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관한 사람은 금서와 시화로 성령을 기르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저 그 드러난 것만을 감상하고
고상한 사람은 산천과 운물로서 학식을 돕지만
속된 사람들은 그저 그 아름다움만을 즐길 뿐이다.
이에 사물에는 본디 정해진 품격이 없으나
사람의 식견에 따라 높고 낮아짐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책을 읽고 이치를 궁구함에는
식견과 흥취를 먼저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琴書詩畫, 達士以之養性靈, 而庸夫徒賞其跡象.
금서시화, 달사이지양성령, 이용부도상기적상.
山川雲物, 高人以之助學識, 而俗子徒玩其光華.
산천운물, 고인이지조학식, 이속자도완기광화.
可見事物無定品, 隨人識見以爲高下. 故讀書窮理, 要以識趣爲先.
가견사물무정품, 수인식견이위고하. 고독서궁리, 요이식취위선.
<菜根譚채근담 淸刻本청각본(乾隆本건륭본) : 評議평의>
- 금서[琴書] 거문고와 책을 아울러 이르는 말. 거문고와 서책(書冊). 거문고 타기와 글 읽기를 아울러 이르는 말. 거문고와 서책을 즐기며 지내는 전원의 흥취. 거문고와 책으로 옛날 선비의 소일거리이자 필수품이었다. 참고로, 도잠(陶潛)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친척들과의 정담을 즐거워하고, 거문고와 서책을 즐기면서 시름을 푼다.[悅親戚之情話, 樂琴書以消憂.]”라고 하였다.
- 시화[詩畫] 시와 그림. 시화(詩話) 그림. 시를 곁들인 그림. 참고로, 소식(蘇軾)의 서마힐남관연우도(書摩詰藍關煙雨圖)에 “마힐의 시를 음미하면 시 가운데 그림이 있고, 마힐의 그림을 완상하면 그림 가운데 시가 있다.[味摩詰之詩, 詩中有畫. 觀摩詰之畫, 畫中有詩.”라고 하였다. 마힐(書摩)은 왕유(王維)의 자로, 시화(詩畫)로 유명하였다.
- 달사[達士] 달인. 달관한 사람. 널리 도리에 통달한 사람. 널리 이치에 통달하여 사물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 이치(理致)에 밝아서 사물(事物)에 얽매어 지내지 아니하는 사람. 사물의 이치에 깊고 넓게 통하여 얽매임이 없는 사람.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 기제강외초당(寄題江外草堂)에 “교룡은 정해진 굴이 없고, 황곡은 하늘 끝까지 날아오르네. 예로부터 달사의 뜻이, 어찌 외물에 끌리던가.[蛟龍無定窟,黃鵠摩蒼天. 古來達士志,寧受外物牽?]”라고 하였고, 후한서(後漢書) 권79 중장통 열전(仲長統列傳)에 “지인은 마음대로 변하고 달사는 세속에서 벗어난다.[至人能變, 達士拔俗.]”라고 하였다.
- 성령[性靈] 넋. 영묘(靈妙)한 성정(性情). 사람의 육체 속에 깃들여 있어 정신 작용을 다스리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영묘한 성정. 마음속 세계. 인간의 정신. 보통 정신, 사상, 정감, 성정, 영감, 지혜, 총명 등을 가리킨다. 한문 시단의 한 파. 스스로의 성령을 존중하여 곧바로 자기의 생각을 드러낸다.
- 용부[庸夫] 특별히 뛰어난 데 없이 평범한 남자. 변변하지 못하고 졸렬(拙劣)한 사나이. 범인(凡人). 평범한 사람. 보통 사람. 용인(庸人). 참고로, 구양수(歐陽脩)의 상주주금당기(相州晝錦堂記)에 “평범한 백성과 우매한 아낙은 급히 도망하며 놀라 땀을 흘리고 부끄러워하며 부복하여 수레 먼지와 말발굽 사이에서 자신의 죄를 후회한다.[庸夫愚婦者, 奔走駭汗, 羞愧俯伏, 以自侮罪於車塵馬足之間.]”라고 하였다.
- 도상[徒賞] 그저 감상함. 다만 즐길 뿐임. 한갓 완상함. 참고로, 청(淸)나라 왕문치(王文治)의 쾌우당제발(快雨堂題跋) 송척예천명(宋拓醴泉銘)에 “구양순의 글씨는 험절로 平을 삼고 기이함이 지극함으로 정을 삼았으니, 한갓 단정하고 엄숙함을 흔상함은 형상과 뼈대의 논리일 뿐이다.[歐陽書, 以險絶爲平, 以奇極爲正, 徒賞其端凝, 乃形骸之論也.]”라고 하였다.
- 적상[跡象] 진실이 아닌 자취의 흔적으로 나타난 현상. 은근하게 정황이나 흔적을 드러내는 것. 흔적. 형적. 자취. 현상. 기미. 조짐, 기색. 눈치. 겉모습. 적상(迹相), 적상(迹象)이라고도 쓴다.
