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가 나뭇가지 하나를 차지하고 살며
도리어 붕새의 큰 뜻이 사치스럽다 비웃고
토끼가 위난에 대비해 세 개의 굴을 파고 살며
오히려 학이 쌓은 둥지가 높아 위태롭다 비웃으니
지혜가 작은 자와는 큰일을 도모할 수 없고
취향이 낮은 자와는 고상한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
참으로 그러하다.
鷯佔一枝, 反笑鵬心奢侈. 兎營三窟, 轉嗤鶴壘高危.
요점일지, 반소붕심사치. 토영삼굴, 전치학루고위.
智小者不可以謀大, 趣卑者不可與談高. 信然矣!
지소자불가이모대, 취비자불가여담고. 신연의!
<菜根譚채근담 淸刻本청각본(乾隆本건륭본) : 評議평의>
- 초료[鷦鷯] 참새목 휘파람샛과에 속한 새. 뱁새. 굴뚝새. 초료(鷦鷯)는 뱁새 종류의 작은 새 이름이다.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뱁새는 깊은 숲에 둥지를 틀어도 의지하는 것은 나뭇가지 하나에 지나지 않고, 두더지는 강물을 마셔도 제 배를 채우는 데에 지나지 않는다.[鷦鷯巢於深林, 不過一枝. 鼴鼠飮河, 不過滿腹.]”라고 하였다.
- 요점일지[鷯佔一枝] 초료일지(鷦鷯一枝). 뱁새는 나뭇가지 하나면 깃들기에 충분함. 장자(莊子) 소요유(逍遙游)에 “붕새는 남쪽 바다로 옮겨갈 적에 물결을 치는 것이 삼천리요, 회오리바람을 타고 구만 리나 올라가 여섯 달을 가서야 쉬는 것이다. …… 뱁새가 깊은 숲 속에 둥지를 틀어도 필요한 것은 나뭇가지 하나에 지나지 않고, 두더지가 황하(黃河)의 물을 마셔도 자기 배를 채우는 데 지나지 않는다.[鵬之徙於南冥也, 水擊三千里, 搏扶搖而上者九萬里, 去以六月息者也. …… 鷦鷯巢於深林, 不過一枝. 偃鼠飮河, 不過滿腹.]”라고 한 데서 온 말로, 붕새는 포부가 아주 큰 데에 비유하고, 뱁새는 포부가 아주 작은 데에 비유한 것이다.
- 반소[反笑] 도리어 비웃다.
- 붕심[鵬心] 붕새의 마음. 대붕(大鵬)의 뜻. 큰 마음. 큰 뜻.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북쪽 바다에는 곤(鯤)이라는 물고기가 있어 그 크기가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고, 이 고기가 변화하여 붕이라는 새가 되는데, 붕새의 등 너비는 또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 …… 붕새가 남쪽 바다로 옮겨 갈 때에는 물결을 치는 것이 삼천 리요, 회오리바람을 타고 구만 리를 올라가 여섯 달을 가서야 쉰다.[北冥有魚, 其名爲鯤. 鯤之大, 不知其幾千里也. 化而爲鳥, 其名爲鵬. 鵬之背, 不知其幾千里也. …… 鵬之徙於南冥也, 水擊三千里, 搏扶搖而上者九萬里, 去以六月息者也.]”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 사치[奢侈] 필요 이상으로 돈이나 물건을 씀. 주로 씀씀이나 꾸밈새, 행사의 치레 따위에서, 필요 이상의 돈이나 물건을 씀으로써 자신의 분수에 지나친 생활을 함. 마음을 쓰는 것이 필요 이상으로 지나침. 참고로, 한서(漢書) 권65 동방삭전(東方朔傳)에, 한(漢)나라 무제(武帝)가 상림원(上林苑)을 대대적으로 확장하려 하자, 동방삭(東方朔)이 간한 내용 중에 “하늘이 변이를 내리지 않는다면 삼보의 땅도 모두 폐하의 동산이 될 것인데, 굳이 주절과 호와 두까지 확장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사치하는 것이 법제에 정해져 있는 도를 넘으면 하늘이 변이를 내릴 것이니, 지금의 상림원이 작으나 신의 생각에는 크다고 여겨지기만 합니다.[如天不爲變, 則三輔之地盡可以爲苑, 何必盩厔鄠杜乎. 奢侈越制, 天爲之變, 上林雖小, 臣尙以爲大也.]”라고 말한 데서 보인다.
