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질나게 돌아다니며
외박을 밥 먹듯 하던 젊은 날
어쩌다 집에 가면
씻어도 씻어도 가시지 않는 아배 발고랑내 나는 밥상머리에 앉아
저녁을 먹는 중에도 아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 니, 오늘 외박하냐?
– 아뇨, 오늘은 집에서 잘 건데요.
– 그케, 니가 집에서 자는 게 외박 아이라?
–
집을 자주 비우던 내가
어느 노을 좋은 저녁에 또 집을 나서자
퇴근길에 마주친 아배는
자전거를 한 발로 받쳐 선 채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 야야, 어디 가노?
– 예……. 바람 좀 쐬려고요.
– 왜, 집에는 바람이 안 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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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아배도 오래 전에 집을 나서 저기 가신 뒤로는 감감 무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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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상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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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경계」 2005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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