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소 한 마리 먹였으면요.
봄이면 새순 뜯는 상긋한 냄새
이러이러 소 모는 흥겨운 소리
여름이면 외양 앞에 모깃불 놓고
서걱서걱 되새김 소리 들으며
식구끼리 도란도란 저녁 먹구요
저무는 가을이면 비탈 밭 갈아
이랑이랑 꼬불꼬불 보리를 갈고
겨울이면 구수한 쇠죽 내음에
포근한 눈도 많이 내리겠지요.
아버지
소 한 마리 보고 싶어요.
덥수룩한 수염 미소 뒤에 그려지고
굵고깊은 이마 주름 위에 그려지던
다정하고 듬직한 순둥이 누렁이는
어디 있나요.
이제 어디 있나요.
아버지
소 한 마리 그려 주셔요.
아버지 풍경 뒤에 늘 깔리던
똑, 그만한 소 한 마리요.
– 안상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