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딘 부엌칼 같은 언니는
서울 자랑을 하지 않았다
무릎걸음으로 둥기적거려도
어느새 나물바구니가 그들먹해지는 언니는
서울에서 공장살이 몇 년에
돈 한푼 없이 내려 왔다
말은 더듬어도 콧노래는 멋들어지고
봄바람은 부드러운 혓바닥으로
푸른 보리밭을 핥으며 지나갔다
콧노래가 희미해지다가 뚝 멈추었던가
죽어라 죽어 죽어
나물뜯던 부엌칼로 밭두렁을 내리 찍기 시작했다
아무리 토막을 쳐도 금새 다시 붙어
물어뜯기라도 하는양 다급한 칼놀림이었다
머리칼이 이마에 착 달라붙고
늘어뜨린 팔에서 칼을 떨구고 나서야
‘너는 인제 죽었다’고 했다
유부남에게 속아 아이까지 지우고 온 언니는
오래 가두어 두었던 한숨을 토해 내더니
눈동자도 깜작거리지 않은 채 앉아 있고
산벚꽃이 환한 쪽으로
뻐꾸기가 딸국질하며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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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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