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시拙詩
형에게
눈이 내렸어 함박눈이 종일토록 내렸어 지금은 어둠이 찾아오고 장막이 드리워진 창으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을 거야 밖에…
눈이 내리겠지
눈이 내리겠지 오고간 사람들의 발자국들을 하얗게 하얗게 덮어 버리고 가슴속 추억들이 기억이 되듯 희뿌옇게 내리겠지 오늘밤에도 눈이 내리겠지 오고간 많은…
철책선에서
바람 부는 날 능선에 서서 바람에 쓸리는 풀잎을 본다. 밀물처럼 쓰러지는 여린 풀잎들 썰물처럼 일어서는 질긴 풀잎들 아우성 소리 들릴…
비무장지대에서
비 개인 아침 안개 걷히고 빙애길 따라 빙애길 따라 굽이굽이 푸르름 따라 걷다가 푸르른 산 빛 띠고 나도 푸르러 푸르름…
눈 내린 아침
밤새 하얀 눈 많이 내렸네 늙으신 어머니 어찌하라고 밤 내 하얀 눈 너무 내렸네 눈 쌓인 저 소나무 보기엔…
사철나무
눈이 하얀 눈이 포근하게 나리는데 콘크리트 담장아래 사철나무는 무슨 생각에 파랗게 질려 있을까 – 안상길 –
라일락
라일락 향기 바람에 나부껴 바람에 나풀대던 당신의 머릿결 생각합니다. 아! 당신 마음 내 곁을 스쳐 머언 곳으로 날아가 버렸지요.…
방황
길을 걷는다. 사랑하는 이름을 찾아 두리번두리번 길을 걷는다. 길에는 흐트러진 수많은 이름 사랑하는 이름은 어디에도 없구나. 걸어도 한이 없는 길을…
개망초
어딜 봐도 하얗게 피어 있구나 어딜 가도 하얗게 피어 있구나 추운 겨울 눈보라에 시달리다가 눌리어 파랗게 질려 있더니 하얀 눈물이…
내가 보낸 여인이
여인의 눈 속에게 헤엄을 쳤다. 나는 그 눈 속에 그는 내 눈 속에 누가 누구 눈에 헤엄치는지 그저 즐겁게 헤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