- 운물[雲物] 경물(景物). 구름의 빛깔. 풍경. 운무(雲霧). 꽃구름. 태양 가까운 곳에 있는 구름의 빛깔을 가리키는데, 상고 시대에는 그것으로써 길흉(吉凶)과 수한(水旱: 장마, 가뭄)을 예측하였다.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 소지(小至)의 미련(尾聯)에 “구름 모양은 다르지 않되 고향은 다르니, 잔 들고 아이 더러 술 따르게 하여 마시노라.[雲物不殊鄕國異, 敎兒且覆掌中杯.]”라고 하였다.
- 운물[雲物] 기색(氣色)과 재변. 태양 주위에 나타나는 다섯 가지 구름의 색깔로 천재지변을 헤아리던 방법. 물(物)을 색(色)의 뜻으로 보아 구름의 다섯 가지 색깔인 청(靑)·백(白)·적(赤)·흑(黑)·황(黃)이라고 하는 설이 있고, 운(雲)은 오운(五雲), 즉 오색의 구름이고, 물(物)은 풍(風)·기(氣)·일(日)·월(月)·성(星)·신(辰)으로 보는 설이 있다. 고대에는 대(臺)에 올라서 운물을 관찰함으로써 길흉을 점쳤다. 주례(周禮) 춘관(春官) 보장씨(保章氏)에 “다섯 가지 구름 빛깔로 길흉, 가뭄과 홍수, 풍년과 흉년의 조짐을 분별하였다.[以五雲之物, 辨吉凶, 水旱降豐荒之祲象.]”라고 하였는데, 정현(鄭玄)이 주에 “물(物)은 색이다. 태양 주변 운기(雲氣)의 색을 본다. 강(降)은 내리는 것이다. 홍수와 가뭄이 나라에 내려질 것을 알 수 있다.[物, 色也. 視日旁氣雲之色. 降, 下也. 知水旱所下之國.]”라고 하였고, 또, “정사농(鄭司農: 정중鄭衆)이 이르기를 ‘동지와 하지, 춘분과 추분에 구름의 색을 관찰하는데, 푸른빛이면 충해(蟲害)가 생기고, 흰빛이면 사람이 죽고, 붉은빛이면 병란과 기근이 일어나고, 검은빛이면 수해가 발생하고, 누른빛이면 풍년이 든다.[鄭司農云: 以二至二分觀雲色, 靑爲蟲, 白爲喪, 赤爲兵荒, 黑爲水, 黃爲豐.]’고 하였다.”라고 하였다. 또,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희공(僖公) 5년조에 “정월 신해삭(朔)에 해가 가장 남쪽에 이르렀다. 공이 곡삭례(告朔禮)를 한 뒤 관대(觀臺)에 올라 바라보았는데, 이를 기록한 것은 예(禮)에 맞았기 때문이다. 춘분·추분, 동지·하지, 입춘·입하·입추·입동 때 구름의 빛깔을 반드시 기록하는 것은 재앙의 조짐을 미리 살펴 대비하기 위해서이다.[正月辛亥朔, 日南至. 公既視朔, 遂登觀臺以望, 而書, 禮也. 凡分至啓閉, 必書雲物, 爲備故也.]”라고 하였다. 분(分)은 춘분, 추분. 지(至)는 하지, 동지. 계(啓)는 입춘, 입하. 폐(閉)는 입추, 입동을 이른다.
- 고인[高人] 고상(高尙)한 사람. 세속을 초탈한 사람. 지조와 행실이 훌륭한 사람. 뜻이 높고 지조가 굳은 사람. 뜻이 높고 욕심이 없는 사람. 벼슬자리에 오르지 아니하고 고결(高潔)하게 사는 사람. 평범하지 않은 사람. 초인(超人). 고사(高士). 은사(隱士). 명예와 이익 따위를 떠나 자연 속에서 학문을 연마하며 은둔하는 선비로 흔히 고사(高士)라고도 한다. 참고로, 소식(蘇軾)의 시 월주장중사수락당(越州張中舍壽樂堂)에 “청산은 고상한 사람처럼 점잖아서, 항상 관부에 들어가려 하지 않누나. 고인은 원래 산과 벗으로 지내는지라, 부르지 않아도 산이 내 집에 가득 내려와 앉네.[青山偃蹇如高人, 常時不肯入官府. 高人自與山有素, 不待招邀滿庭戶.]”라고 하였고, 이백(李白)의 시 기최시어(寄崔侍御)에 “고인은 누차 진번의 걸상을 풀고, 과객은 사조의 누각에 오르기 어려워라.[高人屢解陳蕃榻, 過客難登謝眺樓.]”라고 한 데서 보인다.
