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행실을 닦고, 충성과 신의를 지키며
안에서는 효도·우애하며, 밖에서는 공손함이
공자가 세운 가르침의 근본 덕목이건만
요즘에는 오직 글만을 가르치고 있을 뿐이다.
도(道)에 뜻을 두고, 덕(德)에 근거하며
인(仁)에 의거하고, 예(藝)를 즐기는 것이
공자 문하에서의 배움의 순서이건만
요즘에는 단지 기예만을 배우고 있을 뿐이다.
文行忠信, 孝悌恭敬, 孔子立敎之目也, 今惟敎以文而已.
문행충신, 효제공경, 공자입교지목야, 금유교이문이이.
志道據德, 依仁遊藝, 孔門爲學之序也, 今但學其藝而已.
지도거덕, 의인유예, 공문위학지서야, 금단학기예이이.
<圍爐夜話위로야화>
- 문행충신[文行忠信] 논어(論語) 술이(述而)에 “공자(孔子)께서는 네 가지로써 가르치셨으니, 문(文)·행(行)·충(忠)·신(信)이었다.[子以四敎, 文行忠信.]”라고 하였는데, 집주(集註)에 “사람을 가르치되 글을 배우고 행실(行實)을 닦으며 충신(忠信)을 마음에 간직하게 한 것이니, 이중에서 충신(忠信)이 근본이다.[敎人以學文修行而存忠信也, 忠信本也.]”라고 하였다.
- 충신[忠信] 충성(忠誠)과 신의(信義). 충후하고 정직함. 임금이나 국가에 대해 바치는 진정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하고 올바른 마음과 믿음. 곧 충성(忠誠)과 신의(信義)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참고로, 주역(周易) 건괘(乾卦) 구삼(九三) 문언(文言)의 “군자는 덕을 진전시키고 업을 닦나니, 충신은 덕을 진전시키는 것이요, 말을 닦고 성실함을 세움은 업을 쌓는 것이다.[君子進德修業, 忠信所以進德也. 修辭立其誠, 所以居業也.]”라고 하였고, 열자(列子) 권8 설부(說符)에, 공자가 하량(河粱)을 구경하는데 폭포가 3천 장이고 소용돌이치는 급류가 90리나 되어 물고기도 유영(遊泳)하지 못하는데 어떤 장부가 무사히 지나왔다. 공자가 어떻게 들어가 어떻게 나왔는지 묻자, 그가 말하기를 “처음에 내가 들어갈 때 충과 신을 우선으로 하였고, 내가 나올 때도 계속하여 충과 신으로 하였다. 충성되고 신실한 마음으로 나의 몸을 물결 위에 맡기고, 감히 사심은 조금도 가지지 않는다. 내가 물 속에 잘 들어가고 나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始吾之入也, 先以忠信 ; 及吾之出也, 又從以忠信. 忠信錯吾軀於波流, 而吾不敢用私, 所以能入而復出者, 以此也.]”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 충신[忠信] 논어(論語) 위영공(衛靈公)에, 자장(子張)이 공자에게 뜻이 행해지는 것에 대해 묻자 공자가 대답하기를 “말이 충성스럽고 미더우며 행실이 돈독하고 공경스러우면 비록 오랑캐의 나라에서도 행해질 수 있을 것이다.[言忠信, 行篤敬, 雖蠻貊之邦, 行矣.]”라고 하였는데, 그에 대한 진씨(陳氏) 주석에 “충은 자신을 다하는 것이며, 신은 성실히 하는 것을 말한다.[盡己之謂忠 以實之謂信]”라고 하였다. 또, 대학장구(大學章句) 전 10장의 주석에 “자신을 드러내어 최선을 다하는 것을 충이라고 하고, 상대를 따라서 어김이 없는 것을 신이라고 한다.[發己自盡爲忠, 循物無違謂信.]”라고 하였는데, 신(信)은 실(實)과 통한다. 주자(朱子)가 충(忠)은 발기자진(發己自盡), 즉 자기의 내부에서 움직여 그 마음을 다하는 것이요, 신(信)은 순물무위(循物無違), 즉 사물의 이치와 도리에 따라서 위배(違背)되지 않는 것이라 하며, 충은 선의 근본이요, 신은 충의 움직임이라 하는 한편, 충과 신의 분리된 두 개념을 결합하여 충신(忠信)이라 하고, 자신의 마음을 다하여 사물의 이치와 도리에 위배되지 않는 것이라고도 정의(定義)하였다.
