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반(公輸般)이 초(楚)나라를 위하여 기계를 만들어 송(宋)나라를 공격하려고 하였다. 묵자(墨子)가 이 말을 듣고 백 리를 걷고 하룻밤을 자는 강행군으로 발이 부르트게 공수반을 찾아가 말하였다.
“나는 송나라에 있으면서 그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대의 힘을 빌어서 송왕을 죽이고 싶습니다.”
공수반이 말하였다.
“나는 의리상 송왕을 죽일 수 없습니다.”
묵자가 말하였다.
“당신은 운제(雲梯)를 만들어 당장에라도 송나라를 공격하리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도대체 송나라에 무슨 죄가 있습니까. 의리상 왕을 죽이지 못하는데도 그 나라를 공격한다는 것은 소수를 죽이지 않고 다수를 죽이는 것입니다. 굳이 묻거니와 송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도대체 어떠한 의리에서입니까.”
공수반은 묵자의 언설에 굴복하였다. 그래서 묵자가 초왕을 알현하도록 청원하였다. 묵자는 초왕을 만나 말하였다.
“여기에 한 인간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자기의 아름다운 수레를 버려두고 이웃의 허름한 수레를 훔치려 하고, 자기의 비단 옷은 버려두고 이웃집의 짧은 베옷을 훔치려 하고, 자기의 고량진미를 그대로 둔 채 이웃집에 있는 조강을 훔치려고 합니다. 이런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초왕이 말하였다.
“그 사람은 도벽(盜癖: 竊疾절질)이 있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묵자가 말하였다.
“귀국은 토지가 5천 리 사방이나 됩니다만 송나라는 불과 5백 리 사방 밖에 안 됩니다. 이는 문헌(文軒: 잘 꾸며진 가마)와 폐여(弊輿: 망가진 가마)와 같은 것입니다. 초나라에는 운몽과 같은 큰 소택이 있고, 코뿔소・외뿔난 들소・사슴 등이 많고, 양자강이며 한수의 어류가 풍부하기로 천하에 유명한데, 송나라는 흔해빠진 꿩・토끼・붕어조차도 없는 가난한 나라입니다. 이는 양육(粱肉)과 조강(糟糠)을 비교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초나라에는 커다란 소나무며, 결이 아름다운 가래나무며, 편나무며, 예장 등 미재가 있는데, 송나라에는 재목이 될 만한 큰 나무조차 없습니다. 예를 들면 비단 옷과 헤진 베옷을 비교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때문에 나는 전하의 신하들이 송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도벽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초왕이 말하였다.
“옳은 말씀이십니다.”
초왕은 송나라를 공격하는 것을 중지하였다.
<전국책 : 송위책>
公輸般爲楚設機, 將以攻宋. 墨子聞之, 百舍重繭, 往見公輸般, 謂之曰: “吾自宋聞子, 吾欲藉子殺王.” 公輸般曰: “吾義固不殺王.” 墨子曰: “聞公爲雲梯, 將以攻宋. 宋何罪之有? 義不殺王而攻國, 是不殺少而殺衆. 敢問攻宋何義也?” 公輸般服焉, 請見之王. 墨子見楚王曰: “今有人於此, 舍其文軒, 鄰有弊輿, 而欲竊之; 舍其錦繡, 鄰有短褐, 而欲竊之; 舍其粱肉, 鄰有糟糠, 而欲竊之. 此爲何若人也?” 王曰: “必爲有竊疾矣.” 墨子曰: “荊之地方五千里, 宋方五百里, 此猶文軒之與弊輿也; 荊有雲夢, 犀・兕・麋鹿盈之, 江・漢魚・鼈・黿・鼉爲天下饒; 宋所謂無雉・兎・鮒魚者也, 此猶粱肉之與糟糠也. 荊有長松・文梓・楩・柟・豫樟. 宋無長木, 此猶錦繡之與短褐也. 惡以王吏之攻宋, 爲與此同類也.” 王曰: “善哉!” 請無攻宋. 【戰國策 : 宋衛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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