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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시작은 비록 나였다마는

계속 나를 꾄 것은 네가 아니냐.

허전할 때 맞춰 내게로 와서

벌겋게 몸을 불사르며

내 안에 부드러이 스미어들어

어지럽게 어울고 어루다 보니

만나고 만날수록 정만 질겨져

이제는 끊으려도 끊을 수 없고

손가락질 부끄러운 세상을 피해

으슥한 곳에서나 만나야 하는

너는 늘 연기로 사라지나

만났다 헤어지면 목이 잠기고

내 안엔 검은 그리움 쌓여

나는 한없이 시들어 가고

너는 수없이 왔다만 가고

어찌 너는 나를 떠나지 않고

나는 어찌 그리 너를 그리나

끊겠다. 수시로 버려보지만

오랜만에 만날수록 더욱 황홀한

아! 천하에 몹쓸 불륜

 

– 안상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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