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그만 떨어 보내러 왔지
땅 끝 남쪽 명사십리 바닷가에
너랑 한 번 살아보러 왔지
천방지축 반짝이는 아이들과
전전반측 그늘 드린 아내와
함께 하는 것만도 행복이라고
속살대는 너를 만나러 왔지
하루가 백년이고 백년이 하루라며
웃음 짓는 너를 만나러 왔지
될 대로 되는 것이 세상이라며
으쓱하는 너를 만나러 왔지
돌아가면 도로 그 꼴 아니겠냐며
이죽대는 너를 버리러 왔지
퍼붓듯 비 내리는 남도 먼 길을
너는 나와 한 몸으로 왔지
– 안상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