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을 벗지 않으면 건널 수 없는 내(川)를 건너야
비로소 만나게 되는
불과 열 집 안팎의 촌락은 봄이면 화사했다.
복숭아꽃이 바람에 떨어져도 아무도 알은체를 안 했다
아쉽다든지 안타깝다든지.
양달에서는 작년처럼, 너무도 작년처럼
삭은 가랑잎을 뚫고 씀바귀 잎새가 새로 돋고
두엄더미엔 자루가 부러진 쇠스랑 하나가
버러진 듯 꽂혀 있다.
발을 닦으며 바라보면
모래는 모래대로 송아지는 송아지대로
모두 제 생각에만 골똘했다
바람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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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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