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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나이[002] 거미줄 같은 관직을 떠나 은거하다 [蜘蛛隱지주은]


✦ 號蜘蛛隱호지주은 ✦

 


초(楚)나라에 공사(龔舍)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처음으로 초왕(楚王)을 따라 천자를 조현하러 장안의 미앙궁으로 갔습니다.

 

화려하고 웅장한 미앙궁에서 묵게 되었는데도

공사는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깊은 밤, 촛불이 낮아질 무렵

공사는 벽 모퉁이에서 사르르 움직이는 무언가를 보았습니다.

 

그것은 밤톨만 한 붉은 거미였습니다.

사방으로 정교한 거미줄을 치고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잠시 후, 작은 벌레 하나가 거미줄에 스치듯 닿았습니다.

그 순간, 거미줄은 보이지 않는 손처럼 벌레를 붙잡았습니다.

 

벌레는 몸부림쳤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벗어나려 해도 빠져나올 방도가 없었습니다.

 

공사는 깊은 한 숨을 쉬며 중얼거렸습니다.

“아… 내 삶도 이와 같구나.

벼슬살이는 사람을 얽어매는 거미줄이니, 어찌 헛되이 묶여 있을 것인가?”

 

그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민한 끝에

거미줄 같은 벼슬길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나는 저 거미줄 같은 관직의 그물에 잡혀있을 사람이 아니오.”

그는 동료들에게 말하고 궁을 떠났습니다.

 

그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그를 비웃으며

‘거미 때문에 벼슬 버린 사람’이라 하여 지주은(蜘蛛隱)이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공사는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새벽엔 산새 소리를 듣고, 낮에는 물가에서 글을 쓰고,

저녁엔 노을을 바라보며 고요한 기쁨을 누렸습니다.

 

공사는 가끔 미소 지으며 말했습니다.

“내가 벗어난 그물은 남이 친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들어간 것이었어…”

그는 평생 그 날의 붉은 거미를 잊지 않았습니다.

 


이 콘텐츠는 금루자(金樓子) 잡기(雜記)에 “초(楚)나라 사람 공사(龔舍)가 처음으로 초왕(楚王)을 따라 천자를 조현(朝見)하러 가 미앙궁(未央宮)에 묵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거미를 보았다. 그 거미는 붉고 밤톨만큼이나 컸고, 사방에 거미줄을 둘러 쳐 두었는데, 벌레가 그 그물에 닿으면 죽고, 물러서려 해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공사가 탄식하며 말하기를 ‘내 삶도 이와 같구나. 벼슬살이는 사람이 얽히는 그물망이니 어찌 세월을 헛되이 보낼 수 있겠는가?’라고 하고는 벼슬을 그만두고 물러나니, 사람들이 비웃으며 그를 일러 ‘지주은(蜘蛛隱)’이라 하였다.[楚國龔舍, 初隨楚王朝, 宿未央宮, 見蜘蛛焉. 有赤蜘蛛大如栗, 四面縈羅網, 有蟲觸之而死者, 退而不能得出焉. 舍乃歎曰: ‘吾生亦如是矣. 仕宦者人之羅網也, 豈可淹歲?’ 於是挂冠而退. 時人笑之, 謂舍為蜘蛛之隱.]”는 고사를 바탕으로 ChatGPT가 각색하고, 제미나이(Gemini)가 Storybook 기능으로 만들었습니다. 위 고사는 고금사문유취(古今事文類聚) 후집 권50 충치류(蟲豸類) 호지주은(號蜘蛛隱)에도 금루자(金樓子)를 인용하여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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