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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를 살찌우는 것은 돼지를 위해서가 아니니 <채근담>


지게미와 쌀겨를 먹이는 것은

돼지를 위해 살찌우려는 것이 아니건만

낚시 바늘의 미끼를 어찌 그리도 탐하고

수놓인 비단옷을 입히는 것이

제물로 바쳐진 짐승이 고귀해서이랴만

조롱 속 후림새에 누가 헤어날 수 있을까.


糟糠不爲彘肥,  何事偏貪鉤下餌.
조강불위체비,  하사편탐구하이.
錦綺豈因犧貴,  誰人能解籠中囮.
금기기인희귀,  수인능해롱중와.

<菜根譚채근담 淸刻本청각본(乾隆本건륭본) : 評議평의>


  • 조강[糟糠]  술찌끼와 쌀겨. 술지게미와 쌀겨라는 뜻으로, 가난한 사람이 먹는 변변치 못한 음식(飮食)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전하여 아주 가난한 살림을 이른다. 교만(驕慢)한 승려(僧侶)나 거친 교법(敎法)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참고로, 후한서(後漢書) 송홍열전(宋弘列傳)에 “빈천할 때 사귀던 친구를 잊어서는 안 되고, 조강 먹으며 함께 고생했던 아내는 버리지 않는다.[貧賤之知不可忘, 糟糠之妻不下堂.]”라고 하였다.
  • 조강지처[糟糠之妻]  빈한할 때 고생을 같이 한 아내. 몹시 가난할 때 함께 고생한 아내. 조강(糟糠)은 술지게미와 겨로, 지게미와 쌀겨로 끼니를 이을 때의 아내라는 뜻으로, 몹시 곤궁(困窮)할 때부터 간고(艱苦)를 함께 겪은 본처(本妻)를 흔히 일컫는다. 후한서(後漢書) 권56 송홍열전(宋弘列傳)에 “당시 황제(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의 누나인 호양공주(湖陽公主)가 새로 과부가 됐는데 황제가 조신들과 더불어 의논하여 그 뜻을 몰래 관찰하였다. 공주가 말하기를 ‘송공의 위용과 품덕은 군신들 중에서 미칠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라고 하자 황제가 말하길 ‘바야흐로 또한 이를 도모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이후에 송홍(宋弘)을 불러들였는데 황제는 공주로 하여금 병풍 뒤에 앉게 하고는 이로 인해 송홍에게 말하기를 ‘속설에 존귀해지면 친구를 바꾸고 부유해지면 처를 바꾼다는 데 인정에 맞는 것인가?’라고 하니 송홍이 말하기를 ‘신이 듣기로 빈천할 때 알던 사람은 잊을 수 없고, 조강지처는 당에서 내려오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라고 하자 황제가 공주를 돌아보며 말하길 ‘이 일은 안되겠습니다.’라 하였다.[時帝姊湖陽公主新寡, 帝與共論朝臣, 微觀其意. 主曰: ‘宋公威容德器, 群臣莫及.’ 帝曰: ‘方且圖之.’ 後弘被引見, 帝令主坐屏風後, 因謂弘曰: ‘諺言貴易交, 富易妻, 人情乎?’ 弘曰: ‘臣聞貧賤之知不可忘, 糟糠之妻不下堂.’ 帝顧謂主曰: ‘事不諧矣.’]”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다.
  • 조강불염[糟糠不厭]  술지게미나 겨도 싫어하지 않음. 술지게미나 겨도 충분(充分)히 먹지 못함. 몹시 가난함의 형용. 사기(史記) 권61 백이열전(伯夷列傳)에 “백이와 숙제는 선인이라 할 만한데, 어질고 고결한 행실이 이와 같았는데도 굶어 죽었고, 70명의 문도 중에 공자께서 유독 안회가 배우기를 좋아한다고 칭찬하였는데도 안회는 자주 굶으며 술지게미조차 싫어하지 않다가 일찍 죽었으니, 하늘이 선인에게 보답한다는 것에 비추어보면 어떠한가. 도척은 날마다 죄 없는 자를 죽이고 사람의 살을 회쳐 먹으며 포악함을 자행했고, 수천 명의 무리를 모아 천하를 횡행했는데도 결국 수명대로 살다 죽었으니, 이것은 무슨 덕을 따른 것인가.[若伯夷叔齊, 可謂善人者非耶? 積仁潔行如此而餓死! 且七十子之徒, 仲尼獨薦顔淵爲好學. 然回也屢空, 糟糠不厭, 而卒蚤夭. 天之報施善人, 其何如哉? 盜蹠日殺不辜, 肝人之肉, 暴戾恣睢, 聚黨數千人橫行天下, 竟以壽終. 是遵何德哉?]”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다.
