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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 천상병千祥炳


외롭게 살다가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도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천상병千祥炳>

— 시집 「새」 19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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