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와도
억세게 내렸었는데
바람에 던져지던 빗방울 소리
미루나무 키 따라 높았었는데
아버지
마루 바람벽에 기대앉아
반창고로 테맨 퉁소 부시고
오소리 잡는 부엌
쿨럭이는 아궁이 앞
눈물로 부치시던 어머니의 밀쟁반
풋고추보다는 애호박이 좋았는데
이제는
눈물나도 청양고추가 좋고
비 내리면
내 안에는 혼자 우는 퉁소소리
– 안상길 –
기억도 희미한 어린 시절, 종일토록 비가 내린 여름날, 잔가지 덥수룩한 키 큰 미류나무 바람에 모진 비에 후둘리고, 논의 벼들 비바람에 뒤척이고, 아버지는 마루 바람벽에 기대 앉아 퉁소를 부셨지, 어머니는 굴내는 부엌에서 풋고추 애호박 밀쟁반 부치시고, 느낌마져 희미한 그 곡조는 아마 서글픈 가락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