  • 불위[不爲]  ~하지 않음. ~를 위하려는 것이 아니다. ~를 위해서 ~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때문이 아니다. 해서는 안 된다. 하지 않다.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것. 불능(不能)은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것이고, 불위(不爲)는 자신의 능력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는 것으로, 맹자(孟子) 양혜왕 상(梁惠王上)에, 제(齊)나라 선왕(宣王)이 왕도정치(王道政治)의 어려움을 말하자, 맹자(孟子)기 왕 노릇 하지 못하는 것은 가벼운 깃털을 들지 못하고 수레에 가득 실린 섶나무를 보지 못하는 것처럼 하지 않는 것[不爲]이지, 하지 못하는 것[不能]이 아님을 설명하였다. 참고로, 맹자(孟子) 진심 상(盡心上)에 “양자(楊子)는 위아(爲我)를 주장하니, 머리털 하나를 뽑아서 천하 사람을 이롭게 할 수 있다 해도 하지 않는다.[楊子取爲我, 拔一毛而利天下, 不爲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체비[彘肥]  돼지가 살찜. 장자(莊子) 달생(達生)에 “제사를 관장하는 관리가 예복을 차려 입고 돼지우리로 가서는 돼지에게 ‘너는 어찌하여 죽음을 싫어하느냐? 내가 석 달 동안 몸을 깨끗이 하고, 사흘 동안 금기를 지켜, 흰 띠풀을 깔고 요리한 다음 너의 어깨와 엉덩이 고기를 장식된 제기 위에 모셔 놓으려 한다. 그러면 너도 좋지 않겠느냐?’라고 하였다. 돼지의 입장에서 말을 한다면 ‘겨나 지게미를 먹이면서 살더라도 돼지우리 속에 그냥 두는 것이 좋겠다.’라고 할 것이 틀림없다.[祝宗人玄端以臨牢筴, 說彘曰: ‘汝奚惡死? 吾將三月豢汝, 十日戒, 三日齊, 藉白茅, 加汝肩尻乎彫俎之上, 則汝為之乎?’ 為彘謀曰: ‘不如食以糠糟, 而錯之牢筴之中.’]”라는 이야기가 보이고, 한비자(韓非子) 설림(說林)에 “이 세 마리가 돼지의 피를 빨아 먹으며 다투고 있었는데 다른 한 마리의 이가 지나가다 ‘무엇을 가지고 다투고 있는 것인가?’라고 하니, 세 마리의 이가 입을 모아 ‘우리는 살 찐 돼지의 맛있는 부위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자 뒤에 나타난 이가 ‘너희는 머지않아 제사 때가 되면 띠풀을 깔고 불을 피워 돼지를 굽게 되는 것을 모르고 있는가? 그렇게 되면 돼지는 물론 우리도 모두 불에 타 죽게 될 것이다.’라고 하니, 그 말을 듣고 세 마리의 이는 다툼을 멈추고 힘을 모아 돼지의 피를 빨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돼지는 비쩍 마르게 되었고 사람들은 마른 돼지로는 제사를 올릴 수 없다 하여 잡지 않았다.[三蝨食彘相與訟, 一蝨過之, 曰: ‘訟者奚說?’ 三蝨曰 : ‘爭肥饒之地.’ 一蝨曰 : ‘若亦不患臘之至而茅之燥耳, 若又奚患?’ 於是乃相與聚嘬其身而食之. 彘臞, 人乃弗殺.]”는 이야기가 보인다.
  • 하사[何事]  무슨 일. 어떤 일. 어째서. 왜. 무엇 때문에. 이름을 모르거나, 작정(作定)하지 못한 일이나 물건(物件) 따위를 일컫는 말.
  • 편탐[偏貪]  치우치고 탐욕스러움. 편벽되고 탐욕스러움. 한쪽으로 치우친 탐욕. 한쪽으로 치우쳐 지나치게 욕심을 부림. 편애하거나 탐욕스러움. 특정한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탐내는 것. 지나친 탐욕. 굳이 탐내다. 치우쳐 탐내다.
  • 구하이[鉤下餌]  낚시 바늘 아래로 늘어진 미끼. 낚시 바늘 아래의 미끼.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유혹이나 수단.
  • 금기[錦綺]  아름답고 화려한 옷. 비단(緋緞)과 능직(綾織)을 아울러 이르는 말.
  • 기인[豈因]  어찌 ~을 계기로, 어찌 ~ 때문에, 어찌 ~로 인하여. 어떻게 ~ 때문에. 설마 ~ 때문에.
  • 금기희귀[錦綺犧貴]  비단옷으로 희생(犧牲)이 고귀해짐. 장자(莊子) 제32편 열어구(列禦寇)에 “어떤 사람이 장자를 초빙하려 하자, 장자가 그의 사자에게 말하기를 ‘당신은 제물로 쓰이는 소를 본 일이 있습니까? 무늬가 수놓인 옷을 입고, 좋은 풀과 콩을 먹으며 지내지만, 일단 그 소가 끌려서 태묘로 들어갈 때가 되면 비록 외로운 송아지가 되려 한다 해도 될 수가 있겠습니까!’라고 하였다.[或聘於莊子. 莊子應其使曰: 子見夫犧牛乎? 衣以文繡, 食以芻菽, 及其牽而入於大廟, 雖欲爲孤犢, 其可得乎!]”는 이야기가 보인다.
