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즐거움을 말하는 사람들은
그저 독서의 즐거움과 농가의 즐거움만을 말하니
근본적인 일에 힘쓰는 사람은
그 처지가 항상 편안함을 알 수 있고
옛날에 근심을 말하였던 사람들은
필히 천하가 근심이고 조정이 근심이라 하였으니
중대한 임무를 떠맡은 사람은
그 마음이 참으로 괴로움을 알 수 있다.
世之言樂者, 但曰讀書樂, 田家樂. 可知務本業者, 其境常安.
세지언락자, 단왈독서락, 전가락. 가지무본업자, 기경상안.
古之言憂者, 必曰天下憂, 廊廟憂. 可知當大任者, 其心良苦.
고지언우자, 필왈천하우, 낭묘우. 가지당대임자, 기심양고.
<圍爐夜話위로야화>
- 독서[讀書] 책을 읽다. 공부하다. 책을 그 내용과 뜻을 헤아리거나 이해하면서 읽는 것. 심신을 수양하고 교양을 넓히기 위하여 책을 읽는 행위. 참고로, 수(隋)나라 왕통(王通)이 당시의 권신(權臣)인 양소(楊素)로부터 벼슬을 권유받았을 때 “나에게는 선인이 남겨 준 오두막이 있으니 풍우를 피하기에 족하고, 땅뙈기가 있으니 죽을 끓여 먹고 살기에 족하고, 글을 읽고 도를 얘기하니 스스로 즐기기에 족하다.[通有先人之敝廬 足以庇風雨 薄田足以供餰粥 讀書談道 足以自樂]”라고 하면서 사양했던 고사가 전한다. <御批歷代通鑑輯覽 卷47 龍門王通獻策不報>
- 독서락[讀書樂] 독서의 즐거움. 책 읽는 즐거움. 참고로, 주희(朱熹)의 시 사시독서락(四時讀書樂) 제1수에 “산빛은 난간에 비치고 물은 마루를 휘도는데, 무우에서 노래하며 돌아오니 봄바람 향기롭네. 가지에 앉은 좋은 새도 나의 친구이고, 수면에 떨어진 꽃은 모두 문장을 이루었구나. 책상 가까이 다행히 짧은 등잔 있으니, 이 때에 독서하면 공이 배가 되리라. 독서의 즐거움이여 그 즐거움 어떠한가, 녹음이 창에 가득하고 풀은 베지 않았네.[山光照檻水遶廊, 舞雩歸詠春風香. 好鳥枝頭亦朋友, 落花水面皆文章. 近牀頼有短檠在, 來此讀書功更倍. 讀書之樂樂何如, 綠滿牕前草不除.]”라고 하였고, 송말원초(宋末元初)의 시인이자 교육자인 유민(遺民) 옹삼(翁森)이 지은 사시독서락(四時讀書樂)에 “독서의 즐거움을 어디에서 찾을까, 몇 송이 매화가 천지의 마음일세.[讀書之樂何處尋, 數點梅花天地心.]”라고 하였다.
- 전가[田家] 농부의 집. 농사(農事)를 본업으로 하는 사람의 집. 전답(田畓)의 일을 생업으로 하는 가정(家庭). 농가(農家). 참고로, 구양수(歐陽修)의 시 귀전사시낙춘하 2수(歸田四時樂春夏二首)에 “농가의 이런 즐거움을 누가 알랴. 나만 홀로 알지만 일찍 돌아가지 못했네. 몸이 강건할 때 사직을 청해야 했는데 머뭇머뭇 주저하다가 그만 늙고 말았네.[田家此樂知者誰, 我獨知之歸不早. 乞身當及彊健時, 顧我蹉跎已衰老.]”라고 하였고, 도잠(陶潛)의 시 경술세구월중어서전확조도(庚戌歲九月中於西田穫早稻)에 “전가에 어찌 고통이 없으랴만, 수확 없다 이 어려움 사양하리오. 사지는 진실로 피곤하지만, 그래도 별다른 환난은 없네.[田家豈不苦, 弗獲辭此難. 四體誠乃疲, 而無異患干.]”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전가락[田家樂] 시골집에 사는 즐거움. 농부의 즐거움. 전원의 즐거움. 참고로, 구양수(歐陽修)의 시 귀전사시낙춘하 2수(歸田四時樂春夏二首)에 “농가의 이런 즐거움을 누가 알랴. 나만 홀로 알지만 일찍 돌아가지 못했네. 몸이 강건할 때 사직을 청해야 했는데 머뭇머뭇 주저하다가 그만 늙고 말았네.[田家此樂知者誰, 我獨知之歸不早. 乞身當及彊健時, 顧我蹉跎已衰老.]”라고 하였다.