- 효제공경[孝悌恭敬] 집에서는 부모를 섬기고 형제에게 공경하며, 밖으로는 공손하고 신의가 있어야 함을 뜻하는 유교의 덕목이다.
- 효제[孝悌/孝弟] 어버이에게 효도하고 형제에게 우애함. 부모에게 효성스럽고 형제의 의(誼)가 두터움. 부모(父母)에 대한 효도(孝道)와 형제(兄弟)에 대한 우애(友愛).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에게 공순하다는 뜻으로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인 윤리도덕. 어버이를 사랑하는 것[愛親]이 효(孝)이고, 형을 공경하는 것[敬兄]이 제(悌)에 해당한다. 제(弟)는 제(悌)와 통용된다. 논어(論語) 학이(學而) 2장에 “유자(有子)가 말하기를 ‘그 사람됨이 효도하고 공경하면서 윗사람을 범하기를 좋아하는 자는 드무니, 윗사람을 범하기를 좋아하지 않고서 난(亂)을 일으키기를 좋아하는 자는 있지 않다. 군자(君子)는 근본(根本)을 힘쓰니, 근본이 확립되면 도(道)가 발생하는 것이다. 효(孝)와 제(弟)라는 것은 인(仁)을 행하는 근본일 것이다.’라고 하였다.[有子曰: 其爲人也孝弟, 而好犯上者鮮矣, 不好犯上, 而好作亂者未之有也. 君子務本, 本立而道生, 孝弟也者, 其爲仁之本與.]”고 하였고, 맹자(孟子) 고자 하(告子下) “요순의 도는 효제일 따름이다.[堯舜之道孝悌而已矣]”라고 하였고, 맹자(孟子) 양혜왕 상(梁惠王上)에 “상서(庠序)의 가르침을 삼가서 효제(孝悌)의 의(義)로써 거듭하다.[謹庠序之教, 申之以孝弟之義.]”라고 하였고, 관자(管子) 제자직(弟子職)에 “선한 점을 보면 따르고, 옳은 말을 들으면 복종할 것이다. 온유하고 효제할 것이요, 교만하게 굴면서 힘을 믿지 말 것이다.[見善從之, 聞義則服. 溫柔孝悌, 毋驕恃力.]”라고 하였고, 효경(孝經) 응감장(應感章)에 “효성과 우애가 지극하면 신명에까지 통한다.[孝悌之至, 通於神明.]”라고 하였다.
- 공경[恭敬] 삼가서 공손(恭遜)히 섬김. 공손(恭遜)히 받들어 모심. 삼가서 예를 차려 높임. 상대방에게 존경심을 가지고 예의를 갖춤. 남을 대할 때 몸가짐을 조심스럽게 하고 받듦. 공손하다. 정중하다. 예의가 바르다. 참고로, 맹자(孟子) 진심 상(盡心上)에서도 “공경은 폐백을 받들기 이전에 이미 있는 것이다. 공경을 하되 실제가 없으면 군자가 헛되이 얽매여서는 안 된다.[恭敬者, 幣之未將者也. 恭敬而無實, 君子不可虛拘.]”라고 하였고, 논어(論語) 양화(陽貨)에서 공자는 “예다 예다 하는데 옥과 비단을 이른 말이냐.[禮云禮云, 玉帛云乎.]”라고 하여, 공경하는 마음이 없이 예물을 바치는 것은 예가 아니라고 비판하였다. 또, 맹자(孟子) 이루 상(離婁上)에 “어려운 일을 군주에게 책하는 것을 공(恭)이라 이르고, 선도(善道)를 말하여 사심(邪心)을 막는 것을 경(敬)이라 이르고, 우리 군주는 불가능하다고 하여 말하지 않는 것을 적(賊 해침)이라 이른다.[責難於君謂之恭, 陳善閉邪謂之敬, 吾君不能謂之賊.]”라고 하였다.
- 입교[立敎] 가르침을 세움. 가르침의 시작. 가르침의 원칙. 가르침의 기준. 교학이나 교훈의 근본 틀을 마련함. 주로 유교 경전이나 교육서에서 사람을 올바르게 가르치고 인격을 함양하는 근본 원리나 방법을 뜻한다.
