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 삼는 집
할아버지와 손자가 올은 지붕 웋에 한울빛이 진초록이다
우물의 물이 쓸 것만 같다
–
마을에서는 삼굿을 하는 날
건너마을서 사람이 물에 빠저 죽었다는 소문이 왔다
–
노란 싸리닢이 한불 깔린 토방에 햇츩방석을 깔고
나는 호박떡을 맛있게도 먹었다
–
어치라는 山새는 벌배 먹어 곻읍다는 곬에서 돌배 먹고 앓븐 배를 아이들은 띨배 먹고 나었다고 하였다
–
– 백석(白石) –
–
<사슴 / 선광인쇄주식회사 / 1936>
–
- 삼굿 : 삼(大麻)을 벗기기 위하여 구덩이에 수증기로 삼을 쪄내는 일. 구덩이를 파고 그 바닥에 솥을 걸기도 하지만, 솥 대신 돌무더기를 달군 다음 그 위에 풀을 한 겹 깔고 삼단을 세우고 위에서 물을 부어 넣어, 그 뜨거운 증기로 삼 껍질을 익힌다.
- 한불 : 한벌. 일정한 범위의 공간에 사람이나 물건 따위가 쭉 널려 있는 모양. 상당히 많은 것들이 한 표면을 덮고 있는 상태.
- 토방 : 마루를 놓을 수 있는 처마 밑의 땅. 방에 들어가는 문 앞에 좀 높이 편평하게 다진 흙바닥. 여기에 쪽마루를 놓기도 한다. 토마루. 흙마루.
- 햇츩방석 : 햇칡방석. 그 해에 새로 나온 칡덩굴을 엮어 짜서 만든 방석.
- 벌배 : 벌배나무(팥배나무)의 열매. 벌배는 팥배나무의 근연종으로 팥배나무에 비해 잎에 결각이 지는 종이다. 팥배나무는 열매가 붉은 팥알같이 생겼다고 하여 ‘팥배나무’라고 한다. 주황색의 열매가 가을에 동그랗게 익는데 날것으로 먹기도 한다.
- 돌배 : 산배, 똘배, 콩배라고도 불린다. 날것으로 먹거나 삶아먹고 약으로도 쓰이며, 목재는 단단하여 기구·기계의 재료로 이용된다. 우리나라의 중부 이남, 일본, 중국 등에 분포한다. 한방에서는 돌배나무, 산돌배나무, 문배나무의 열매를 산리(山梨)라 하여 독성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외용하거나 화농성 골수염에 짓찧어 붙이거나 어혈을 푸는데 사용한다. 민간에서는 갈증해소와 변비에 사용하고, 삶은 후 즙을 내어 먹으면 버섯중독, 구토 증세에 효용이 있다고 한다.
- 띨배 : 아가위, 아그배, 찔배, 찔광이, 띨광이, 산자자로도 불린다. 찔광이나무(아가위나무, 산사나무, 아그배나무, 찔구배나무, 찔배나무)는 우리 나라 중부 이북의 산골짜기나 산기슭, 밭둑, 집 주변에서 널리 자란다. 가을에 익은 열매를 따서 햇볕에 말린다. 맛은 달고 시며 성질은 평하다. 비경, 위경에 작용한다. 음식을 소화시키고 기혈을 잘 통하게 하며 비장을 보하고 이질을 낫게 한다.
- 어치 : 참새목 까마귀과에 속하는 흔한 텃새이다. 산에 사는 까치라고 해서 산까치라고 불리기도 한다. 몸길이 34cm. 비둘기보다 조금 작으며 몸은 포도색, 머리털은 적갈색이다. 나뭇가지에서 가지로 옮겨 갈 때나 땅 위에서 걸을 때는 양쪽 다리를 함께 모아 통통 뛰며 걷는다. 먹이가 없는 겨울을 대비해서 간혹 먹이(도토리 등)를 저장해 놓기도 한다. 어치는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소리로 괴성을 지르기도 한다. 간혹 맹금류의 소리를 흉내 내어 자신의 서식지로 천적이 들어오는 것을 경계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