- 본업[本業] 주(主)가 되는 직업(職業). 주로 하는 일. 옛날에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하여 농업(農業)을 본업(本業)으로 보아 우대하고 상공업(商工業)을 말업(末業)으로 보아 천시하였다.
- 낭묘[廊廟] 조정(朝廷)의 정무(政務)를 돌보던 궁전(宮殿). 조정의 대정(大政)을 보살피는 전사(殿舍). 암랑(巖廊) 혹은 묘당(廟堂)이라고도 한다. 대신(大臣)들의 집무처로 조정을 이르는 말이다. 랑(廊)은 궁전의 외곽 건물. 묘(廟)는 태묘(太廟)로, 국가의 대사(大事)는 먼저 낭묘(廊廟)에서 의논하였다고 한다. 조선조의 의정부(議政府)와 같은 곳이다. 참고로, 사기(史記) 화식열전(貨殖列傳)에 “이러한 이치로 볼 때 어진 사람이 나랏일을 보는 곳에서 먼 미래를 보는 계획을 내고, 조정에서 논의를 하며, 신의를 지켜 절개에 죽고, 동굴 속에 숨어 살던 선비가 높은 명성을 얻으려는 것은 결국 무엇을 위해서인가.[由此觀之, 賢人深謀於廊廟, 論議朝廷, 守信死節隱居岩穴之士設爲名高者安歸乎.]”라고 하였고, 후한서(後漢書) 29권 신도강전(申屠剛傳)에 “낭묘(廊廟)의 계책을 미리 정하지 않고, 군대를 움직임에도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있다.[廊廟之計, 旣不豫定, 動軍發衆, 又不深料.]”라고 하였고, 송사(宋史) 권338 소식열전(蘇軾列傳)의 소식이 천자에게 올린 글에 “말이 임금에게 미치면 천자가 얼굴빛을 고치고 일이 낭묘에 관계되면 재상이 대죄합니다.[言及乘輿, 則天子改容, 事關廊廟 則宰相待罪.]”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대임[大任] 중대(重大)한 임무(任務). 정승. 참고로, 맹자(孟子) 고자 하(告子下)에 “하늘이 어떤 사람에게 큰 사명을 내리려 할 때에는, 반드시 먼저 그의 마음과 뜻을 고통스럽게 하고, 그의 힘줄과 뼈를 수고롭게 하고, 그의 육체를 굶주리게 하고, 그의 몸을 궁핍하게 하여, 행하는 일마다 어긋나서 이루지 못하게 하나니, 이는 그의 마음을 격동시키고 그의 성내는 것을 굳게 참고 버티도록 하여, 그가 잘하지 못했던 일을 더욱 잘할 수 있게 해주기 위함이다.[天將降大任於是人也, 必先苦其心志, 勞其筋骨, 餓其體膚, 空乏其身, 行拂亂其所爲, 所以動心忍性, 增益其所不能.]”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양고[良苦] 매우 고생스럽다. 참으로 고통스럽다. 매우 깊다. 참고로, 자치통감(資治通鑑) 권66 효헌황제(孝獻皇帝)에 “장간(蔣幹)은 재변(才辯)으로 강회(江淮) 사이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는데, 조조(曹操)가 오나라 주유(周瑜)를 유혹하려고 그를 유세객으로 보냈다. 그가 포의(布衣)를 입고 사적인 여행이라면서 주유를 찾아가자, 주유가 영접하며 ‘자익(子翼: 장간蔣幹의 자)이 강호를 멀리 건너오느라 고생이 참 많았다. 그런데 조씨를 위해서 나에게 유세객 노릇을 하려고 하는 것인가?[子翼良苦遠涉江湖, 爲曹氏作說客耶.]’라 하고는, 극진하게 환대한 뒤에 손권(孫權)과 자기와의 뗄 수 없는 의리 관계를 강조하면서 ‘소진과 장의가 다시 세상에 나온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뜻을 바꾸게 할 수 있겠는가.[假使蘇張更生, 能移其意乎.]’라고 하여 아무 말도 못 하게 하고 돌려보냈다.”는 고사에서 보인다.
【譯文】 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
世人說到快樂之事, 都只說讀書的快樂和田園生活的快樂, 由此可知只要在自己本行工作中努力, 便是最安樂的境地. 古人說到憂心之處, 一定都是憂天下蒼生疾苦, 以及憂朝廷政事清明, 由此可知身負重任的人, 真是用心甚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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