- 지도[志道] 도(道)에 뜻을 둠. 논어(論語) 술이(述而)에 “도에 뜻을 두고, 덕에 의거할 것이요, 인에 의지하고, 예의 세계에 노닐어야 한다.[志於道, 據於德, 依於仁, 游於藝.]”라고 하였다. 여기서의 예(藝)는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의 육례(六禮)를 가리킨다.
- 거덕[據德] 덕(德)에 근거함. 덕에 의거함. 논어(論語) 술이(述而)에 “도에 뜻을 두고, 덕에 의거할 것이요, 인에 의지하고, 예의 세계에 노닐어야 한다.[志於道, 據於德, 依於仁, 游於藝.]”라고 하였다. 여기서의 예(藝)는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의 육례(六禮)를 가리킨다.
- 의인[依仁] 인(仁)에 의지함. 인에 의거함. 논어(論語) 술이(述而)에 “도에 뜻을 두고, 덕에 의거할 것이요, 인에 의지하고, 예의 세계에 노닐어야 한다.[志於道, 據於德, 依於仁, 游於藝.]”라고 하였다. 여기서의 예(藝)는 예(禮), 악(樂), 사(射), 어(御), 서(書), 수(數)의 육례(六禮)를 가리킨다.
- 유예[游藝] 육예(六藝)를 배움. 육예 속에서 놀거나 쉬는 것으로, 학예(學藝)를 수양하는 것을 이른다. 논어(論語) 술이(述而)에, 공자가 학문하는 사람의 태도에 대해 논하면서 “도(道)에 뜻을 두며, 덕(德)에 굳게 지키며, 인(仁)에 의지하고, 예(藝)에 노닐어야 한다.[志於道, 據於德, 依於仁, 游於藝.]”라고 하여 예에 노니는 것을 네 번째로 꼽았다. 육예(六藝)란 곧 예(禮)・악(樂)의 글과 사(射)・어(御)・서(書)・수(數)의 법칙을 가리키고, 논다는 것은 곧 나의 뜻에 알맞게 그것을 완상(玩賞)한다는 것이다. 또, 주희가 “‘지도(志道) 거덕(據德) 의인(依仁)’이 ‘흥어시(興於詩) 입어예(立於禮) 성어악(成於樂)’과 서로 표리(表裏)가 되느냐?”라는 질문을 받고는, “또한 차이가 크지는 않다. 이것은 단지 유어예(遊於藝)에 대한 하나의 주각(註脚)일 뿐이다.[也不爭多, 此却有遊藝一脚子.]”라고 대답한 내용이 주자어류(朱子語類) 권35에 나온다. 참고로, 논어(論語) 태백(泰伯)에 “시에 흥기하며, 예에 서며, 악에 이룬다.[興於詩, 立於禮, 成於樂.]”라고 한 데 대한 주자의 주석에 “시는 성정에 근본하여 사(邪)가 있고 정(正)이 있다.[詩本性情, 有邪有正.]”라고 하였다.
- 공문[孔門] 공자(孔子)의 문하(門下). 유교(儒敎). 성문(聖門). 참고로, 논어(論語) 선진(先進)에, 공자(孔子)의 제자들을 소장(所長)에 따라 네 가지로 분류하여 “덕행(德行)에는 안연(顔淵)과 민자건(閔子騫), 염백우(冉伯牛)와 중궁(仲弓)이고, 언어(言語)에는 재아(宰我)와 자공(子貢)이고, 정사(政事)에는 염유(冉有)와 계로(季路)이고, 문학(文學)에는 자유(子游)와 자하(子夏)이다.[德行, 顔淵·閔子騫·冉伯牛·仲弓, 言語, 宰我·子貢, 政事, 冉有·季路, 文學, 子游·子夏.]”라고 하였는데, 이른바 덕행(德行), 언어(言語), 정사(政事), 문학(文學)을 공문사과(孔門四科)라고 하고, 열거한 10명의 제자를 공문십철(孔門十哲)이라고 한다.
【譯文】 莫惟學文而離道, 勿以取藝而棄德.
文, 行, 忠, 信, 孝悌, 恭敬, 是孔子教導學生所立的科目, 現在卻只教學生文學了. 志道, 據德, 依仁, 遊藝, 是孔門求學問的次序, 現在只剩最後一項學藝罷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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