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나를 선량하다고 하면 기뻐하고
남이 나를 흉악하다고 하면 분노하니
이에 흉악하다함은 좋은 평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선량해지고자 하는 뜻을 세움이 마땅하다.
순후하고 신중한 사람을 보면 좋아하고
경솔하고 조급한 사람을 보면 싫어하니
이로써 경박함은 훌륭한 인품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어찌 자신을 돌이켜 순후하고 신중해지지 않겠는가.
人稱我善良, 則喜. 稱我凶惡, 則怒.
인칭아선량, 즉희. 칭아흉악, 즉노.
此可見凶惡非美名也, 即當立志爲善良.
차가견흉악비미명야, 즉당입지위선량.
我見人醇謹, 則愛. 見人浮躁, 則惡.
아견인순근, 즉애. 견인부조, 즉오.
此可見浮躁非佳士也, 何不反身爲醇謹.
차가견부조비가사야, 하불반신위순근.
<圍爐夜話위로야화(201)>
- 선량[善良] 행실(行實)이나 성질(性質)이 착함. 품성이 어질고 착함. 선량하다. 착하다. 어질다. 참고로, 근사록(近思錄) 권10 정사(政事)에 “옛날의 성왕(聖王)이 간흉을 교화시켜 선량한 사람이 되게 하고, 원수와 적을 바꾸어 신민이 될 수 있게 하였던 것은 그들을 끊지 않았기 때문이다.[古之聖王, 所以能化姦凶爲善良, 革仇敵爲臣民者, 由弗絶也.]”라고 한 데서 보이고, 예기(禮記) 학기(學記)에 “사려가 이치에 합당하고 선량한 자를 찾아 채용한다면 작은 명성을 얻기에는 족하나 백성을 감동시키기에는 부족하다.[發慮憲, 求善良, 足以謏聞, 不足以動衆.]”라고 하였고, 그 주석에 “선량한 자를 찾고 어진 이를 가까이 하는 것, 이 두 가지로는 작은 명성을 이룰 수는 있으나 백성을 감동시킬 수는 없다.[求善良親賢也, 此二者, 可以小致聲譽, 不能感動衆人.]”라고 한 데서 보인다.
- 흉악[凶惡/兇惡] 성질(性質)이 음흉하고 악함. 성질이 악하고 모짊. 모습이 보기에 언짢을 만큼 고약함. 생김새 따위가 험상궂고 무서움. 참고로,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소공(昭公) 11년에 “하늘이 선하지 못한 자를 그냥 놔두면서 조장하는 것은 복을 주려 함이 아니고, 그의 흉악함을 더하게 하여 벌을 내리려 해서이다.[天之假助不善, 非祚之也. 厚其凶惡, 而降之罰.]”라고 하였다.
- 미명[美名] 아름다운 이름. 그럴듯하게 내세운 명목(名目)이나 명칭(名稱). 겉으로 그럴듯하게 내세우는 허울좋은 이름. 참고로, 동파전집(東坡全集) 권80 여이공택(與李公擇)에 “나는 나이 50에 비로소 활계를 알았습니다. 큰 요체는 아끼는 것일 뿐인데 아름다운 이름으로 꾸며 검소하다고 합니다.[僕行年五十, 始知作活. 大要是慳爾, 而文以美名, 謂之儉素.]”라고 한 데서 보이고, 남제서(南齊書) 사조전(謝朓傳)에 “사조(謝脁)의 자(字)는 현휘(玄暉)로 어려서 학문을 좋아하여 좋은 이름이 있었고, 문장이 청아하고 아름다웠으며 초서(草書)와 예서(隷書)를 잘 쓰고 오언시(五言詩)에 능하여, 심약(沈約)이 항상 ‘200년 이래로 이런 시는 없었다.’라고 말하다.[朓字玄暉, 少好學, 有美名, 文章淸麗, 善草隸, 長五言詩, 沈約常云: ‘二百年來無此詩也.’]”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입지[立志] 뜻을 세우다. 뜻을 확립하다. 포부를 가지다. 결정을 내리다. 홀로 설 뜻을 굳게 하다. 학문의 목적을 확립하다. 뜻을 세우는 공부. 참고로 근사록(近思錄) 권8 치체류(治體類)에 정이천(程伊川)이 이르기를 “뜻을 세운다고 하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지극히 정성스러운 한 마음으로 도를 자임하면서, 성인의 가르침을 반드시 믿겠다고 다짐하고 선왕의 다스림을 반드시 봉행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천근한 규례에 얽매이지 않고 사람들의 말에 동요되거나 현혹되지 않는 가운데, 반드시 삼대와 같은 성대한 정치를 천하에 펼치겠다고 기약하는 것이다.[所謂立志者 至誠一心 以道自任 以聖人之訓爲必可信 先王之治爲必可行 不狃滯於近規 不遷惑於衆口 必期治天下如三代之盛也]”라고 하였고, 예기(禮記) 악기(樂記)에 “현악기 소리는 애절하다. 애절하므로 청렴할 수 있고 청렴하면 뜻을 세운다. 군자가 금슬의 소리를 들으면 뜻있는 신하를 생각한다.[絲聲哀, 哀以立廉, 廉以立志. 君子聽琴瑟之聲, 則思志義之臣.]”라고 하였고, 맹자(孟子) 만장 하(萬章下)에 “백이(伯夷)의 풍도를 들은 자라면 완악한 자가 청렴해지고, 나약한 자가 입지를 갖게 된다.[聞伯夷之風者, 頑夫亷, 懦夫有立志.]”라고 하였다.
