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 갈고 글 읽음은 분명 좋은 도모이나
반드시 공부함에 소홀함이 없어야 만이
비로소 그 뜻을 이룰 수가 있고
벼슬살이가 비록 현귀하다 하나
만약 관리로서의 처신에 허물이 있다면
이 역시 영예를 누리기는 바랄 수 없다.
耕讀固是良謀, 必工課無荒, 乃能成其業.
경독고시양모, 필공과무황, 내능성기업.
仕宦雖稱顯貴, 若官箴有玷, 亦未見其榮.
사환수칭현귀, 약관잠유점, 역미견기영.
<圍爐夜話위로야화>
- 경독[耕讀] 농사짓기와 글 읽기를 아울러 이르는 말. 농사를 지으면서 틈틈이 글을 읽음. 주경야독(晝耕夜讀). 참고로, 한유(韓愈)의 동생행(董生行)에, 당(唐)나라 은사인 동소남(董邵南)이 주경야독(晝耕夜讀)하며 부모에게 효도하고 처자식을 사랑하는 것을 읊어 “수주 속현에 안풍이 있으니, 당나라 정원 연간에 이 고을 사람 동소남이 그곳에 은거하여 의를 행하였다. … 아아, 동생(董生)이여! 아침에는 밖에 나가 밭을 갈고 밤에는 집에 돌아와 고인의 서책을 읽도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산에서 나무 하고 물에서 고기 잡아, 부엌에 들어가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고 당(堂)에 올라가 부모님께 안부를 물으니, 부모는 근심하지 않고 처자식은 원망하지 않도다.[壽州屬縣有安豊, 唐貞元年時, 縣人董生召南, 隱居行義於其中. … 嗟哉董生! 朝出耕, 夜歸讀古人書. 盡日不得息, 或山而樵, 或水而漁, 入廚具甘旨, 上堂問起居, 父母不慼慼, 妻子不咨咨.]”라고 하였다.
- 고시[固是] 확실히 ~이다. 분명히 ~이다. 진정 ~이다. 진실로 ~이다. 참으로 ~이다. 본래 ~이다. 참고로, 한퇴지(韓退之: 한유韓愈)의 시 기노동(寄盧仝)에 “선생은 내가 처음부터 경외(敬畏)하는 터, 그 도량이 얼마나 되는지 내가 감히 헤아리랴.[先生固是余所畏, 度量不敢窺涯涘.]”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양모[良謀] 좋은 계책(計策)이나 뛰어난 책략(策略). 좋은 계략(計略).
- 공과[工課] 공부의 과정(過程). 진행하고 있는 일이나 사업의 성과. 공부하는 내용이 조직되어 있는 과정(課程).
- 무황[無荒] 소홀함이 없다. 허황(虛荒)됨이 없다. 방탕함이 없다. 참고로,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에, 순(舜) 임금에게 익(益)이 건의하여 “걱정이 없는 것을 경계하시어 법도를 잃지 마시고, 안일에 빠지지 마시고, 풍악에 음탕하지 마시고, 어진 이에게 맡겼으면 의심하지 마시고, 간사한 자를 제거하는 데 의심을 갖지 마시며, 백성의 찬양을 구하기 위해서 도리를 어기지 마시고, 내 욕심을 따르기 위해서 백성을 거스르지 마소서. 게으름이 없고 소홀함이 없으면 사방의 오랑캐가 조회를 올 것입니다.[儆戒無虞, 罔失法度, 罔遊于逸, 罔淫于樂, 任賢勿貳, 去邪勿疑, 罔違道以干百姓之譽, 罔咈百姓以從己之欲. 無怠無荒, 四夷來王.]”라고 한 데서 보이고, 시경(詩經) 실솔(蟋蟀)에 “귀뚜라미가 당에 있음에, 한 해가 드디어 저물었네. 지금 우리가 즐겁게 지내지 않으면, 일월이 지나리라. 너무 즐거운 것 아닌가? 직분에 처할 것을 생각하여, 즐기기를 좋아하더라도 방탕함이 없기를, 어진 선비가 생각하고 돌아보듯 하라.[蟋蟀在堂, 歲聿其莫. 今我不樂, 日月其除. 無已大康? 職思其居, 好樂無荒, 良士瞿瞿.]”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사환[仕宦] 벼슬 또는 벼슬살이를 함. 예전에, 관청에 나가서 나랏일을 맡아보는 자리에 부임하여 일함을 이르던 말. 관리가 되다. 벼슬을 살다. 관원. 벼슬아치. 송나라 시인 매요신(梅堯臣)이 일찍이 구양수(歐陽脩)와 함께 당서(唐書)를 수찬(修撰)하게 되었을 때, 자기 아내에게 말하기를 “내가 당서를 수찬하는 일은 참으로 원숭이가 포대 속에 들어간 격이라 이를 만하다.[吾之修書, 可謂猢猻入布袋矣.]”라고 하자, 그의 아내가 대답하기를 “당신의 벼슬길은 또한 메기가 대나무에 오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소.[君於仕宦, 亦何異鮎魚上竹竿耶.]”라고 했다는 고사에서 보인다.
