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老亦非少[비로역비소] 늙지도 어리지도 않아
年過三紀餘[연과삼기여] 어느덧 나이 서른여섯 넘었네
非賤亦非貴[비천역비귀] 천하지도 귀하지도 않아
朝登一命初[조등일명초] 조정에 등용되어 벼슬 얻었네
才小分易足[재소분이족] 재능 적으니 분수에 족하고
心寬體長舒[심관체장서] 마음 넓으니 몸이 느긋하네
充腸皆美食[충장개미식] 배부르면 맛있는 음식이요
容膝卽安居[용슬즉안거] 무릎 들이면 편안한 집이네
況此松齋下[황차송재하] 더욱이 서재 송재에는
一琴數秩書[일금수질서] 거문고와 몇 질의 책 있으니
書不求甚解[서불구심해] 책을 깊이 읽으려 하지 않고
琴聊以自娛[금료이자오] 거문고 뜯으며 스스로 즐기네
夜直入君門[야직입군문] 밤에는 대궐에 숙직도 하고
晩歸臥吾廬[만귀와오려] 끝나면 돌아와 오막에 눕네
形骸委順動[형해위순동] 몸은 순리 따라 움직이고
方寸付空虛[방촌부공허] 마음은 텅 빈 허공에 붙였네
持此將過日[지차장과일] 내내 이렇게 살아가리라
自然多晏如[자연다안여] 자연스레 푹 편안하리라
昏昏復默默[혼혼부묵묵] 멍청하니 아무 말 없이
非智亦非愚[비지역비우] 지혜롭지도 어리석지도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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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齋自題송재자제 / 白居易백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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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거이[白居易] 당(唐)나라 때 시인으로 자는 낙천(樂天), 호는 향산거사(香山居士) 또는 취음선생(醉吟先生)이다. 조적(祖籍)은 산서(山西) 태원(太原)이고, 이백(李白)이 죽은 지 10년, 두보(杜甫)가 죽은 지 2년 후에 하남(河南) 신정(新鄭)에서 태어났다. 정원(貞元) 16년(800)에 진사가 되어, 벼슬은 소주(蘇州)·항주(杭州)의 자사를 거쳐 만년에 태자소부(太子少傅)에 지냈고, 형부상서(刑部尙書)로 치사(致仕)하였다. 향산(香山)에서 지내다가 세상을 뜬 뒤 낙양(洛陽) 남쪽 향산의 비파봉(琵琶峰)에 묻혔다. 시호는 문(文)이다. 세상 사람들이 백부(白傅) 또는 백문공(白文公)으로 불렀다.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5세 때부터 시 짓는 법을 배웠으며 15세가 지나자 주위 사람을 놀라게 하는 시재를 보였다 한다. 이백(李白), 두보(杜甫)와 더불어 당대3대시인(唐代三大詩人)으로, 같은 시대의 한유(韓愈)와 더불어 이두한백(李杜韓白)으로 병칭된다. 원진(元稹)과는 함께 신악부운동(新樂府運動)을 이끌어 원백(元白)으로, 유우석(劉禹錫)과는 유백(劉白)으로 병칭되며 당시 으뜸으로 쳤다. 백거이는 시의 제재가 광범위하고 형식이 다양하며 언어가 평이하고 통속적이어서 시마(詩魔) 또는 시왕(詩王) 등의 칭호를 얻었다. 그는 시론을 통해 자신의 시작의 첫째 목적은 겸제(兼濟)의 뜻을 살린 풍유(諷諭)에 있다고 현실주의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고, 스스로 자신의 시집을 편집하면서 시를 풍유시(諷諭詩), 한적시(閑寂詩), 감상시(感傷詩), 잡률(雜律詩)의 네 종류로 분류하였다. 만년에는 세상일에 대하여 고민하고 방황한 끝에 한적을 좋아하는 태도로 발전한다. 저서에 백씨장경집(白氏長慶集)·백씨육첩사류(白氏六帖事類) 등이 전한다. 장한가(長恨歌), 매탄옹(賣炭翁), 비파행(琵琶行) 등을 대표적인 시로 꼽는다.
- 기[紀] 연대. 기(고대에는 12년을 1기로 삼았으나, 오늘날은 100년임).
- 일명[一命] 처음으로 벼슬자리에 임명된 사람. 하나의 목숨. 한 번의 명령.
- 자오[自娛] 스스로 즐기다. 스스로 오락을 찾다.
- 야직[夜直] 예전에, 밤에 궁중에서 숙직하는 일을 이르던 말. 야간 당직. 숙직. 관청, 회사, 학교 등에서 잠자고 밤을 지키는 일 또는 그 사람.
- 군문[君門] 군왕이 드나드는 문. 임금이 사는 집의 문. 곧 궁궐문. 궁궐을 말하기도 함.
- 형해[形骸] 사람의 몸뚱이. 육체. 형해. 사람의 형체. 생명이 없는 육체. 어떤 구조물 따위의 뼈대. 사람의 몸과 뼈. 내용이 없는 뼈대라는 뜻으로, 형식만 있고 가치나 의의가 없는 것을 이르는 말.
- 순동[順動] 순리에 따라 움직임. 성정(性情)이 역동(逆動)하지 않게 순조롭게 지니는 것.
- 방촌[方寸] 한 치 사방의 넓이라는 뜻으로 좁은 땅을 이르는 말. 속마음을 이르는 말. 마음이 한 치 사방의 심장(心臟)에 깃들인다는 뜻으로 가슴속, 곧 마음을 뜻함
- 공허[空虛] 아무것도 없이 텅 빔. 실속이 없이 헛됨.
- 안여[晏如] 불안하거나 초조한 빛이 없이 태연스러움. 민심 등이 편안하고 태평스러움. 마음이 안정되고 편함.
- 혼혼[昏昏] 어둡고 침침한 모양을 나타내는 말. 정신이 아뜩하여 희미한 꼴. 도리에 어둡고 마음이 흐린 모양.
- 묵묵[默默] 아무 말 없이 잠잠함. 묵묵히. 말없이. 소리 없이. 뜻을 얻지 못한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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