- 순근[醇謹] 순후근신(醇厚謹慎). 성질이 순후(醇厚)하고 근신(謹愼)함. 성품(性品)이 순진(純眞)하고 근실(勤實)함. 순후(醇厚)하고 조심성(操心性)이 많음. 참고로, 통감절요(通鑑節要) 한기(漢紀)에, 사기(史記) 석분전(石奮傳)을 인용하여 “어사대부(御史大夫) 석경(石慶)을 승상으로 삼았다. 이때 국가에 일이 많아서 상홍양(桑弘羊) 등은 이익에 치력(致力)하고 왕온서(王溫舒)의 무리는 법을 준엄하게 하고 아관(兒寬) 등은 문학(文學)을 추구하여, 모두 구경(九卿)이 되어 번갈아 나아가 권력을 행사하니 일이 승상을 거쳐서 결정되지 않았다. 승상 석경(石慶)은 순후(醇厚)하고 삼갈 뿐이었다.[以御史大夫石慶爲丞相. 時國家多事, 桑弘羊等致利, 王溫舒之屬峻法, 而兒寬等推文學, 皆爲九卿, 更進用事. 事不關決於丞相, 丞相慶醇謹而已.]”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순후[醇厚] 온순(溫順)하고 인정(人情)이 두터움. 날씨가 적당(適當)하게 따뜻하고 좋음. 냄새나 맛이 순정(純正)하고 진하다. 신중하고 온후하다. 꾸밈이 없고 인정이 두텁다.
- 부조[浮躁] 성질이 부박(浮薄)하고 경조(輕躁)함. 경솔하고 조급함. 성질(性質)이 아주 들뜨고 방정맞음. 경솔하다. 경박하다. 참고로, 자치통감(資治通鑑) 당기(唐紀)에 “배행검(裴行儉)은 사람을 잘 알아보는 식감(識鑑)이 있어서, 처음 이부시랑(吏部侍郞)이 되었을 때에 전진사(前進士) 왕거(王勮)와 함양위(咸陽尉) 소미도(蘇味道)가 모두 이름이 알려지기 전이었는데, 배행검은 이들을 한 번 보고 이르기를 ‘두 사람은 뒤에 마땅히 서로 뒤이어 전형(銓衡)을 맡을 것이다. 내 어린 여식이 있으니 맡기기를 원한다.’라고 하였다. 이때 왕거(王勮)의 아우 왕발(王勃)과 화음(華陰)의 양경(楊烱)과 범양(范陽)의 노조린(盧照隣)과 의오(義烏)의 낙빈왕(駱賓王)이 모두 문장으로 성대한 명망이 있었는데, 이경현(李敬玄)이 더욱 이들을 소중히 여겨 반드시 현달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배행검(裴行儉)은 이르기를 ‘선비가 원대함을 이룩하려면 마땅히 기국(器局)과 식견(識見)을 먼저 하고 재예(才藝)를 뒤에 해야 하니, 왕발(王勃) 등이 비록 화려한 문장이 있으나 부황하고 조급하고 천박하고 드러나니[浮躁淺露] 어찌 작록(爵祿)을 누릴 수 있는 기국(器局)이겠는가. 양자(楊子)는 세 사람에 비해 약간 침착하고 고요하니 응당 현령(縣令)‧현장(縣長)에 이를 것이요, 나머지는 제 명에 죽으면 다행이다.’라고 하였는데, 얼마 뒤에 왕발(王勃)은 바다를 건너다가 물에 빠져 죽었고, 양경(楊烱)은 영천령(盈川令)으로 생을 마쳤고, 노조린(盧照隣)은 몹쓸 병이 낫지 않아 물에 투신하여 죽었고, 낙빈왕(駱賓王)은 모반하다가 죽임을 당하였고, 왕거(王勮)와 소미도(蘇味道)는 선거(選擧)를 주관하여 배행검의 말과 같이 되었다.[行儉有知人之鑑, 初爲吏部侍郞, 前進士王勮·咸陽尉蘇味道皆未知名. 行儉一見, 謂之曰: ‘二君後當相次掌詮(銓)衡, 僕有弱息, 願以爲托.’ 是時勮弟勃與華陰楊烱·范陽盧照隣·義烏駱賓王皆以文章有盛名, 司列少常伯李敬玄尤重之, 以爲必顯達. 行儉曰: ‘士之致遠者, 當先器識而後才藝. 