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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이라면 좋은 말을 남기고 좋은 일을 해야 한다 <채근담>


봄이 오고 화창한 시절이 되면

꽃은 한층 아름다운 빛깔을 펼치고

새들 또한 듣기 좋은 소리로 지저귀건만

지식인으로서 그 중에 다행히 두각을 나타내어

따뜻하고 배불리 살게 되었으면서도

좋을 말을 남기고 좋은 일을 할 생각이 없다면

비록 이 세상에 백년을 살았다 할지라도

마치 하루도 살지 않은 것과 흡사하다.


春至時和,  花尙鋪一段好色,  鳥且囀幾句好音.
춘지시화,  화상포일단호색,  조차전기구호음.
士君子幸列頭角,  復遇溫飽,  不思立好言,  行好事,
사군자행렬두각,  부우온포,  불사입호언,  행호사,
雖是在世百年,  恰似未生一日.
수시재세백년,  흡사미생일일.

<채근담菜根譚/명각본明刻本(만력본)萬曆本)/전집前集>


  • 시화[時和]  시절이 화창함. 날씨가 온화함. 하늘의 화목한 기운을 얻음[得天之和氣].
  • 일단[一段]  한 계단. 한층. 계단 등의 한 층계. 문장, 이야기 등의 한 토막. 인쇄물의 한 단(段). 일조(一條). 일편(一片). 벼 한 묶음.
  • 기구[幾句]  몇 구절.
  • 사군자[士君子]  교양과 인격이 높은 사람. 사회적 지위가 있으며, 덕행이 높고 학문에 통달한 사람. 학문이 깊고 덕행이 높은 사람. 학문이 있으면서 품성(品性)과 덕(德)이 고상한 사람. 학식(學識)이 있고 후덕(厚德)한 사람. 상류 사회인. 지식인. 상류 계층의 인물. 관료 및 기타 지위가 있는 향신(鄕紳), 독서인(讀書人) 등을 말한다.
  • 후덕[厚德]  어질고 덕이 많음. 또는 그런 덕. 덕이 후함. 또는 그런 덕.
  • 지식인[知識人]  높은 수준의 지성과 폭넓은 교양을 갖춘 사람. 지식(知識) 계급(階級)에 속(屬)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
  • 두각[頭角]  짐승 따위의 머리에 있는 뿔. 또는 머리나 머리 끝. 뛰어난 학식(學識)·재능(才能)·기예(技藝) 등이 출중한 것. 가지고 있는 재주나 실력이 남보다 특히 뛰어나 보이는 것을 말한다. 한유(韓愈)의 시 부독서성남(符讀書城南)에 “두 집에서 각각 자식을 낳아, 빵긋빵긋 웃을 때 아주 서로 비슷하고, 조금 자라 애들끼리 모여 놀 때도, 한 무리의 고기 떼나 다름없다가, 나이 열두세 살이 되면, 두각이 약간 서로 달라지고, 스무 살이 되면 점점 더 벌어져서, 맑은 물이 더러운 도랑에 비치듯 하며, 나이 서른이 되어 뼈대가 굵어지면, 하나는 용이 되고 하나는 돼지가 된단다.[兩家各生子, 提孩巧相如. 少長聚嬉戲, 不殊同隊魚. 年至十二三, 頭角稍相疏. 二十漸乖張, 淸溝映汙渠. 三十骨骼成, 乃一龍一猪.]”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열두각[列頭角]  동류 중에 두각을 드러내어 반열(班列)에 나섬. 출세함.
  • 온포[溫飽]  따뜻하게 입고 배부르게 먹음. 생활에 아쉬움이 없이 넉넉함. 의식이 아쉬움 없이 충분함을 이르는 말이다. 참고로, 송나라 유학자 장재(張載)의 시 토상(土牀)에 “흙 침상에 연화(煙火) 족하고 명주 이불 따뜻하며, 질그릇 솥에 물맛 좋고 팥죽도 끓여 먹네. 등 다습고 배불리 먹는 외엔 아무 생각 없나니, 맑은 세상에 완전히 하나의 한가한 사람일세.[土牀煙足紬衾暖, 瓦釜泉乾豆粥新. 萬事不思溫飽外, 漫然淸世一閑人.]”라고 한 데서 보인다.
  • 입언[立言]  후세에 전할 만한 모범되는 말과 글. 그 사람은 죽어도 없어지지 않고 남게 되는 세 가지 즉, 입덕(立德), 입공(立功)과 함께 삼불후(三不朽)의 하나로, 후세에 영원히 전해질 교훈이 될 만한 말을 하거나 저술 또는 불후의 학설을 남긴다는 말이다. 춘추좌전(春秋左傳) 양공(襄公) 24년 조(條)에, 춘추 시대 노(魯)나라 대부 숙손표(叔孫豹)가 진(晉)나라에 갔을 때에 범선자(范宣子)가 죽어도 썩지 않는 것을 묻자, 숙손표가 대답하기를 “가장 좋은 것은 덕을 세우는 것이고, 그 다음은 공을 세우는 것이고, 그 다음은 말을 세우는 것이다. 아무리 오래되어도 없어지지 않으니, 이를 일러 ‘영원히 썩지 않는다’라고 하는 것이다.[大上有立德, 其次有立功, 其次有立言. 雖久不廢, 此之謂不朽.]”라고 하였는데, 이는 각각 그가 죽은 뒤에도 그의 덕과 공과 말이 사라지지 않음을 말한 것이다. 한서(漢書) 왕망전(王莽傳) 상(上)에 이 말을 인용하면서 “오직 지극한 덕을 소유한 대현(大賢)이라야 가능하다.[唯至德大賢然後能之]”고 하였다.
  • 흡사[恰似]  거의 같음. 비슷함. 거의 똑같을 정도로 비슷하게.

【譯文】  有德不虛,  無志空活.
春天到來時景和暖,  花草尙且鋪陳一段美好景色,  飛鳥尙且淸囀幾句美好音樂.  讀書人如果僥幸列入傑出人物行列,  又遇到衣暖食飽,  卻不想樹立好的言論,  做好的事情,  雖然是活在世上一百年,  恰恰如同沒有生活過一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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