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 / 이시영
여수발 서울행 밤 열한시 반 비둘기호 말이 좋아 비둘기호 삼등열차 아수라장 같은 통로 바닥에서 고개를 들며 젊은 여인이 내게 물었다…
여수발 서울행 밤 열한시 반 비둘기호 말이 좋아 비둘기호 삼등열차 아수라장 같은 통로 바닥에서 고개를 들며 젊은 여인이 내게 물었다…
고요도 씻길대로 씻긴 새벽녘 우리 고향 섬진강이 지리산 마루턱을 향해 기어오르다 겨우 그 허리를 한번 껴안고는 크나큰 숨결로 쏟아져 내리듯이…
나는 아직 그 더벅머리 이름을 모른다 밤이 깊으면 여우처럼 몰래 누나 방으로 숨어들던 산사내 봉창으로 다가와 노루발과 다래를 건네주며 씽긋…
물 건너 산 큰고모는 얼금뱅이에 육손이 시집 가 이태 만에 징용으로 남편 잃고 상머슴처럼 남의 품팔아 쐐기밭뙈기나 장만한 뒤 할아버지…
용산 역전 늦은 밤거리 내 팔을 끌다 화들짝 손을 놓고 사라진 여인 운동회 때마다 동네 대항 릴레이에서 늘 일등을 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