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한가할 때 긴장하고 바쁠수록 느긋하게 <채근담>


천지는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으나

그 작용은 잠시도 멈추어 쉬지 않고

해와 달은 밤낮으로 바쁘게 내달리나

그 질서와 밝음은 만고에 변치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한가한 때에 마음을 다잡아야 하고

바쁠수록 느긋한 멋이 있어야만 한다.


天地寂然不動,  而氣機無息少停.
천지적연부동,  이기기무식소정.
日月晝夜奔馳,  而貞明萬古不易.
일월주야분치,  이정명만고불역.
故君子閒時要有喫緊的心思,  忙處要有悠閒的趣味.
고군자한시요유끽긴적심사,  망처요유유한적취미.

<菜根譚채근담/明刻本명각본(萬曆本만력본)/前集전집>


  • 적연[寂然]  고요한 모양. 꼼짝하지 않고 있는 모양. 아무 기척이 없이 조용하고 기괴(奇怪)함. 고요하고 쓸쓸함. 마음이 고요하고 맑은 상태. 모든 번뇌를 남김없이 소멸하여 평온하게 된 열반의 상태.
  • 적연부동[寂然不動]  아주 조용하여 움직이지 아니함. 마음이 안정(安靜)하여 사물(事物)에 동요되지 아니함. 천지 운화(運化)의 신묘(神妙)함을 본체(本體) 측면에서 형용한 말이다. 주역(周易) 계사 상(繫辭上)에 “역은 생각도 없고 하는 것도 없다. 하지만 고요히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 일단 느끼게 되면 마침내 천하의 일을 통하게 된다. 천하의 지극한 신령스러움이 아니면 그 누가 여기에 참여할 수 있겠는가?[易, 无思也, 无爲也, 寂然不動, 感而遂通天下之故. 非天下之至神, 其孰能與於此?]”라는 표현에서 온 말이다.
  • 기기[氣機]  기의 기능 활동. 기(氣)의 활동. 오장육부 내의 기 통로. 인체 내부의 기가 정상적으로 운행되는 기의 승강출입의 기본 흐름. 장부의 생리적인 기능활동을 의미하기도 함.
  • 기기[氣機]  기기(氣機)란 천지의 일정한 질서에 따라 규칙적으로 운행하게 하는 자연의 기능을 가리키는데, 주희(朱熹)의 감흥시(感興詩) 20수 중 제3수에 “사람 마음 오묘하여 헤아릴 수 없으니, 기를 타고 제멋대로 출입한다. 얼음처럼 차갑다가 불처럼 뜨겁기도 하고, 못 속에 빠진 듯 다시 하늘로 날지.[人心妙不測 出入乘氣機 凝氷亦焦火 淵淪復天飛]”라고 하였다.
  • 기기[氣機]  음양(陰陽)이 서로 조화를 이룬 기틀, 즉 음양 두 기운이 형평(衡平)을 이룬 상태를 말한 것으로, 장자(莊子) 응제왕(應帝王)의 형기기(衡氣機)란 말에서 온 것이다. 형기기(衡氣機)란 기기(氣機)가 평형을 이룸. 곧 음양(陰陽)의 기(氣)가 치우침 없이 조화된 상태를 말한다.
  • 소정[少停]  잠깐 정지하다. 잠시 멈추다. 잠시 시간이 지나다.
  • 분치[奔馳]  빨리 달림. 내달리다. 질주하다. 분주히 뛰어다니다. 참고로, 소옹(邵雍)의 격양집(擊壤集) 권13에 실려 있는 우득음(偶得吟)에 “장년엔 내달리듯 살아서, 내키는 대로 관직 받았지. 얻은 것은 오직 자그마한데, 잃은 것은 한이 없구나. 오늘 하루아침을 넘기고, 내일 하루저녁을 보내며. 길거리 사람들과 똑같이, 자잘하게 부림을 당하누나.[壯歲若奔馳, 隨分受官職. 所得惟錙銖, 所喪無紀極. 今日度一朝, 明日過一夕. 不免如路人, 區區被勞役.]”라고 하였다. 소옹(邵雍)의 시호는 소 강절(邵康節)이다.
