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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정밭에서


자꾸만 산으로 기어오르는

응달진 비탈 자갈밭에는

우거진 세월만큼 흰 눈이 쌓여

시린 꿩 허기진 발자국 어지러이

산 따라 밭으로 내리고 있다.

 

팔 남매 일궈내신 밭뙈기에도

지친 몸 편히 쉬일 한 뼘이 없어

먼 곳에 누워 계신 아버지

 

다시는 괭이 소리 들리지 않을

꿩이 놀다간 덤불 밑에는

덩굴에서 떨어진 멍가알 하나

오도마니 하얀 눈 위에 붉다.

 

– 안상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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