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음식도 달게 여긴다면
반드시 뜻을 이룰 사람이요
분화함에 물들지 않는다면
걸출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粗糲能甘, 必是有爲之士.
조려능감, 필시유위지사.
紛華不染, 方稱傑出之人.
분화불염, 방칭걸출지인.
<圍爐夜話위로야화>
- 조려[粗糲] 도정(搗精)하지 않은 쌀. 정미(精米)하지 않은 거친 현미(玄米). 변변찮은 음식물. 거칠고 궂은 현미라는 뜻으로 거친 음식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껄껄하다. 거칠다. 추려(麤糲).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 빈지(賓至: 유객有客)에 “귀한 손님 오셔서 종일 머무는데, 평생의 거친 밥 고루한 선비의 끼니일세. 야외라 접대 없다 불평하지 마오, 흥이 나면 다시와 작약 밭 보면 되니.[竟日淹留佳客坐, 百年粗糲腐儒餐. 不嫌野外無供給, 乘興還來看藥欄.]”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부유[腐儒] 썩어 빠진 선비. 고루한 선비. 시대에 뒤떨어진 진부한 유자(儒者). 캐캐묵은 사고방식을 가져서 쓸모없는 유림이나 학자. 책만 읽어 세상일에 어두운 서생. 생각이 낡고 완고(頑固)하여 쓸모없는 선비. 실생활에 아무런 역할도 못하는 정신이 아주 완고하고 쓸모없는 선비나 학자를 조롱하여 이르는 말이다. 참고로, 두보(杜甫)가 성도(成都)로 피난하여 완화계(浣花溪) 가에 초당을 짓고 곤궁하게 살 때 지은 유객(有客)에 “종일토록 좋은 손님이 머물러 앉았나니, 백 년 동안 거친 밥 고루한 선비의 끼니일세.[竟日淹留佳客坐, 百年麤糲腐儒餐.]”라고 하였고, 초당(草堂)에 “천하가 아직도 태평하지 못하니, 무사가 썩은 선비보다 낫고말고.[天下尙未寧, 健兒勝腐儒.]”라고 하였고, 또 강한(江漢)에 “강한으로 돌아가려는 나그네는, 천지간에 한낱 썩은 선비로다.[江漢思歸客, 乾坤一腐儒.]”라고 한 데서 보인다. 두보(杜甫)는 매양 자신을 고루한 선비라 자칭하였다.
- 필시[必是] 필연(必然). 반드시. 어긋남이 없이 확실히.
- 유위[有爲] 재능이 있음. 능력이 있음. 쓸모가 있음. 일이 있음. 공(功)을 이룰 만한 것이 있음. 훌륭한 일을 해냄. 큰일을 하는 것. 유위(有爲)는 무위(無爲)와 상대되는 개념으로 본래 도교의 용어였으나 불교에도 차용되었다. 여러 가지 원인과 조건에 의해 만들어진 모든 현상. 인연으로 생겨서 생멸하고 변화하는 물심(物心)의 현상. 위(爲)는 조작의 뜻이니, 인연(因緣)으로 말미암아 조작[爲]되는 모든 현상. 공덕을 탐하는 마음. 여러 인연이 화합하여 생기는 생멸(生滅) 무상(無常) 현상. 참고로, 관윤자(關尹子) 주편(柱篇)에 “하늘은 스스로 하늘이 된 것이 아니요 하늘을 만든 것이 있으며, 땅은 스스로 땅이 된 것이 아니요 땅을 만든 것이 있다.[天非自天, 有爲天者, 地非自地, 有爲地者.]”라고 하였고, 맹자(孟子) 진심 상(盡心上)에 “함이 있는 자는 비유하면 우물을 파는 것과 같으니, 우물을 아홉 길이나 팠더라도 샘물에 미치지 못하면, 오히려 우물을 버림이 되는 것이다.[有爲者辟若掘井, 掘井九軔而不及泉, 猶爲棄井也.]”라고 하였고, 서경(書經) 홍범(洪範)에 “재능이 있고 실천력이 있는 사람을 그 행하게 하면, 나라는 창성하고 올바른 사람은 부유해지고 선해진다.[人之有能有爲, 使羞其行, 而邦其昌, 凡厥正人, 旣富方穀.]”라고 하였고, 서경(書經) 홍범(洪範)에 “무릇 서민이 계책을 세움이 있고 시행함이 있고 지킴이 있음을 네가 생각하라.[凡厥庶民, 有猷有爲有守, 汝則念之.]”