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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그 사람은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나즈막한 물골에 몸을 숨기듯

밤은 많이 깊어 스물두어시

거세게 내리던 비 그치고

보도에 떨어지는 물방울

툭 툭 툭

가로등 불빛을 차고 있었다

싸늘하니 흙모래 범벅이 되어

사태 난 묘지 쓸려난 시체처럼

불빛에 비키어 누워 있었다

간신히 깨워 세운 그 사람에게

알지 못할 미안함이 치미는 것은

곤히 자는 꿈을 깨운 것인가

잊고 싶은 아픔을 깨운 것인가

나이는 언뜻 마흔너댓살

남루한 의복 초췌한 몰골

언제나 저러하진 않았으련만

몹쓸 세상에 어쩌다 갇히어

누구만큼이나 발버둥치다

이제는 어찌 못할 세월에 쓸린

못 버린 세상에 어깨가 눌린

세상을 끊으려는 그 사람을

술에 취한 내가 깨운 것인가

고맙다는 말 대신 손을 내밀어

동전 하나도 얻지 못한 채

세상은 한 짐 나누어주고

그리곤 갔다. 어둠 속으로

 

– 안상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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