- 토영삼굴[兎營三窟] 교활한 토끼가 위난(危難)을 피하려고 구멍 셋을 만듦. 자신의 안전을 위하여 미리 몇 가지의 피할 방안을 마련해 놓음. 적의 침입이나 재난 및 위험 등 앞으로 닥칠 일[亂]에 대비해 미리 피할 방법을 만들어 자신을 지키는 데 빈틈이 없음. 교활한 토끼는 숨을 수 있는 굴을 세 개는 마련해놓는다는 뜻으로, 자신의 안전을 위하여 미리 몇 가지 술책을 마련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전국책(戰國策) 제책(齊策) 4에 “전국 시대 제(齊)나라 맹상군(孟嘗君)이 처음 설(薛)에 봉해졌을 때, 그의 문객(門客) 풍훤(馮諼)이 맹상군에게 말하기를 ‘교활한 토끼는 세 굴을 파두어 근근이 죽음을 면하는데, 지금 주군(主君)께서는 굴이 하나밖에 없으니 베개를 높이 베고 누울 수 없습니다. 주군을 위하여 두 개의 굴을 더 팔까 합니다.[狡兎有三窟, 僅得免其死耳. 今君有一窟, 未得高枕而臥也. 請爲君復鑿二窟.]’라고 하면서, 세 가지 계책[봉지(封地)인 설(薛) 땅의 토지 문권(土地文券)을 불태워 버림으로써 의리를 베풀 것, 위(魏)나라가 맹상군을 초빙하게 함으로써 제(齊)나라에서 다시 정승의 자리에 복직시키도록 할 것, 설(薛) 땅에 종묘(宗廟)를 세울 것]을 건의하여, 맹상군이 그대로 따른 결과, 그 후로 맹상군이 제나라 재상(宰相)을 수십 년 동안 지내면서 조금의 화(禍)도 입지 않았다.”는 고사가 있다. 교토삼혈(狡兔三穴). 교토영삼굴(狡兎營三窟). 교토삼굴(狡兎三窟).
- 전치[轉嗤] 도리어 비웃다.
- 신연[信然] 사실이다. 정말로 그렇다. 확실히 그렇다. 확실하게 이와 같다. 과연. 정말로~한다면. 참으로. 정말로. 참고로, 초사(楚辭) 구장(九章) 석송(惜誦)에 “충성스러운 말을 했다가 원망만 자초했다는 말을 내가 옛날에 듣고서, 그것은 지나친 말이라고 내가 대뜸 생각을 했었는데, 내가 아홉 번이나 팔뚝을 부러뜨려 의사가 다 되고 나서는, 이제 그 말이 참으로 맞다는 것을 내가 확신하게 되었다.[吾聞作忠以造怨兮, 忽謂之過言. 九折臂而成醫兮, 吾至今乃知其信然.]”라고 하였고, 한유(韓愈)의 제십이랑문(祭十二郞文)에 조카의 죽음을 슬퍼하며 “이게 꿈이지 전해 온 소식은 사실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동야의 글과 경란의 편지가 어찌하여 내 곁에 있단 말인가. 슬프다, 참이로구나.[夢也傳之非其眞也. 東野之書, 耿蘭之報, 何爲而在吾側也. 嗚呼, 其信然矣.]”라고 하였고, 삼국지(三國志) 촉지(蜀志) 제갈량전(諸葛亮傳)에 “제갈량(諸葛亮)은 항상 자신을 관중(管仲)과 악의(樂毅)에 견주었는데, 당시 사람들은 이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오직 박릉(博陵)의 최주평(崔州平)과 영천(潁川)의 서서(徐庶) 원직(元直)만은 제갈량과 우정이 돈독하였는데, 이들은 진실이라고 믿었다.[每自比於管仲樂毅, 時人莫之許也. 惟博陵崔州平, 潁川徐庶元直, 與亮友善, 謂為信然.]”라고 한 데서 보인다.
【譯文】 智小趣卑, 不可謀談.
鷦鷯占用一根樹枝, 反而笑話大鵬用心奢華侈大 ; 兔子營造三個洞窟, 反轉嗤笑堡壘高而危險. 智慧低下的人不可用來謀劃大事, 趣味卑下的人不可與他言談高論. 確實如此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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