- 학식[學識] 배워서 얻은 지식(知識). 체계적인 지식과 사물에 대한 식견. 학문(學問)과 식견(識見)을 통틀어 이르는 말.
- 속자[俗子] 속인(俗人). 세속(世俗)의 평범한 사람. 일반의 평범한 사람. 학문이나 풍류를 모르는 속된 사람. 견문이나 식견이 없는 무식한 사람. 학문(學問)이 없거나 풍류(風流)를 알지 못하고 고상(高尙)한 맛이 없는 속(俗)된 사람.
- 도완[徒玩] 그저 완상(玩賞)함. 다만 즐길 뿐임. 한갓 구경함. 그냥 감상함. 그냥 취미로 즐기며 구경함.
- 광화[光華] 빛. 문물(文物)의 아름다운 빛. 빛나는 기운(氣運). 환하고 아름답게 눈이 부심. 환하고 아름답게 빛남. 또는 그 빛. 참고로, 순(舜)이 우(禹)에게 선위(禪位)한 뒤에 백관과 함께 태평함을 노래한 경운가(卿雲歌)에 “오색구름이 찬란함이여, 얽히어 늘어졌도다. 해와 달이 빛남이여, 아침이요 또 아침이로다.[卿雲爛兮, 糾縵縵兮. 日月光華, 旦復旦兮.]”라고 하였고, 시경(詩經) 소아(小雅) 황화(皇華)의 소서(小序)에 “황황자화(皇皇者華)는 임금이 사신을 보내는 것을 읊은 시이다. 예악을 베풀어 전송하면서 멀리 나가 나라를 빛내 줄 것을 말한 것이다.[皇皇者華, 君遣使臣也. 送之以禮樂, 言遠而有光華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가견[可見] 볼만하다. ~을 알 수 있다. ~을 볼 수 있다. ~이기 때문에 ~인 것을 알다. 가히 ~함을 알 수 있다. 이로써 ~함을 깨닫게 된다.
- 사물[事物] 모든 일과 물건의 총칭. 일과 물건을 아울러 이르는 말. 사건(事件)과 목적물(目的物). 물질세계에 존재하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대상을 통틀어 이르는 말.
- 정품[定品] 정해진 품격(品格). 정해진 품계(品階). 정해진 등급(等級). 정해진 물품(物品).
- 수인[隨人] 사람마다. 다른 사람을 따르다. 남을 따라 하다. 남이 하는 대로 하다. 참고로, 이백(李白)의 시 금릉(金陵)에 “옛 전각의 오나라 화초와 깊은 궁중의 진나라 기라가 모두 인사 따라 없어지고, 동으로 흘러 푸른 물결과 함께 한다.[古殿吳花草, 深宮晉綺羅. 倂隨人事滅, 東逝與滄波.]”라고 하였고, 주역(周易) 함괘(咸卦) 구삼(九三) 상사(象辭)에 “다리에 느껴서 그 자리에 있지 않고, 다른 사람을 따를 뜻을 두니, 집행하는 바가 낮도다.[咸其股, 亦不處也, 志在隨人, 所執下也.]”라고 하였고, 주역(周易) 서괘전(序卦傳)에 “기쁨으로 남을 따르는 자는 반드시 일이 있으므로 고괘로 받았다.[以喜隨人者, 必有事. 故受之以蠱.]”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식견[識見] 보고 듣거나 배워서 얻은 지식과 견문. 사물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 사물을 식별하고 관찰하는 능력. 학식(學識)과 견문(見聞)이라는 뜻으로 사물(事物)을 분별(分別)할 수 있는 능력(能力)을 이르는 말이다.
- 독서궁리[讀書窮理] 책을 많이 읽고 깊이 생각함. 글을 읽고 이치를 궁구(窮究)함. 책을 읽고 속속들이 파고들어 깊게 연구함. 궁리(窮理)는 천지 만물의 이치를 깊이 연구하는 것으로, 거경궁리(居敬窮理)라 하여 잠시도 쉬지 않고 마음을 경건히 하고 진리를 연구한다는 성리학에서 중시하는 수양 방법이다.
- 식취[識趣] 식견(識見)과 지취(志趣). 식견(識見)과 취향(趣向). 안목과 흥취(興趣). 정취를 이해하다. 분별 있게 굴다. 눈치 있다. 약삭빠르게 굴다. 남의 기분을 알아차리다. 말귀를 잘 알아듣다. 세상 물정에 밝다.
【譯文】 讀書窮理, 識趣爲先.
琴瑟書籍詩歌繪畫, 達理人士用它培養性情心靈, 而平庸的人徒然欣賞它們的形跡現象 ; 山嶽河川雲彩景物, 高雅的人用它助長學問見識, 而粗俗的人徒然把玩它們的光彩華美. 可見事物沒有一定的品味, 它隨著人們的識別見解用來作爲高下區分. 所以研讀書籍窮究事理, 要以識見志趣爲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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