  • 정명[貞明]  올바르고 항상 밝음. 임금의 거룩한 덕. 해와 달이 운행(運行)의 법칙을 굳게 지킴으로써 항상 밝게 되는 것을 말한다. 주역(周易) 계사전 하(繫辭傳下)에 “천지의 도는 항상 보여 주는 것이고, 일월의 도는 항상 곧고 밝은 것이다.[天地之道 貞觀者也 日月之道 貞明者也]”라고 하였다.
  • 정명[貞明]  종묘 제례악의 하나로, 보태평(保太平) 가운데 아홉째 곡이다.
  • 만고[萬古]  매우 먼 옛날.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세상에 비길 데가 없음. 오랜 세월을 통해 변함이나 유례가 없음.
  • 만고불역[萬古不易]  만고불변(萬古不變). 영원히 바뀌지 않음. 오랜 세월을 두고 바뀌지 아니함. 또는 영원한 가치가 있는 것. 오랜 세월을 통해 변함이나 유례가 없음.
  • 끽긴[喫緊]  (마음을) 긴박(緊迫)하게 먹다. 급박하다. 긴요하다. 아주 긴요(緊要)함. 끽긴(喫緊)은 본디 ‘긴요하다’, ‘급박하다’, ‘중요하다’라는 뜻의 형용사로, 끽(喫)은 어조사(語助辭)에 가깝다. 중용장구(中庸章句) 제12장에 “군자의 도(道)는 비(費)하고 은미한 것이다.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솔개는 날아서 하늘에 이르고 물고기는 못에서 뛴다.’라고 하였으니, 이는 도의 쓰임이 위아래에 나타난 것을 말한 것이다.[君子之道費而隱 …… 詩云鳶飛戾天 魚躍于淵 言其上下察也]”라고 하였고, 그 집주(集注) 정자(程子)의 말에 “이 한 대목은 자사께서 매우 긴요하게 사람을 위한 곳으로, 생동감이 넘친다.[此一節 子思喫緊爲人處 活潑潑地]”라고 한 말에서 그 예를 볼 수 있다.
  • 심사[心思]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일어나는 어떤 감정이나 생각. 마음의 뜻. 고약하거나 심술궂은 마음. 생각. 염두. ~하고 싶은 심정. ~하고 싶은 기분.
  • 유한[悠閒]  유한(悠閑). 유유(悠悠)하고 한가(閑暇)로움. 느긋하고 한가로움.
  • 유유[悠悠]  일을 다잡아 하지 않음. 아득한 모양. 유구하다. 요원하다. 한가한 모양. 허공에 떠 있는 모양. 정처 없이 떠도는 모양. 정해진 곳 없이 떠도는 것을 가리킨다. 최호(崔顥)의 시 황학루(黃鶴樓)에 “황학은 한번 떠나 다시 오지 않고, 흰 구름만 천년토록 공연히 떠다니네.[黃鶴一去不復返 白雲千載空悠悠]”라고 하였다.
  • 취미[趣味]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서 즐겨 하는 일. 마음에 끌려 일정한 방향으로 쏠리는 흥미(興味). 아름다움이나 멋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능력. 전문이나 본업은 아니나 재미로 좋아하는 것. 흥취. 흥미. 재미. 기호(嗜好).

【譯文】  閑時吃緊,  忙裏悠閑.
天地無聲無息沒有動靜,  而其運轉機能沒有稍加間斷停息  ;  每天白天黑夜奔流馳騁,  而那日月光輝萬古永恒沒有變化.  所以君子閑暇時要有吃緊的內心思量,  忙碌時要有悠閑的情趣意味.

Leave a Reply

Copyright (c) 2015 by 하늘구경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