勃等雖有文華, 而浮躁淺露, 豈享爵祿之器耶! 楊子稍沈靜, 應至令長 ; 餘得令終幸矣.’ 旣而勃渡海墮水, 烱終於盈川令, 照隣惡疾不愈, 赴水死, 賓王反誅, 勮·味道皆典選, 如行儉言.]”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가사[佳士] 훌륭한 선비. 품행(品行)이 단정(端正)한 선비. 참고로, 소식(蘇軾)의 시 여호사부유법화산(與胡祠部游法華山)에 “갑자기 좋은 선비 만나 명산에 함께 노니, 마른 버들에 말 부스럼 비벼댐과 뭐가 다르랴.[忽逢佳士與名山, 何異枯楊便馬疥.]”라고 한 데서 보이고, 청(淸)나라 원매(袁枚)의 수원시화(隨園詩話) 권14에 “대루가 과거에 나갔다가 낙제하고 돌아와 그 집에 편액하기를 가사헌(佳士軒)이라 하였다. 어떤 사람이 ‘당신은 어찌하여 스스로 가사(佳士)라 자처하는 것이오?’라고 묻자, 그가 대답하기를 ‘아니오. 가(佳)자는 진(進)자가 되지 못한 글자로, 주(走)자가 빠졌을 뿐이오.’라고 하였다.[戴屢赴禮闈, 不第, 歸顏其室曰‘佳士軒’. 人間: ‘君自命爲佳士乎?’ 曰: ‘非也. 佳字不成進字. 爲欠一走耳.’]”고 한 데서 보인다. 가사(佳士)는 훌륭한 선비 또는 품행(品行)이 단정(端正)한 선비를 이르고, 진(進)자가 되지 못했다는 것은 진사(進士)가 되지 못한 것, 즉 과거에 급제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 반신[反身] 몸을 돌리다. 몸을 뒤치다. 몸을 뒤로 젖히다. 자신을 돌이켜 반성하다. 참고로, 맹자(孟子) 이루 상(離婁上)에 “아래 지위에 있으면서 윗사람에게 신임을 얻지 못하면 백성을 다스리지 못할 것이다. 윗사람에게 신임을 얻으려면 방도가 있으니, 벗에게 신뢰받지 못하면 윗사람에게 신임을 얻지 못할 것이다. 벗에게 신뢰받는 데 방도가 있으니, 어버이를 섬겨 사랑받지 못하면 벗에게 신뢰받지 못할 것이다. 어버이에게 사랑받는 데 방도가 있으니, 자신의 몸을 돌이켜 보아 성실하지 못하면[反身不誠] 어버이에게 사랑받지 못할 것이다. 몸을 성실히 하는 데 방도가 있으니, 선에 밝지 못하면 몸을 성실히 하지 못할 것이다.[居下位而不獲於上, 民不可得而治也. 獲於上有道, 不信於友, 弗獲於上矣. 信於友有道, 事親弗悅, 弗信於友矣. 悅親有道, 反身不誠, 不悅於親矣. 誠身有道, 不明乎善, 不誠其身矣.]”라고 하였고, 맹자(孟子) 진심 상(盡心上)에 “만물의 이치는 모두 나에게 갖추어져 있으니, 자신을 돌이켜보아 진실하면[反身而誠] 즐거움이 이보다 더 클 수 없고, 남을 이해(배려)하는 마음[恕]을 힘써 행하면, 인(仁)을 구하는 방법으로 이보다 가까운 것은 없다.[萬物皆備於我矣. 反身而誠, 樂莫大焉. 强恕而行, 求仁莫近焉.]”라고 한 데서 보인다.
【譯文】 善良醇謹人人喜
別人說我善良, 我就很喜歡, 說我凶惡, 我就很生氣, 由此可知凶惡不是美好的名聲, 所以我們應當立志做善良的人, 我看到他人醇厚謹慎, 就很喜愛他, 見到他人心浮氣躁, 就很厭惡他, 由此可見心浮氣躁不是優良的人該有的毛病, 何不讓自己做一個醇厚謹慎的人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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