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한 아버지가 자정 넘어
휘적휘적 들어서던 소리
마루바닥에 쿵, 하고
고목 쓰러지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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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죽이다
한참만에 나가보았다
거기 세상을 등지듯 모로 눕힌
아버지의 검은 등짝
아버지는 왜 모든 꿈을 꺼버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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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검은 등짝은 말이 없고
삼십년이나 지난 어느날
아버지처럼 휘적휘적 귀가한 나 또한
다 큰 자식들에게
내 서러운 등짝을 들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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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며시 홑청이불을 덮어주고 가는
딸년 땜에 일부러 코를 고는데
바로 그 손길로 내가 아버지를 묻고
나 또한 그렇게 묻힐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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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내게 물려준 서러운 등짝
사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검은 등짝은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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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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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2003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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