好名, 猶懷畏人之心.
군자호명, 변기기인지념. 소인호명, 유회외인지심.
故人而皆好名, 則開詐善之門. 使人而不好名, 則絶爲善之路.
고인이개호명, 즉개사선지문. 사인이불호명, 즉절위선지로.
此譏好名者, 當嚴責君子, 不當過求於小人也.
차기호명자, 당엄책군자, 부당과구어소인야.
<菜根譚채근담 淸刻本청각본(乾隆本건륭본) : 評議평의>
- 군자[君子] 교양과 덕망을 아울러 갖춘 사람. 유학에서 제시하는 이상적인 인간상. 학식이 높고 행실이 어진 사람. 학식과 덕망이 높은 사람. 높은 관직에 있는 사람. 마음이 착하고 무던한 사람. 아내가 자기 남편을 높여 이르던 말. 원래 봉건사회에서 다음 왕이 될 태자(太子)를 의미하는 말이었으나 후대로 내려오면서 일반적으로 학식과 덕망을 갖춘 학자나 현인을 의미하게 되었다. 군자는 도덕을 겸비한 지배권의 사람이고, 그와 반대로 소인(小人)은 사회신분이나 도덕적 측면이 저급한 사람이다. 참고로, 국어(國語) 노어(魯語)에 “군자는 다스리기에 힘쓰고 소인은 노동에 힘쓴다.[君子務治, 小人務力.]”라고 하였고,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양공(襄公) 9년에 “군자는 마음을 수고롭게 하고, 소인은 몸을 수고롭게 하는 것이니, 이는 선왕이 마련한 법도이다.[君子勞心, 小人勞力, 先王之制也.]”라고 하였고, 대학장구(大學章句) 성의장(誠意章)에 “그 뜻을 참되게 한다는 것은 스스로 속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나쁜 냄새를 싫어하는 것처럼 하고, 좋은 색을 좋아하는 것처럼 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스스로 기꺼워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자기 홀로 있을 때를 삼가는 것이다.[所謂誠其意者, 毋自欺也. 如惡惡臭, 如好好色, 此之謂自慊, 故君子必愼其獨也.]”라고 하였고, 또 “소인은 혼자 있을 때에 좋지 못한 일을 하면서 못하는 짓이 없다. 그러다가 군자를 본 뒤에는 슬그머니 자기의 좋지 못한 행위를 감추면서 좋은 면을 드러내려고 한다.[小人閒居爲不善, 無所不至, 見君子而后厭然掩其不善, 而著其善.]”라고 하였다.
- 호명[好名] 명예(名譽)를 좋아함. 이름이 나는 것을 좋아함. 좋은 이름. 좋은 평판. 명성을 추구하다. 참고로, 맹자(孟子) 진심 하(盡心下)에 “명예를 좋아하는 사람은 천승의 나라를 양보할 수 있지만, 정말로 그럴 만한 사람이 못 되면 한 그릇의 거친 밥과 나물국에서 본심이 얼굴빛에 드러난다.[好名之人, 能讓千乘之國. 苟非其人, 簞食豆羹, 見於色.]”라고 하였고, 왕수인(王守仁)의 전습록(傳習錄) 권상(卷上)에 “여색을 좋아하고 잇속을 좋아하고 허명을 좋아하는 마음 등은 진실로 사사로운 욕심이다.[好色, 好利, 好名等心, 固是私欲.]”라고 하였고, 방효유(方孝孺)의 손지재집(遜志齋集) 권14 송진달장서(送陳達荘序)에 “군자는 공업이 없는 것을 미워하면서도 공업을 기뻐하는 것을 꺼리며, 명성이 없는 것을 미워하면서도 명성을 좋아하는 것을 꺼린다. 공업과 명성은 사람에게 의당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미리부터 구하거나 반드시 얻겠다는 마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君子惡乎無功而忌乎喜功, 惡乎無名而忌乎好名. 功名者, 人之所宜有, 而不可有預求必得之心.]”라고 하였고, 송사(宋史) 권314 범순인열전(范純仁列傳)에, 송(宋)나라 명신(名臣) 범순인(范純仁)이 일찍이 간신 장돈(章惇)의 비위에 거슬려 영주(永州)로 폄출되었는데, 그 당시 눈병을 앓아 완전히 실명(失明)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그는 폄출 명령을 받고 기꺼운 표정으로 길에 올랐는데, 어떤 이가 명성을 가까이하는 짓이라고 하자, 이를 듣고 탄식하며 말하기를 “칠십의 나이에 두 눈이 모두 멀었으니, 만리 길을 떠나는 것이 어찌 원하는 것이겠는가. 