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늘은 바다 같은데
여우에 홀리기야 하였을라구
솔이끼 융단 같은 숲길을 따라
숨 한번 크게 쉬고 노루로 간다
바람이 이렇게나 좋은 날인데
산 빛이 이렇게나 좋은 날인데
기억 쌓인 이 고개 고개만 넘으면
억새집 내 동무 히히 웃겠지
동무야, 내 동무야
내가 가걸랑 떼까치 따라
이 산 저 산에 까치집 짓고
노래는 둘이 배운 산노래 하고
다가오는 하늘과 어우러져서
안겨드는 산과 뒹굴어 보자
이 웬수, 이 고개
고개만 내려가면
이 자식, 동무야 히히 웃어라.
샘 옆 감나무 노란 흙벽집
반겨줄 친구는 어디로 가고
웃어준 친구는 검정고무신
산까치 한 마리 일 없이 날아
우서운지 즐거운지 울으며 간다
말이야 아무러나 하면 되지만
말이야 아무러나 들으면 되지만
동무야 너는 어디로 가고
온 세상 사람이 서울에 가도
이 산골이 좋아라던 되뇌임만이
이 산 저 골에 헤매고 있나
고개에 쌓인 돌의 의미를 알아
오늘도 나는 돌을 던진다
하나보다 더 많이 돌을 던진다
던져진 돌 소리만 메아리 되어
동무를 동무를 부르고 있다.
– 안상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