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발 서울행 밤 열한시 반 비둘기호
말이 좋아 비둘기호 삼등열차
아수라장 같은 통로 바닥에서 고개를 들며
젊은 여인이 내게 물었다
명일동이 워디다요?
등에는 갓난아기 잠들어 있고
바닥에 깐 담요엔
예닐곱 살짜리 사내아이
상기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야들 아부지 찾아가는 길이어요
일년 전 실농하고 집을 나갔는디
명일동 워디서 보았다는 사람이 있어.
나는 안다 명일동
대낮에도 광산촌같이 컴컴하던 동네
스피커가 칵칵 악을 쓰고
술 취한 사내들이 큰댓자로 눕고
저녁이 오면 낮은 처마마다
젊은 아낙들의 짧은 비명이 새어나오는 곳
햇볕에 검게 탄, 향기로운 밭이슬이 흐르는
저 여인의 목에도 곧 핏발이 서리라
집 앞 똘물에 빨아 신긴
아이의 새하얀 고무신에도
곧 검은 석탄가루가 묻으리라
그러나 나는 또 안다
그녀가 모든 희망을 걸고 찾아가는 명일동은
이제 서울에 없다는 것을.
엿장수 고물장수 막일꾼들의 거리는 치워지고
바라크 대신 들어선 크린맨션 단지에선
깨끗한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푸른 잔디 위를 질주하고 있음을.
여수발 서울행 밤 열한시 반 비둘기호
보따리를 풀어 삶은 계란을 내게 권하며
젊은 여인이 불안스레 거듭 물었다
명일동이 워디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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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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