- 현귀[顯貴] 지위(地位)가 드러나게 높음. 지위가 높고 귀함.
- 귀현[貴顯] 귀(貴)하고 현달(顯達)함. 존귀(尊貴)하고 이름이 높음. 벼슬이나 신분, 명성이 높아 유명함. 또는 그러한 사람. 존귀하고 벼슬이나 명성, 덕망 따위가 높음. 또는 그런 사람.
- 관잠[官箴] 중국의 지방 관리가 지방 행정을 위하여 필요한 지식과 자세에 대하여 기록한 책. 출신지가 아닌 지역으로 부임한 지방 관리가 그 지방의 정치와 사회를 알 수 있도록 하는 자료였다. 당시의 지방 정치와 사회를 아는 데 귀중한 자료이다.
- 관잠[官箴] 관리의 규계(規戒). 관리가 지켜야 할 계율(戒律). 혹은 그런 계율에 준거한 비판을 가리킨다. 잠(箴)은 원래 문체의 하나로, 스스로 경계(警戒)하기 위해 짓는 글이다.
- 관잠[官箴] 뭇 관원이 임금을 경계하기 위하여 지은 글. 임금이 경계하도록 하기 위하여 백관(百官)이 지어 올린 잠언(箴言)을 말한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양공(襄公) 4년 조에 “옛날 주(周)나라 신갑(辛甲)이 태사(太史)로 있을 때 백관(百官)에게 명(命)하여 관원마다 왕의 허물을 경계[箴]하게 하였는데, 우인(虞人)의 잠(箴)에 ‘넓고 넓은 땅을 우왕(禹王)이 답사하여 천하를 구주(九州)로 나누고 토지를 측량하여 구주의 길을 열어 놓으니, 백성들은 잠잘 집이 있고 짐승들은 무성한 숲이 있어서, 각각 돌아갈 곳이 있어 덕이 어지럽지 않았습니다. 이예(夷羿)가 제왕이 되었을 때는 사냥만을 탐하여 국가의 우환은 잊어버리고 짐승 잡기만을 생각하였습니다. 무(武)란 자주 써서는 안 되는 것인데, 이 때문에 하(夏)나라를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사냥을 맡은 신하[獸臣]이므로 감히 복부(僕夫)에게 고하나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우인의 잠은 이와 같습니다. 경계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昔周辛甲之爲太史也, 命百官, 官箴王闕. 於虞人之箴曰: ‘芒芒禹跡, 畫爲九州, 經啟九道. 民有寢廟, 戰有茂草, 各有攸處, 德用不擾. 在帝夷羿, 冒於原獸, 忘其國恤, 而思其麀牡. 武不可重, 用不恢於夏家. 獸臣司原, 敢告僕夫.’ 虞箴如是. 可不懲乎.]”라고 하였다.
- 점[玷] 백옥(白玉)에 있는 오점(污點). 백옥에 있는 티. 흰 옥에 있는 얼룩은, 비유하여 과실(過失)을 뜻한다. 참고로, 시경(詩經) 대아(大雅) 억(抑)에 “흰 옥돌 속에 있는 오점(汚點)은 그래도 깎아서 없앨 수 있지만, 말을 한 번 잘못해서 생긴 오점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白圭之玷, 尙可磨也; 斯言之玷, 不可爲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미견[未見] 아직 보지 못함. 참고로, 논어(論語) 자한(子罕)에 “공자가 말하기를 ‘나는 덕을 좋아하기를 여색(女色)을 좋아하듯이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라고 하였다.[子曰: 吾未見好德, 如好色者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譯文】 耕讀乃能成其業, 仕宦亦未見其榮.
耕種讀書並重固然是個好辦法 , 總要在求學上不致荒怠, 才能成就功業. 做官雖然富貴顯達, 但是如果爲官而有過失, 也不見得是光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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