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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굣길


가을은

가을 하늘은

지지배 동무가 혼자 남아 치던

풍금 속에서 날아 나왔다.

열려진 창문으로 산들바람 불고

길게 그늘 드린 플라타너스

텅 빈 운동장은 하늘만큼 넓었다.

파란 하늘에 태극기가 펄럭이고

벌러덩 잔디밭에 팔 베고 누우면

하늘은 한없이 깊기만 했었다.

집에 오는 사오리 자갈길에는

자유로이 피어난 코스모스, 들국화

잠자리 맴돌이도 자유로웠다.

누렇게 일렁이는 들 논에서

참새 쫓는 소리도 한가로웠다.

주인 빈 밭에서 고구마 캐어 먹고

놀다 가다 놀다가다

덜컹이는 달구지 따라 뛰어가면

발길에 부딪히는 자갈소리가

가방에 딸각이는 도시락 소리가

가을 하늘처럼 맑기만 했다.

– 안상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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