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없어도 산은
귀는 언제나 기울이고 산다.
앉아 있어도 산은
언제나 쭉지는 쭉 펴고
하늘과 가장 가까이 산다.
산은 말없이 삶을 기루고
산은 소리 없이 죽음을 본다.
비가 내리면 비를 마시고
눈이 내리면 눈을 입는다.
바람이 불어와도 돌아앉지 않고
바람과 얼싸안고 울어도 준다.
모두가 눈 감고 입 닫은 밤이면
가장 절실한 새 한 마리 울게 하고
가만히 그 소리에 귀 기울인다.
소리를 잊었지만 산은
말을 잃은 것이 아니고
다리를 잊었지만 산은
걸음을 잃은 것이 아니다
달 밝은 밤이면 쭉지 편 산이
옛날로 옛날로 날아간다.
– 안상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