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먹었지
속 뒤집은 술내 나는 벌건 밥풀 몇 알
이른 아침 출근길에 나보다 먼저
발가락 두 개 없는 네 발자국 찍혔더라.
발가락 두 개는 세금으로 잘라내고
울음소리 잊어버려 가래만 끓는
사철 집만 지키려는 너희 두 부부
벽에 남긴 똥칠에 색이 있어도
문패일진 몰라도 그림은 아냐
환풍기 바람에 깃털 날리며
창턱에 붙어사니 살만은 하냐
눈치 보며 살다보면 산에 갈 날은
아마도 눈감고 세상 뜨는 날
굶어죽든 새매 배에 장사지내든
나 같으면 지금 산에 돌아갈란다.
– 안상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