라고 하였고,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密經) 응화비진분(應化非眞分)에 “이 세상의 모든 현상은 꿈과 같고 허깨비와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고, 또한 아침 이슬이나 번갯불과 같으니, 응당 이렇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분화[紛華] 분잡하고 화려(華麗)함. 여러 사람이 북적거리고 번잡함. 번성하고 화려함. 대단히 화려함. 화려하게 꾸민 것. 번화하고 어수선한 것. 번잡스럽고 화려한 것. 사치가 지나쳐 화려하기 그지없는 것. 빛나고 화려함. 웅장하고 아름답다. 분화(紛華)는 번화하고 화려한 것으로, 세속적인 욕망을 뜻한다. 참고로, 사기(史記) 권23 예서(禮書)에 공자(孔子)의 제자 자하(子夏)가 “밖에 나가서는 번잡하고 화려한 것들을 보고 기뻐하고, 들어와서는 부자의 도를 듣고 즐거워하여, 이 두 가지가 마음속에서 서로 싸워서 스스로 결단할 수가 없다.[出見紛華盛麗而說, 入聞夫子之道而樂, 二者心戰, 未能自決.]”라고 하였고, 한비자(韓非子) 유로(喩老)에도, 증자(曾子)가 자하(子夏)에게 살진 이유를 물으니, 자하가 “내가 집에 들어가서 선왕의 의를 보면 이것이 좋고, 밖으로 나와서 부귀의 낙을 보면 또 이것이 좋았으므로, 양자가 나의 가슴속에서 싸우며 승부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몸이 여위었는데, 지금은 선왕의 의가 이겼으므로 이렇게 살졌다.[吾入見先王之義則榮之, 出見富貴之樂又榮之, 兩者戰于胸中, 未知勝負, 故癯. 今先王之義勝, 故肥.]”라고 하였고, 소식(蘇軾)의 시 경산도중차운답주장관겸증소사승(徑山道中次韻答周長官兼贈蘇寺丞)에 “최근 몇 년 동안 분화와 싸웠는데, 점차 부자가 이기는 것을 느낀다.[年來戰紛華, 漸覺夫子勝.]”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불염[不染] 물들지 않다. 물들이지 않다. 더럽혀지지 않다. 참고로, 순자(荀子) 권학(勸學)에 “쑥대가 삼 속에서 나면 잡아주지 않아도 곧게 자라며, 흰 모래가 검은 흙 속에 있으면 물들이지 않아도 저절로 검어진다.[蓬生麻中, 不扶而直. 白沙在泥, 不染自汚.]”라고 하였고, 염계(濂溪) 주돈이(周敦頤)의 애련설(愛蓮說)에 “나는 유독 연꽃이 진흙 속에서 나왔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고, 맑은 잔물결에 씻기어도 요염하지 않으며, 줄기 속은 텅 비어 통하고 겉은 곧으며, 덩굴도 가지도 뻗지 않고,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우뚝이 깨끗하게 서 있어, 멀리서 바라볼 수만 있고 가까이 가서 가지고 놀 수 없음을 사랑하노라.[予獨愛蓮之出於淤泥而不染, 濯淸漣而不夭, 中通外直, 不蔓不枝, 香遠益淸, 亭亭淨植, 可遠觀而不可褻翫焉.]”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방칭[方稱] 바야흐로 ~라 일컫다. 비로소 ~라 칭하다. 비로소 ~라 할 수 있다.
- 걸출[傑出] 남보다 썩 뛰어남. 남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 괴걸(魁傑).
- 괴걸[魁傑] 걸출(傑出)한 사람. 몸이 건장하며 생김새나 재주가 뛰어남. 또는 그러한 사람. 두목(頭目). 용모나 재주가 뛰어남. 또는 그런 사람. 으뜸가는 호걸.
【譯文】 粗糲能甘, 紛華不染.
能夠粗服劣食而歡喜受之不棄, 必然是有作爲的人 ; 能夠對聲色榮華不著於心的人, 才能稱做優秀特殊的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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