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고개를 넘어야 닿는 어머니 친정집에서
모내기한다는 기별을 보내오곤 했다
모내기철은 꽃게가 살지는 계절
외 할아버지는 갯가로 출가한 맏딸을 기다렸다
꽃게는 살아있어야 제맛, 광주리는 줄달음질 쳤다
굽이굽이 산굽이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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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밀물에 맞춰 받아온 꽃게
햇살에 견딜까 하는 걱정에
아카시아로 넉넉한 꽃그늘을 만들어주었다
바람길이 열리는 고갯마루는 자라목이 잠시 쉬어가는 시간
단내가 올라왔다, 꽃잎에서도 그녀의 혀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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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귀한 집의 맏딸, 남동생마저 외지로 떠돌며
집의 적막한 그늘은 늘 눅눅했다
간밤에 뒤척인 기다림이 여러 번 지팡이를 세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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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락바그락 게거품이 일었다
아뿔싸, 황급히 내닫는 내리막길
놀란 꿩 울음소리
송홧가루가 푸드득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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