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초려일록에 이런 구절이 있다.
“담담하기가 가을 물과 같으니 가난함 속의 멋이요
온화하기가 봄바람과 같으니 고요함 뒤의 보람이다.”
이 구절을 읽으면 자만심이 가라앉고 조급함이 풀리며, 뜻이 깊고 여운이 길게 남는다.
余最愛草廬日錄有句云:
여최애초려일록유구운:
“澹如秋水貧中味, 和若春風靜後功.”
“담여추수빈중미, 화약춘풍정후공.”
讀之覺矜平躁釋, 意味深長.
독지각긍평조석, 의미심장.
<圍爐夜話위로야화>
- 추수[秋水] 가을철의 맑은 물. 가을의 강이나 호수의 맑은 물. 맑고 깨끗한 기질. 청정하고 고결한 품격. 여자의 맑은 눈매. 명랑하고 쾌활한 눈매. 맑고 깨끗한 얼굴빛. 시퍼렇게 날이 서 번쩍거리는 칼 빛. 장자(莊子)의 편명(篇名).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 서경이자가(徐卿二子歌)에 “아홉 살 큰아들은 얼굴빛이 투명하고, 가을 물은 정신이 되고 옥은 뼈가 되었네.[大兒九齡色淸澈, 秋水爲神玉爲骨.]”라고 하였고, 왕발(王勃)의 등왕각서(滕王閣序)에 “지는 놀은 짝 잃은 따오기와 나란히 날고, 가을 강물은 끝없는 하늘과 한 색이로다.[落霞與孤鶩齊飛, 秋水共長天一色.]”라고 한 데서 보이고, 장자(莊子) 추수편(秋水篇)에 “가을 물이 때가 되어 모든 냇물이 황하로 흘러든다.[秋水時至, 百川灌河.]”라는 글의 주(注)에 “물은 봄에 생겨나서 가을에 장대하다.[水生於春, 壯於秋.]”라고 하였다.
- 춘풍[春風] 봄바람. 봄철에 불어오는 바람. 봄철에 부는 따뜻한 바람. 온화한 인품을 이르기도 한다. 참고로, 백거이(白居易)는 장한가(長恨歌)에 “봄바람에 도리화가 피는 밤이요, 가을비에 오동잎 떨어지는 때로다.[春風桃李花開夜, 秋雨梧桐葉落時.]”라고 하였고, 이백(李白)의 청평조사(淸平調詞)에 “모란꽃과 경국지색이 둘이 서로 좋아하여, 군왕의 웃는 얼굴로 구경함을 길이 얻었네. 봄바람에 끝없는 한을 풀어 녹이며, 침향정 북쪽 난간에 기대섰구나.[名花傾國兩相歡, 長得君王帶笑看. 解釋春風無限恨, 沈香亭北倚闌干.]”라고 하였고, 북송(北宋)의 학자 주광정(朱光庭)이 일찍이 명도(明道) 정호(程顥)를 만나보고 돌아와서는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내가 봄바람 속에 한 달 동안 앉아 있었다.[光庭在春風中坐了一月.]”라고 한 데서 보인다.
- 긍평[矜平] 자만심이 가라앉음. 자긍(自矜)심이 평정(平靜)됨.
- 조석[躁釋] 조급함이 풀림.
- 의미심장[意味深長] 말이나 글의 뜻이 매우 깊음. 사람의 행동이나 문장 등의 내용의 정취가 속이 깊은 것. 복잡하고 깊은 의미를 지녔다는 뜻으로 사람의 행동이나 언어와 문장 등이 여러 가지 해설방법으로 나타나는 것을 이른다.
【譯文】 澹如秋水貧中味, 和若春風靜後功.
我最喜愛草廬日錄中的一句話: “貧窮的滋味就像秋天的流水一般澹泊, 靜下來的心情如同春風一樣平和.” 讀後覺得心平氣和, 句中的話真是含意深遠而耐人咀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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