다만 임금을 사랑하는 구구한 나의 마음이 다하지 않아서일 따름이다. 만약 명성을 좋아한다는 혐의를 피하고자 한다면 선을 행할 길이 없을 것이다.[七十之年, 兩目俱喪, 萬里之行, 豈其欲哉? 但區區之愛君, 有懐不盡, 若避好名之嫌, 則無爲善之路矣.]”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소인[小人] 군자(君子)의 반대어로 신분이 낮은 자. 도량이 좁고, 덕이 없으며. 간사한 사람. 무식하고 천한 사람. 나이가 어린 사람. 키나 몸집이 작은 사람. 수양이 부족한 사람. 서민(庶民). 귀한 윗사람에 대한 자기의 겸칭. 신분이 낮은 사람이 자기보다 신분이 높은 사람을 상대하여 자기를 낮추어 이르던 일인칭 대명사. 참고로, 논어(論語) 이인(里仁)에 “군자는 덕을 생각하고, 소인은 살 땅을 생각하며, 군자는 법을 생각하고, 소인은 은혜를 생각하다.[君子懷德, 小人懷土. 君子懷刑, 小人懷惠.]”라고 하였고, 대학장구(大學章句) 성의장(誠意章)에 “소인은 혼자 있을 때에 좋지 못한 일을 하면서 못하는 짓이 없다. 그러다가 군자를 본 뒤에는 슬그머니 자기의 좋지 못한 행위를 감추면서 좋은 면을 드러내려고 한다.[小人閒居爲不善, 無所不至, 見君子而后厭然掩其不善, 而著其善.]”라고 하였고,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양공(襄公) 9년에 “군자는 마음을 수고롭게 하고, 소인은 몸을 수고롭게 하는 것이니, 이는 선왕이 마련한 법도이다.[君子勞心, 小人勞力, 先王之制也.]”라고 하였다.
- 기인[欺人] 사람을 속임. 남을 속임. 참고로, 당(唐)나라의 시인 설능(薛能)의 시 춘일사부우회(春日使府寓懷)에 “청춘은 나를 등지고 당당히 가 버리고, 백발은 사람을 속여 자주자주 나는구나.[靑春背我堂堂去, 白髮欺人故故生.]”라고 한 데서 보이고, 당(唐) 나라 한유(韓愈)의 원훼(原毁)에 “자기에게 선한 점이 있지도 않으면서 나는 이런 선행을 하니 이 정도면 또한 충분하다고 하고, 자기가 제대로 하는 일이 있지도 않으면서 나는 이것을 잘하니 이 정도면 또한 충분하다고 한다. 이처럼 밖으로는 남을 속이고 안으로는 마음을 속이기만 하면서, 조금도 닦아서 얻은 것이 없는 상태로 일생을 마치고 만다.[己未有善, 曰我善是, 是亦足矣. 己未有能, 曰我能是, 是亦足矣. 外而欺於人, 內而欺於心, 未少有得而止矣.]”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외인[畏人] 사람을 두려워 함. 남을 두려워 함.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 외인(畏人)에 “사람 두려워 작은 집을 지으니, 편협한 성품이 그윽한 곳에 맞아라.[畏人成小築 褊性合幽棲]”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시 송단둔전분득우자(送段屯田分得于字)에 “나이 사십이면 어찌 앞길 예견 못하랴, 사람 무서워 못 나가면 얼마나 어리석은가.[四十豈不知頭顱, 畏人不出何其愚.]”라고 한 데서 보이고, 천중기(天中記) 권54 녹(鹿)에 “공문은 신선(辛繕)의 자이다. 젊어서 춘추와 시경과 주역을 전공하였다. 홍농(弘農) 화음(華陰)에 은거하였는데 제자가 6백여 인에 달했다. 거처하는 곳 옆에 백록(白鹿)이 있었는데 잘 길들여져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辛繕字公文, 少治春秋詩易, 隠居弘農華陰, 弟子受業者六百餘人, 所居旁有白鹿, 甚馴不畏人.]”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사선[詐善] 위선(僞善)과 같다. 겉으로만 착한 체함. 뒤로는 못된 짓을 하면서 겉으로만 착한 체함.
