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삶을 잇기 위한 것이고
독서는 도리를 밝히기 위한 것으로
이것이 본디 농사와 독서의 목적이건만
후세 사람들은 이를 구실로 부귀를 꾀하고
옷은 몸을 가리기 위한 것이고
음식은 허기를 채우기 위한 것으로
이것이 실제 의복과 음식의 쓰임이건만
요즘 사람들은 이를 빌미로 호사를 부린다.
耕所以養生, 讀所以明道,
경소이양생, 독소이명도,
此耕讀之本原也, 而後世乃假以謀富貴矣.
차경독지본원야, 이후세내가이모부귀의.
衣取其蔽體, 食取其充饑,
의취기폐체, 식취기충기,
此衣食之實用也, 而時人乃藉以逞豪奢矣.
차의식지실용야, 이시인내자이령호사의.
<圍爐夜話위로야화>
- 소이[所以] 어떤 일을 하게 된 이유. ~한 이유는. ~한 까닭은. 일이 생기게 된 원인이나 조건. 인과관계의 문장에서 결과나 결론을 나타낸다. 그러니. 그러므로. 그래서. 그런 까닭에. 때문에. 가이(可以: ~할 수 있다. 가능하다.) 인과 관계의 문장에서 원인과 결과나 결론을 나타낸다. 참고로, 주역(周易) 건괘(乾卦) 문언(文言) 구삼(九三)에 “군자는 덕을 진취시키고 학업을 닦나니, 충과 신이 덕을 진취시키는 길이요, 문사(文辭)를 닦아서 그 성실함을 세움이 공업을 보유(保有)하는 길이다.[君子進德修業, 忠信, 所以進德也, 修辭立其誠, 所以居業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양생[養生] 생활을 유지하고 몸을 보전함.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몸 관리를 잘함. 오래 살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하고 병에 걸리지 않게 노력함. 병의 조리를 잘하여 회복을 꾀함.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을 때까지 적당히 수분을 유지하도록 습기를 조절하고 충격 따위로 파손되는 일이 없도록 보호하고 관리하는 일.
- 명도[明道] 도리를 밝힘. 도리를 깨닫고 올바른 길을 밝힘. 참고로, 도덕경(道德經) 41장에 “도에 밝은 이는 어두운 듯 보이고 도에 나아가는 이는 물러가는 듯 보이고 평탄한 도는 울퉁불퉁해 보이며, 훌륭한 덕은 속된 듯 보이고 크게 결백하면 욕된 듯 보이고 넓은 덕의 소유자는 부족한 듯 보인다.[明道若昧, 進道若退. 夷道若類, 上德若俗. 大白若辱, 廣德若不足.]”라고 하였다.
- 본원[本原] 본질. 본체. 근원. 본래의 원천. 원래의 본질. 본의(本意). 참고로, 맹자(孟子) 이루하(離婁下)에 맹자(孟子)가 이르기를 “군자가 방도에 따라 학문에 깊이 나아가는 것은 스스로 얻고자 함이니, 스스로 얻은 것이 있으면 거기에 처하는 것이 견고해지고, 처하는 것이 견고해지면 그것에 의지하는 바가 깊어지고, 의지하는 바가 깊어지면 몸의 좌우에서 찾아보아도 학문의 본원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君子深造之以道, 欲其自得之也. 自得之, 則居之安. 居之安, 則資之深. 資之深, 則取之左右逢其原.]”라고 하였다.
- 폐체[蔽體] 몸을 가리다.
- 충기[充饑] 요기하다. 배를 채우다. 허기를 채우다.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 독좌(獨坐)에 “노인을 다습게 하자니 연옥이 생각나고, 주린 배를 채우려니 초나라 평실이 생각나네.[煖老思燕玉, 充饑憶楚萍.]”라고 하였고, 삼국지(三國志) 권22 위지(魏志) 노육전(盧毓傳)에 “천거할 때 허명이 있는 사람을 취하지 말라. 허명은 마치 먹을 수 없는, 땅바닥에 그려 놓은 떡과 같다.[選舉莫取有名. 名如畫地作缾, 不可啖也.]”라고 한 데서 유래된 화병충기(畫餠充饑)의 고사가 있다.
- 실용[實用] 실제(實際)로 소용(所用)됨. 실제로 이용(利用) 또는 사용(使用)함. 실제로 쓰거나 쓰임. 실생활의 쓸모. 실생활에 쓰이다. 참고로, 당나라 안진경(顔眞卿)이 “생계를 꾸리는 데에 졸렬해서 온 집안 식구들이 몇 달 동안 죽을 먹고 지냈는데 지금은 이마저도 떨어졌으니 참으로 걱정이 되어 애가 탈 뿐이다.[拙於生事, 擧家食粥而已數月, 今又罄乏, 實用憂煎.]”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쌀을 구걸한 고사가 있다. <古今事文類聚後集 卷22 乞米帖>
- 호사[豪奢] 호화(豪華)롭게 사치(奢侈)함. 또는 그런 사치. 참고로, 삼국지(三國志) 권55 오서(吳書) 감녕전(甘寧傳)에, 오(吳)나라 감녕(甘寧)이 “출입할 때 땅에서는 거기를 늘어놓고 물에서는 경주를 잇대었다. 그를 시종하는 사람들이 비단옷을 입어서, 가는 곳마다 도로를 환히 비췄다. 그리고 머무를 때에는 항상 비단 줄로 배를 묶었는데, 떠날 때에 간혹 잘라 버리고 가면서 호사(豪奢)를 과시하기도 하였다.[其出入, 步則陳車騎, 水則連輕舟. 侍從被文繡, 所如光道路. 住止常以繒錦維舟, 去或割棄以示奢也.]”라는 기록이 보인다.
【譯文】 勿以耕讀謀富貴, 莫以衣食逞豪奢.
耕種是爲了糊口活命, 讀書是爲了明白道理, 這是耕種和讀書的本意, 然而後世卻被人當作謀求富貴的手段. 穿衣是爲了遮羞, 食物是爲了充饑, 衣食原本是爲了實際上的需要而用, 然而現在卻被人用以誇示豪富奢華.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