  • 희생[犧牲]  다른 사람이나 어떤 목적을 위해 자신이나 가진 것 등을 바치거나 포기함. 예기치 않은 재난이나 사고로 목숨을 잃음. 일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또는 타인의 이익을 위하여 자신의 생명이나 이익을 포기하는 행위. 다른 사람이나 어떤 목적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 재산, 명예, 이익 따위를 바치거나 버림. 또는 그것을 빼앗김. 사고나 자연재해 따위로 애석하게 목숨을 잃음. 원래는 천지신명(天地神明)이나 종묘(宗廟)에 제사를 지낼 때 제물로 쓰는 살아 있는 소를 일컫는 말이었다. 색이 순수한 것을 희(犧)라고 하며 길함을 얻지 못해 죽이는 것을 생(牲)이라고 하였다. 오늘날에는 다소 뜻이 바뀌어 제사에 바쳐지는 희생물인 소나 양이 주인 대신에 바쳐지는 것처럼 남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내놓는 것, 남을 위해 자신의 목숨이나 재물 또는 권리를 포기하는 것을 이른다.
  • 희생[犧牲]   제물용 가축. 천지신명(天地神明) 따위에 제사(祭祀) 지낼 때 제물(祭物)로 바치는 산 짐승. 국가에서 행하는 묘(廟)·사(社) 등의 제사지낼 때에 바치는 짐승. 집단 성원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종묘와 사직에 제물로 바치는 짐승. 주로 소[牛] ·양(羊)·돼지[豕] 따위. 천지신명(天地神明)이나 종묘(宗廟)에 제사를 지낼 때 제물로 쓰는 살아 있는 온 마리 소. 털빛이 고른 가축, 색이 순수한 소를 희(犧)라 한다. 집에서 기를 때는 축(畜), 제사에 쓸 때는 생(牲)이라 하여, 제사에 쓰거나 먹는 가축의 통칭을 생(牲)이라 한다. 주례(周禮) 지관목인(地官牧人)에 “무릇 제사를 지낼 때에는 그 희생을 함께 하는데, 담당자에게 주어서 이를 묶게 한다.[凡祭祀共其犧牲, 以授充人繫之.]”고 하였다. 생뢰(牲牢).
  • 수인[誰人]   누구. 어떤 사람. 참고로, 당(唐)나라 두목(杜牧)의 시 등지주구봉루기장호(登池州九峯樓寄張祜)에 “어느 누가 장 공자와 같을 수가 있겠는가. 천 수의 시로 만호후를 가벼이 보는구나.[誰人得似張公子 千首詩輕萬戶侯]”라고 하였고, 백거이(白居易)의 시, 송객남천(送客南遷)에 “길손은 활시위에 놀란 기러기 같고, 배는 파도에 맡겨진 부평초 같구나. 그 누가 웃고 말하도록 권유하며, 그 무엇으로 떠도는 신세를 위로할꼬?[客似驚弦雁, 舟如委浪萍. 誰人勸言笑, 何計慰漂零.]”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와[囮]  후림새(잡을 새를 꾀어 후려들이기 위해 매어 둔 새). 미끼 새. 새나 짐승을 꾀어 들이기 위하여 매어 놓은 같은 종류의 새나 짐승. 매개(媒介). 유혹(誘惑)하는 사물(事物).
  • 와조[囮鳥]  매조(媒鳥). 조매(鳥媒). 후림새. 미끼새. 새를 사냥할 때 다른 새를 유인하기 위하여 산채로 잡아 매어 놓은 새이다.
  • 농중와[籠中囮]  조롱속의 미끼 새. 조롱속의 후림새. 참고로, 이하(李賀)의 시 애여장(艾如張)에 “비단 홑옷에 수놓은 배자 걸치고, 힘써 마시고 쪼아 꺼병이를 먹이누나. 언덕 동쪽 엎친 이삭은 위험 많으니, 후림꿩 믿지 말고 언덕 서쪽으로 가라. 제인이 짠 그물은 투명하기 허공 같아, 넓고 푸른 들밭 가운데 널리 펼쳐 있네. 아득한 그물 실은 형체도 그림자도 없어, 너 거기 잘못 걸리면 머리 다쳐 피 흘리리. 쑥 잎으로 초록 꽃 꾸며놓은 이 누구인가, 그 속에 감춘 재앙의 싹 헤아릴 수 없어라.[錦襜褕, 繡襠襦. 强飮啄, 哺爾雛. 隴東臥穟滿風雨, 莫信籠媒隴西去. 齊人織網如素空, 張在野田平碧中. 網絲漠漠無形影, 誤爾觸之傷首紅. 艾葉綠花誰剪刻, 中藏禍機不可測.]”라고 하였다.

【譯文】 莫貪鉤餌,  解脫籠囮.
酒糟粃糠不是爲了豬彘肥壯,  爲什麼偏偏貪圖釣鉤下的誘餌  ;  文錦紈綺豈能因爲犧牲貴重,  什麼人能夠解脫牢籠中的囮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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