- 위선[爲善] 착한 일을 하다. 선을 행하다. 선행을 하다. 참고로, 맹자(孟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 “남에게 취하여 선을 행함은 남이 선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남이 선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보다 더 훌륭함이 없다.[取諸人以爲善, 是與人爲善者也. 故君子, 莫大乎與人爲善.]”라고 하였고, 맹자(孟子) 진심 상(盡心上)에 “닭이 울면 일어나서 부지런히 선행을 하는 자는 순 임금의 무리이고, 닭이 울면 일어나서 부지런히 이익을 위하는 자는 도척의 무리이니, 순 임금과 도척의 구분을 알고자 한다면 다른 것이 없다. 이익과 선의 사이인 것이다.[雞鳴而起孶孶爲善者, 舜之徒也. 雞鳴而起孶孶爲利者, 跖之徒也. 欲知舜與跖之分, 無他, 利與善之間也.]”라고 하였고, 후한서(後漢書) 광무십왕열전(光武十王列傳) 동평헌왕창전(東平憲王蒼傳)에, 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의 여덟째 아들로 동평왕(東平王)에 봉해진 유창(劉蒼)에게, 천자가 “집에 있으면서 무슨 일이 가장 즐거우냐?[處家何等最樂?]”라고 묻자, 유창이 “선행을 하는 것이 가장 즐겁습니다.[爲善最樂.]”라고 대답한 데서 보이고,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소공(昭公) 13년 조에, 정(鄭)나라 자산(子産)이 친하게 지내던 자피(子皮) 즉 한호(罕虎)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는 통곡하면서 “나는 이제 끝이로구나. 선한 일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겠구나. 오직 그분만이 나를 알아주셨다.[吾已! 無爲爲善矣, 唯夫子知我.]”라고 슬퍼했던 고사에서 보이고, 서경(書經) 태서 중(泰誓中)에 “길한 사람은 선행을 하면서 날마다 부족하게 여기고, 흉한 사람은 악행을 하면서 또한 날마다 부족하게 여긴다.[吉人爲善, 惟日不足, 凶人爲不善, 亦惟日不足.]”라고 하였고, 장자(莊子) 양생주(養生主)에 “선(善)을 행하되 명예에 가까이 가지는 말며, 악(惡)을 행하되 형벌에 가까이 가지는 말고, 중(中)의 경지를 따라 그것을 삶의 근본원리로 삼으면 자기 몸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고, 자신의 생명을 온전하게 유지할 수 있고, 어버이를 잘 봉양할 수 있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천수를 끝까지 누릴 수 있다.[爲善無近名, 爲惡無近刑, 緣督以爲經. 可以保身, 可以全生, 可以養親, 可以盡年.]”라고 하였고, 송(宋)나라 진세숭(陳世崇)의 수은만록(隨隱漫録) 권1에, 서산(西山) 채원정(蔡元定)이 아들을 훈계하면서 “선을 하였으나 화를 얻는 것은 바로 선을 함이 익숙하지 못해서이고, 악을 하였으나 복을 얻는 것은 바로 악을 함이 깊지 못해서이니, 인사의 극진한 곳이 바로 천리이다.[爲善得禍, 乃是爲善未熟; 爲惡得福, 乃是爲惡未深. 人事盡處, 方是天理.]”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엄책[嚴責] 엄하게 책망함. 엄(嚴)하게 꾸짖음. 또는 그런 꾸중.
- 과구[過求] 지나치게 요구하다. 지나치게 바라다. 지나치게 구하다.
【譯文】 好名偽善, 避名善爲.
君子喜好名譽, 就會引發欺騙他人的念頭 ; 小人喜好名譽, 猶如介懷畏懼他人的心思. 所以人人都喜好名譽, 就會開啓詐偽善良的門戶. 促使人們不喜好名譽, 就能杜絕作爲行善的道路. 這樣譏諫喜好名譽的人, 應當嚴厲指責君子, 不應當過分要求小人.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